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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 외돌개, 황우지 선녀탕, 삼매봉


~~~ 서귀포 늦겨울 나들이 ~~~
(외돌개, 황우지 선녀탕, 삼매봉)

서귀포 외돌개
▲  외돌개

황우지 선녀탕

삼매봉 산책로 (제주올레길7코스)

▲  황우지 선녀탕

▲  삼매봉 산책로(제주올레길7코스)

 


차디찬 겨울 제국(帝國)이 서서히 빈틈을 보이던 2월의 한복판에 따스한 남쪽 땅, 제주도
를 찾았다.
이번 제주도(濟州島) 나들이는 당일치기로 아주 짧고 굵게 진행을 했는데, 제주도는 당일
로 가기에는 너무 아쉽고 먼 곳이라 보통 2~3일 이상은 잡고 갔었다. 하지만 비행기의 쾌
속 장점을 이용해 아침에 넘어가 저녁에 돌아오는 방식으로 당일치기도 가능하다. 그래서
가끔씩 평일을 틈타 하루 코스로 여러 번 제주도를 오갔다.

햇님의 출근시간보다 훨씬 빠른 새벽 4시에 도봉동 집을 나서 시내버스와 공항전철로 1시
간 30분을 달려 김포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탑승 수속을 마치고 여유롭게 대기를 하다가 6
시 40분에 제주도로 가는 비행기에 나를 담아 제주도로 훌쩍 날려보낸다.

나를 담은 비행기는 김포공항을 이륙하여 50여 분 만에 제주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여기서
서귀포(西歸浦)로 넘어가 법화사(法華寺)와 엉또폭포, 고근산을 둘러보고 서귀포신시가지
로 내려가 서귀포시내버스 641번(천지연폭포↔서귀포시청 제2청사)을 타고 삼매봉 정류장
에서 두 발을 내렸다.
삼매봉에서 내린 것은 오래간만에 외돌개를 보고자 함으로 여기서 바다가 보이는 남쪽 길
(남성로)을 10분 정도 내려가면 주차장과 버스정류장을 지닌 외돌개입구가 모습을 비춘다.


▲  외돌개입구에서 외돌개로 내려가는 숲길


♠  삼매봉 앞바다에 홀로 솟은 장대한 돌기둥, 외돌개
-
국가 명승

▲  야자수가 마중하는 외돌개 숲길 (제주올레길7코스)

삼매봉 외돌개입구에서 외돌개로 인도하는 계단길을 2분 정도 내려가면 외돌개와 남해바다가
정면에 가득 펼쳐진다.
삼매봉 앞바다에 우뚝 솟은 외돌개는 제주도의 대표적인 해안 경승지로 높이 20여m, 폭 7~10
m에 크고 단단한 돌기둥이다. 바다에 홀로 뜬 바위섬이라 외돌개, 외돌괴란 이름을 지니게 되
었으며, 외돌개 해안은 고석포(孤石浦)라 불렸다.
대자연이 오랜 세월을 두고 빚은 특별한 작품으로 제주도가 화산(火山)들의 뜨거운 놀이터였
던 태곳적 시절, 화산 폭발로 이곳으로 내려와 쌓인 용암지대가 바다의 집요한 침식작용을 받
아 형성되었다고 한다. 외돌개 뿐 아니라 그 주변의 서너븐덕과 동너븐덕, 황우지해안도 그
과정에서 생겨났다. 이후로도 비바람과 바닷물에 끊임 없이 파이고 깎여 지금의 모습을 이루
게 되었는데, 대자연의 외돌개에 대한 스케치는 여전히 진행중이라 지금도 아주 느린 속도로
성형되고 있다.


▲  외돌개와 남해바다. 그리고 희미하게 보이는 범섬

외돌개는 거의 회색 피부의 조면안산암으로 형성되어 있다. 90도 직각의 각박한 벼랑에는 주
름진 피부들이 장대한 세월을 머금으며 켜켜히 쌓여있으며, 감히 범접(犯接)할 수 없는 기둥
윗도리에는 가녀린 수풀들이 뿌리를 내려 그들만의 작은 세상을 일구고 있다.
