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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유난히도 추웠던 2005년 1월 22일(일요일), 2004년 6월 이래 근 19개월 만에 서울 5대 궁궐의
하나인 경복궁(景福宮)을 찾았다. 이번에는 개인적으로 찾아 간 것이 아닌 내가 활동하는
어느 궁궐답사 까페에서 그날(1월 22일) 경복궁 정모 답사를 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간만에
경복궁도 둘러보고, 경복궁 관련 여러 가지 이야기도 듣고 싶고 해서 겸사겸사 나간 것이다.
그 모임은 이번이 처음인데, 분위기는 대체로 괜찮은 것 같다. 특히 마음에 드는 것은 내
또래들이 많다는 것.. 그래서 더욱 재미가 있었던 것 같다.
이번 궁궐 나들이에는 어느 친한 여인네(9살 연하)와 같이 갔는데그 동생과는 1시 40분에
경복궁역 5번 나가는 곳에서 만나기로 하였으나, 부득불 2시가 되서야 겨우 경복궁 흥례문
(興禮門)에 이를 수가 있었다. 덕분에 엄청난 잔소리와 구박을... 얼마나 귀가 따가웠던지..
ㅋㅋ
2. 오후 2시부터 시작된 경복궁(景福宮) 나들이, 경복궁 궁궐가이드인 '김경'님의 인솔 아래
그 모임 회원 약 10여명과 더불어 2시간에 걸쳐 경복궁을 둘러보았다.
여기서 경복궁(사적 117호)의 내력을 아주 간단히 살펴본다면..
1392년 태조(太祖)에 의해 세워진 이래, 약 200년 가까이 조선 정부의 중심 궁궐(正宮)이
되었으며 임진왜란(壬辰倭亂) 때 개성(開城)으로 줄행랑을 친 선조(宣祖)의 조선정부를 원망
하며 백성들이 경복궁을 불질러버리면서 19세기 중반까지 터만 덩그러니 남아 오다가, 고종
연간(年間)에 이르러 왕권강화를 꿈꾸던 흥선대원군(興宣大院君)이 5년 동안 온갖 욕을 얻어먹
으며 용을 쓴 끝에, 다시 거대한 경복궁이 세워졌으나,1910년 이후, 흥례문 남쪽에 총독부
(總督府)가 세워지면서 경복궁의 수난은 시작, 1918년 창덕궁(昌德宮)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창덕궁 복구를 위해 교태전(交泰殿)을 비롯한 경복궁의 많은 전각들이 희생되었고, 1929년에
경복궁에서 총독부 주최 조선박람회(朝鮮博覽會)가 열리면서 추가로 따른 많은 전각들이 사라
졌는데 그 빈자리에는 조선반도 전역에서 집합시킨 석탑, 석등, 부도(浮屠)등이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다. 억불숭유(抑佛崇儒)를 내세웠던 조선 정부의 옛 심장에 불교 유물들을
빼곡히 갖다 놓았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해방 이후 겨우 목숨을 부지한 경복궁 전각은 달랑 10여채... 그 빈자리를 앞에서 언급한 불교
석조물 외에국립중앙박물관(지금의 국립민속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옛 건청궁 자리에 있던
건물로 지금은 철거됨), 수도방위사령부(건청궁 이북), 청와대(경복궁의 후원자리로 북악산
호랑이가 자주 놀러오던 곳)가 들어서게되었다.
또한 동십자각(東十字閣, 서울유형문화재 13호)은 도로 가운데에 외로이 떠 있는 섬이 되었으며,
서십자각은 아예 그 흔적도 없어졌고,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도 몇 번이나 이사를 해야 했다.
그나마 그 자리도 약간 비뚤어져 있어, 근정전과 일직선을 이루지도 못하고.. 참 비운의 궁궐
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3. 경복궁은 어린 시절부터 2004년 6월까지 약 30번 이상을 들락날락 했던 곳이라. 별로 새로운
기분은 없었다. 그냥 '오랜만에 경복궁에 왔네' 이정도... 아마도 너무 많이 찾아왔던 탓이겠지.
그렇지만 그새 경복궁도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경회루(慶會樓, 국보 224호) 동쪽으로 담장과
전각(殿閣)들이 새로 솟아났고, 경회루와 근정전(국보 223호) 꼭대기에는 예전에는 보지 못했던
높다란 철기둥이 솟아 있던데, 무슨 피뢰침 때문에 세웠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리 보기가 좋지
않았음. 그리고 경회루의 서쪽 지역과 향원정 이북 건청궁(乾淸宮)의 옛터도 한참 복원공사가
진행 중이다.
그 공사가 어느 정도 끝나는 2009년이 기대가 된다. 비록 옛날의 그것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그것을 어느 정도는흉내는 낼 수 있을 터이니..
4. 경복궁 답사코스는 흥례문을 시작으로 근정전(勤政殿), 사정전(思政殿), 집현전(수정전,
集賢殿), 경회루, 아미산(峨眉山) 굴뚝(보물 811호)과 꽃계단, 자경전(慈慶殿, 보물 809호),
향원정(香遠亭), 다시 흥례문과 광화문으로 이어지는 2시간 코스로 그날 따라 날씨가 망나니의
칼처럼 매우 매서웠다. 토요일까지는 날씨가 좀 포근했었는데, 하루빨리 겨울의 제국주의에서
벗어나 봄이 왔으면 좋겠다. 경복궁과 관련된 내용은 이 정도에서 마무리를 짓고..
5. 경복궁 산책이 끝나고 세종문화회관 부근 주막에서 깡장정식을 먹었다. 그 시간이 대략
오후 5시정도였는데 거의 이른 저녁을 먹은 셈이지. 밥을 된장에 비벼서 비빔밥을 해먹고,
해물들의 화려한 변신..해물파전은 우리의 입맛을 더욱 즐겁게 해주었다. 다만 아쉬운것은
곡차(穀茶) 한잔 하지 못한 것이..동동주 한잔 하면 정말 예술일텐데. ㅋㅋ
6. 오후 6시가 되자, 1차를 정리하고 밖으로 나온다.
아직은 이른 시간(?)이지만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집으로... 나와 같이 왔던 동생도 수원에
일이 있는 탓에 먼저 총총히..
나는 남은 이들과 더불어 인사동(仁寺洞)을 찾아가 어느 전통찻집에서 차 한잔의 여유를 즐겼다.
후식으로 유과, 떡 등의 간식을 겻드리면서..
나는 '백련(白蓮)잎차'라 불리는 차를 마셨는데, 맛은 괜찮은 것 같다. 향기도 그윽하고.. 차를
마시며 그 향기와 맛에 취하는 것이 너무 좋아서 차를 즐겨 마시는 편인데, 다