그는 비록 가깝게 보이나 해안과 적당히 거리를 두어 속세의 접근을 거부하고 있다. 속세에서
그를 이어주는 다리와 배는 일절 없으며, 마치 금지된 땅을 바라보듯 이렇게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된다. 그야말로 그림의 떡 같은 도도한 모습이다. 또한 외돌개 주변은 높은 벼랑 일
색이라 사고 위험이 높아 벼랑 밑도리와 해안 접근을 통제하고 있다.


▲  고고하게 선 외돌개와 쇠머리코지(서너븐덕)

13세기 한복판 고려는 40년 가까이 몽골<원(元)>의 도전을 받았다. 그것들을 물리치며 나라를
지켰으나 원종(元宗, 재위 1259~1274) 시절에 결국 강화를 맺고 100년 가까이 그것들 그늘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중원대륙의 많은 지역과 제주도를 빼앗기게 된다.
특히 몽골(원) 애들은 따뜻한 기후에 초원도 많은 제주도에 퐁당퐁당 빠져 아주 애지중지했다
고 하는데, 몽골에서 넘어온 목호(牧胡) 패거리와 그들에게 빌붙은 지방 세력이 툭하면 소란
을 피워 나라의 큰 우환거리가 되기에 이른다.
하여 공민왕(恭愍王, 재위 1351~1374)은 최영(崔瑩)장군을 제주도로 보내 그들을 단죄했는데,
최영에게 털린 목호 세력은 외돌개에서 가까운 범섬으로 들어가 마지막 저항을 했다. 이때 최
영은 외돌개를 장군 모습으로 변장시켜 그들을 겁주었다고 전하며, 그로 인해 장군바위란 별
칭도 지니고 있다.

이후 범섬에서 저항하던 목호의 잔여 세력은 모두 진압되었으며, 그로 인해 제주도는 몽골(원
)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된다.


▲  북서쪽에서 바라본 외돌개와 문섬
외돌개는 좌우로 한 발자국 움직일 때마다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인다.
이렇게 보니 육중한 돌기둥처럼 다가오는데, 그 너머로 문섬이
희미하게 모습을 비춘다.


외돌개의 서쪽 해안 벼랑은 쇠머리코지라 부른다. 소머리를 닮았다고 해서 그런 이름을 지니
게 되었는데, 쇠머리코지를 비롯한 외돌개 서쪽 해안을 서너븐덕, 외돌개 동쪽 해안은 동너븐
덕이라 한다. 여기서 '너븐덕'은 넓은 바위를 뜻하는 제주도 방언이고, '덕'은 바다 위에 노
출된 큰 암반을 이르는 제주도 방언이다.
그리고 서쪽에서 넘어온 제주올레길7코스(제주올레여행자센터↔월평마을, 17.6km)가 쇠머리코
지와 외돌개, 동너븐덕, 황우지 등 외돌개 주변을 싹 돌아 삼매봉으로 흘러간다.


▲  주름선이 첩첩히 그어진 쇠머리코지 벼랑
이렇게 보니 두꺼운 피부나 껍데기를 지닌 큰 동물이나 괴물이
웅크리고 있는 것 같다.

▲  쇠머리코지에서 바라본 외돌개 윗도리와 동너븐덕
울퉁불퉁한 피부의 쇠머리코지 너머로 외돌개의 견고한 윗도리가 손에 잡힐 듯
보이고, 그 너머로 무근덕, 우두암을 지닌 동너븐덕이 시야에 들어온다.

▲  쇠머리코지 서쪽 해안(도라간여, 언뱅이안여)
제주올레길7코스가 바다 너머로 보이는 벼랑(도라간여, 언뱅이안여)을 지나
서쪽(법환, 강정, 중문)으로 흘러간다.

▲  소나무가 그늘을 드리우는 쇠머리코지 산책로(제주올레길7코스)

외돌개 조망점에서 윗 사진의 쇠머리코지 공원까지는 300m 정도 떨어져 있다. 제주올레길7코
스가 여기서 서쪽 해안을 따라 달달하게 이어져 있어 그 유혹을 뿌리치기가 정말 힘들었는데,
유혹에 잠시 빠져 서쪽 길을 조금 거닐어도 상관은 없다. 다만 시간이 16시가 넘은 상태였고,
그 유혹에서 금방 벗어나지 못하면 코스가 자칫 삼천포로 빠질 수 있기에 그 유혹을 끊고 오
로지 외돌개와 삼매봉을 생각하며 동쪽으로 애써 길을 돌렸다.

* 외돌개 소재지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서홍동 791


▲  평화로운 모습의 쇠머리코지 공원
공원으로 꾸며진 공간 너머로 외돌개 일대를 품은 삼매봉(153m)이 바라보인다.

▲  무근덕에서 숨은그림찾기 (외돌개와 쇠머리코지)
사진 가운데에 자리한 돌기둥이 외돌개이다. 허나 쇠머리코지 해안 벼랑과
피부 색깔이 너무 비슷하여 숨은그림찾기처럼 구별이 쉽지 않다.

▲  무근덕 밑도리를 넝실거리는 푸르른 남해바다

▲  무근덕 우두암에서 바라본 범섬
여기서 범섬까지는 약 3.4km 거리로 고려 공민왕 시절, 최영장군에게
크게 털린 목호 세력이 마지막 저항을 벌였던 곳이다.


♠  외돌개 동쪽 해안 명소, 동너븐덕과 황우지해안

▲  폭풍의언덕에서 바라본 황우지해안과 선녀탕 주변
사진 가운데에 보이는 시커먼 피부의 커다란 바위 사이에 이곳의 명물인
황우지 선녀탕이 들어있다.


외돌개는 제주도를 처음 찾았던 초등학교 4학년 때 인연을 지었던 곳으로 그때 이후 무려 30
여 년 만에 방문이다. 처음에는 외돌개만 보고 삼매봉으로 바로 빠지려고 했으나 외돌개 주변
의 서너븐덕과 동너븐덕, 황우지까지 더듬다 보니 시간이 꽤 지체되었다.

외돌개 동쪽 해안에는 무근덕과 기차바위, 우두암, 폭풍의언덕, 선녀탕(황우지 선녀탕) 등의
상큼한 해안 명소들이 깃들여져 있는데, 이들 명소를 비롯한 외돌개 동쪽 해안을 '동너븐덕'
이라 부른다. 기묘하게 생긴 커다란 바위와 벼랑이 해안에 가득하여 작은 해금강(海金剛)을
이루고 있으며, 앞바다에는 신선바위와 문섬, 범섬, 섶섬 등의 섬이 펼쳐져 있어 남주해금강
(南州海金剛)으로 칭송을 받는다. 여기서 남주는 서귀포의 옛 이름이다.


▲  동너븐덕에서 바라본 새섬과 서귀포항(서귀포 앞바다)

사진 가운데에 보이는 곳이 새섬으로 서귀포 앞바다에 뜬 섬 중의 가장 제주도와 가깝다. 이
곳은 여러 해 전에 인연을 지었던 곳으로 천지연폭포(天地淵瀑布)에서 내려오는 연외천과 바
다가 만나는 새섬방파제에 새섬을 잇는 다리(새연교)가 닦여져 서로를 끈끈하게 붙잡고 있는
데, 그로 인해 서귀포 섬 중 유일하게 속세에 해방되어 접근이 가능하다. (늦은 밤과 새벽 시
간에는 개방하지 않음)
외돌개 주변에서 새섬이 이렇게 가까웠나 싶어 처음에는 내 망막을 의심했으나 저기까지는 겨
우 1.1km 거리로 매우 가까운 곳이다. 마치 생각치도 못한 곳에서 옛 벗을 만난 듯 반가운 기
분이 솟아나 객수(客愁)를 조금이나마 달래준다. (☞ 새섬, 혼인지 글 보기)


▲  동너븐덕, 폭풍의 언덕

거친 바위의 주름선이 첩첩히 쌓이고 누런 잡초들로 황량해 보이는 벼랑 윗도리와 그 너머로
장쾌하게 펼쳐진 남해바다. 그리고 시원하면서도 차갑게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어우러진 곳으
로 거제도(巨濟島)에 있는 폭풍의언덕과 풍경이 비슷하다고 한다.


▲  동너븐덕, 폭풍의 언덕에서 황우지로 인도하는 제주올레길7코스

▲  황우지해안 무장간첩 섬멸 전적비

1968년 8월 20일 밤, 북한군 753부대 소속 제51호 간첩선이 통일혁명당의 핵심요원인 남파간
첩 이뭐시기를 데려가고자 황우지에 불법 침투한 사건이 있었다. 이에 서귀포경찰서 작전부대
와 국군이 눈치를 채고 공격을 하여 6시간의 전투 끝에 간첩선을 격침시켰다. 이때 무장간첩
12명을 처단하고, 간첩 2명을 생포했으며, 기관단총 14정과 고사포(高射砲) 등 다수의 무기를
빼앗는 전공을 세웠다.
이후 2005년 6월 6일 국립경찰 창설 60주년을 맞이하여 그 시절 간첩선을 때려잡은 경찰과 국
군의 무훈(武勳)을 기리고 안보의식을 고취시키고자 전투의 현장이었던 이곳에 전적비를 마련
했다.

이곳의 아름다운 경치만큼이나 남북분단의 쓰라린 상처가 깊히 깃든 곳이라 잠시 기분이 우울
해진다. 비록 50년도 넘은 옛날 일이나 그 북한과 중공이란 괴뢰들이 버젓히 산소를 축내고
있는 한 제2의, 제3의 황우지 간첩 침투 사건은 또 터질 수 있다. 그러니 우리는 그것들에 대
해 결코 무디어지면 절대로 안된다.


▲  황우지 선녀탕입구에서 바라본 새섬과 문섬(오른쪽 섬)

▲  대자연이 빚은 천연풀장, 황우지 선녀탕(仙女湯)

폭풍의언덕에서 제주올레길7코스를 따라 삼매봉 방향(북쪽)으로 가면 선녀탕입구가 마중을 한
다.
'이곳에도 선녀탕이 있었나??' 싶어 선녀탕 이정표가 지시하는 동쪽 밑으로 시선을 돌리니 신
선바위 등 칼처럼 솟은 큰 바위들에 거의 동그랗게 감싸인 공간이 있고, 그 안쪽에 물이 모인
못(소)이 여럿 깃들여져 있다. 그 못들이 바로 황우지의 명물인 황우지 선녀탕이 되겠다.
외돌개에 왔다면 꼭 둘러봐야 나중에 명부(冥府, 저승)에 가서도 꾸중을 듣지 않는 외돌개의
휼륭한 후식거리로 선녀탕입구에서 선녀탕까지 거의 건물 여러 층 높이라 85계단을 내려가야
된다. 85개의 계단이라 해서 쉽게 볼 수 있겠지만 계단 폭이 꽤 크고 거칠며, 계단을 내려가
서도 거친 바위 피부를 더 걸어야 된다. 하여 이곳은 편한 신발로 가야 발이 그나마 덜 고통
을 받는다. (현재 황우지 선녀탕은 접근이 통제되어 있음)


▲  황우지 선녀탕 ①

동너븐덕 북쪽 해안을 '황우지'라 부른다. 이는 무지개를 뜻하는 제주도 방언인 '황고지'에서
바뀐 것으로 여겨지는데, 오랜 옛날 하늘나라 선녀 누님들이 제주도로 내려오면 황우지에 숨
겨진 이곳 못(소)에서 꼭 놀고 갔다고 한다. 그래서 선녀탕(황우지 선녀탕)이란 이름을 지니
게 되었다. 즉 선녀 누님들도 믿고 찾을 정도의 경승지란 뜻이다.

선녀탕을 이루는 못의 물빛이 매우 청아하며, 바위들이 주변에 병풍처럼 늘어서 있어 그야말
로 대자연 형님이 만들어서 속세에 문을 연 자연산 천연풀장 같은 모습이다. 하여 여름 제국
시절에는 이곳을 찾는 피서객이 제법 많다.


▲  황우지 선녀탕 ②

이곳이 황우지 선녀탕의 핵심부로 물 색깔이 너무 맑고 요염하여 저곳으로 풍덩하고 싶은 마
음이 진하게 일어난다. 다행히 한겨울이라 그 유혹을 뿌리쳤지 만약 여름이었다면 바로 풍덩
을 하거나 최소 꼬질꼬질한 발은 담궜을 것이다.
선녀탕 주변 바위와 벼랑은 주름선이 첩첩히 그어지고 갈라진 검은 피부 일색으로 푸른 빛깔
의 선녀탕과 어우러져 신비로운 풍경을 그려내는데, 먼 옛날 화산에서 분출되어 이곳에 쌓인
용암과 차가운 바다가 오랫동안 격하게 부딪쳐서 생겨난 것이다. 이는 외돌개와 생성 원리가
비슷하다. 참고로 외돌개와 황우지해안을 품은 삼매봉도 화산 출신의 봉우리이다. 그러니 삼
매봉이 젊었을 적에 몸을 풀면서 내뱉은 용암이 바다와 만나 동너븐덕과 황우지, 외돌개, 서
너븐덕이 형성된 것이라 보면 되겠다.

선녀탕의 수심은 깊지 않으나 못 안쪽 돌들이 미끄럽고 거칠며, 못 주변의 바위들도 꽤 거칠
어서 통행에 각별히 주의가 필요하다. 풍경도 무지 곱고 입장료도 없는 휼륭한 물놀이장이나
그만큼 위험과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된다.


▲  황우지 선녀탕 ③

▲  황우지 선녀탕 ④
선녀탕 주변 바위와 벼랑은 물론 지나가는 해와 달, 구름, 그리고
하늘까지 이곳을 거울로 삼아 그들의 매뭇새를 다듬는다.

▲  선녀탕에서 바라본 새섬 방향
넝실거리는 바다 너머로 새섬과 새연교가
시야에 들어온다.

▲  선녀탕 주변에 첩첩히 둘러진
검은 피부의 바위들


▲  선녀탕에서 바라본 황우지해안(황우지해안 열두굴)

▲  열두동굴전망대에서 바라본 황우지해안(황우지해안 열두굴)

해안 벼랑 밑에 숨겨진 황우지해안은 자갈이 가득 깔린 200m 길이의 짧은 해변이다. 저곳을
가려면 선녀탕입구에서 85계단을 내려가 선녀탕 대신 거칠게 펼쳐진 북쪽 해변길로 접근하면
되는데, 바다와 벼랑에 완전히 막힌 곳이라 더 이상 길이 없어 다시 85계단으로 나와야 된다.
워낙 궁벽한 곳에 접근성도 좋지 않지만 선녀탕 못지 않은 피서의 성지로 피서 수요가 많다.
그리고 벼랑에 인공티가 느껴지는 굴이 줄지어 보이는데, 그들은 일명 황우지열두굴로 자연산
이 아닌 왜정(倭政)이 만든 인공굴이다.

우리의 옛 해양 영토의 일원이었던 왜국(倭國)은 1930~40년대에 서토(중원대륙)와 동남아시아
, 태평양에서 요란하게 설치며 온갖 민폐를 아끼지 않았는데, 미국의 왜열도 상륙에 대비하여
관동군 75,000명을 배치하고 제주도를 요새화했다.
그 작전에 따라 제주도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동원하여 오지게 들들 볶아 제주도 해안 곳곳에
군사용 굴을 무수히 팠는데, 황우지의 옥의 티인 황우지열두굴도 그 과정에서 강제로 생겨났
다. 왜군은 미군 상륙에 대비해 '회천'이란 자폭용 어뢰정(魚雷艇)을 이곳에 숨겼으며, 12개
의 굴을 모두 하나로 이었다. 이런 아름다운 비경에서 왜정의 영 좋지 않은 흔적을 보니 기분
이 급 우울해진다.

황우지해안은 접근이 통제되어 있어 들어가지 않았으며, 열두동굴전망대 등 높은 곳에서 이렇
게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 황우지 선녀탕 소재지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서홍동


▲  해안 벼랑 윗도리를 따라 이어진 숲길
(선녀탕입구 주변에서 열두동굴전망대 방향)


♠  외돌개 북쪽에 솟은 화산 출신의 작은 봉우리, 삼매봉(三梅峰)

▲  삼매봉 제주올레길7코스

외돌개입구 북쪽에는 삼매봉(153m)이란 낮은 뫼가 자리하여 남해바다와 외돌개 주변을 굽어본
다. 지금까지 둘러본 외돌개와 그 주변도 사실상 삼매봉의 밑도리로 외돌개입구에서 제주올레
길7코스가 삼매봉 정상으로 인도한다.

지금은 해안에 평범한 낮은 뫼로 조용히 있으나 그는 화산 출신의 오름이다. 외돌개와 황우지
, 서너븐덕, 동너븐덕이 삼매봉이 왕년에 분출한 용암이 남해바다와 만나서 격하게 이루어진
작품이라 보면 되는데, 용암과 화산재를 뿜어내던 분화구는 산 북쪽(태평로 이북)에 넓게 자
리한 하논 일대로 지금은 경작지로 살아간다.
3개의 봉우리가 마치 매화를 닮았다고 해서 삼매봉이란 이름을 지니게 되었는데, 한자가 약간
다른 삼매봉(三每峰), 샘터가 있는 오름이라 하여 '세미오름'이란 별칭도 가지고 있으며, 신
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과 제주읍지(濟州邑誌)에는 삼매양망(三梅陽望), 탐라지(耽
羅誌)에는 삼매양악(三梅陽岳), 제주읍지(대정편)에는 삼매양봉(三梅讓烽) 등으로 등장한다.

산 전체가 삼매봉공원으로 살아가고 있는데, 산 정상에는 주변 바다를 살피고 봉화불을 피우
던 봉화대(烽火臺)가 있었으나 어느 세월이 잡아갔는지 사라지고 없다. 대신 남성정이란 정자
가 정상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정상부를 남망대(南望臺)라 불렀다. 쉼터와 운동시설이 닦
여져 있으며, 제주올레길7코스가 삼매봉을 휘감아 지나간다.
특히 이곳은 인간의 수명을 관리한다고 전하는 남극노인성(南極老人星) 관측지로 예로부터 유
명했다. 잃어버린 땅을 제외한 이 땅에서 남극노인성을 볼 수 있는 곳은 삼매봉과 서귀포 해
안이 전부일 정도로 보기가 힘든데, 밤에 이곳에 올라 손을 뻗으면 그 별에 닿는다는 전설이
있으며, 그로 인해 불로장생(不老長生)의 명소로 널리 알려져 오래 살고 싶은 인간의 욕심에
장작을 지피던 현장이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한라산과 바다 조망도 그런데로 괜찮은 편이며, 비록 외돌개 북쪽에 있고
그를 그늘에 두고 있지만 현실은 외돌개 그늘에 묻혀 찾는 이는 별로 없다. 하지만 외돌개 후
식용으로 가볍게 거닐만하며, 외돌개에서 올라가는 길이 경사가 조금 있고 산을 조금 올라야
되지만 산이 작아서 최소 30분 이내면 정상을 포함하여 산 1바퀴를 충분히 둘러볼 수 있다.

* 삼매봉 소재지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서홍동 819, 821


▲  삼매봉 정상으로 꾸준히 이어지는 계단길 (제주올레길7코스)

▲  삼매봉 중턱 숲길 (제주올레길7코스)
외돌개입구에서 제주올레길7코스를 따라 삼매봉으로 오르면 산 중턱에
이런 숲길이 나온다. 여기서 조금만 발품을 팔면 남극노인성이
아른거리는 삼매봉 정상에 이르게 된다.

▲  소나무가 우거진 삼매봉 정상 동쪽

▲  남망대(南望臺) 비석
삼매봉 정상부를 남망대라 불렀다.


▲  삼매봉 남성정(南星亭)

삼매봉 정상에 자리한 남성정은 팔각형 건물로 정자라기보다 그냥 전망대 같은 모습이다. 여
기서는 북쪽으로 한라산(漢拏山)이 아른거리고, 남쪽으로 남해바다, 동쪽은 서귀포 시내, 서
쪽으로 서귀포신시가지가 바라보인다. 게다가 대기도 청정하여 밤에는 수많은 별들이 관찰되
는데, 특히 남극노인성이 잘 보인다. 그래서 손을 뻗으면 별이 닿는다는 황당한 전설까지 나
온 모양이다. 물론 별들은 여기서 보이는 것보다 훨씬 이상으로 먼 곳에 있으며 손에 닿기는
커녕 우주선으로 가는 것도 불가능한 것이 불편한 현실이다.

삼매봉의 존재를 빛내주는 남극노인성(카노푸스)은 무병장수를 상징하는 별로 수성(壽星)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 존재감은 꽤 굵직하나 이 땅에서는 삼매봉과 서귀포 해안에서만 겨우 관측
이 가능할 정도로 토정비결(土亭秘訣)을 쓴 토정 이지함(土亭 李之菡)은 그를 보고자 한라산
을 3번이라 올랐다고 하며, 별이 밝게 보이면 국운(國運)이 융성해져 전쟁이 사라지고 이 별
을 3번 보면 무병장수한다고 한다. 하여 조선 조정은 매년 춘분과 추분에 노인성제(老人星祭)
를 지내 나라와 왕실의 안녕을 빌었다.
허나 그렇다고 서귀포 지역에서 늘 남극노인성이 관찰되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만나기가 무
척 까다로운 존재로 관측 가능 날짜와 시간은 다음과 같다.

9월 20일 : 5:30~일출(6:20)까지 관측 가능
9월 25일 : 5:00~일출(6:23)까지
10월 1일 : 4:40~일출(6:27)까지
10월 10일 : 4:00~일출(6:34)까지
10월 20일 : 3:20~일출(6:41)까지
11월 1일 : 2:40~일출(6:51)까지
11월 10일 : 2:00~6:00
11월 20일 : 1:20~5:20
12월 1일 : 0:40~4:40
12월 10일 : 0:00~4:00
12월 20일 : 23:20~다음날 3:20
1월 1일 : 22:40~다음날 2:40
1월 10일 : 22:00~다음날 2:00
1월 20일 : 21:20~다음날 1:20
2월 1일 : 20:40~다음날 0:40
2월 10일 : 20시~0시
2월 20일 : 19:20~23:20
3월 1일 : 18:55~22:40
3월 10일 : 19:02~22:00
3월 20일 : 19:10~21:20
4월 1일 : 19:19~20:40
4월 5일 : 19:22~20:20


▲  삼매봉 정상에서 바라본 남해바다
산 정상부에는 노란 유채꽃 등 여러 꽃과 수풀들이 둥지를 틀었고,
그 주위로 소나무들이 넓게 숲을 이룬다.

▲  삼매봉 정상에서 바라본 서귀포신시가지 (서쪽 방향)
흐린 날씨에 중공 잡것들이 불법으로 날려보낸 미세먼지의 영향으로
하늘이 곰탕처럼 흐릿해 조망은 별로이다.

▲  삼매봉 정상에서 바라본 서귀포 시내 (동쪽 방향)

▲  솔내음이 그윽한 삼매봉 숲길 (제주올레길7코스)

▲  삼매봉을 내려가면서 바라본 남해바다
황우지 선녀탕과 신선바위, 동너븐덕을 비롯해 바다에 두둥실 몸을 띄운
범섬까지 희미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  남성로 삼매봉중계소입구

삼매봉에서 제주올레길7코스를 따라 동쪽으로 내려가면 남성로가 지나는 삼매봉중계소입구이
다. 남성로는 삼매봉 남쪽과 서쪽 자락에 둘러진 길로 훤칠한 키의 야자수가 이곳의 남국(南
國) 풍경을 크게 돋군다.

시간은 어느덧 18시, 햇님은 오늘도 칼퇴근을 보이며 그만의 공간으로 사라지고 달님이 짙은
땅꺼미를 앞세우며 천하를 검게 물들인다. 당일치기로 넘어온 터라 이제 나의 제자리로 돌아
가야 되는데, 여기서 서귀포시내버스 615번(하례2리↔외돌개)을 타고 서귀포시내 중심지인 중
앙로터리로 이동하여 제주시내버스 281번(제주터미널↔서귀포터미널)으로 환승하여 한라산 동
쪽 옆구리인 성판악(城板岳)을 넘어 제주시내로 진입해 제주터미널에서 내렸다. 그리고 여기
서 제주시내버스 43-1번(제주국제공항↔절물, 명도암)을 잡아타고 제주국제공항으로 들어갔다.

제주국제공항 국내선에 들어가 탑승 수속을 마치고 탑승 공간으로 들어갔는데, 제주도 여행을
마치고 육지로 넘어가는 사람들로 그야말로 앉을 공간이 없었다. 겨우 자리 하나를 발견해 대
기하다가 20시 50분에 출발하는 비행기에 나를 담아 서울로 보냈다.

이렇게 하여 벌처럼 날라가 벌처럼 돌아온 제주도 당일 나들이는 대단원의 막을 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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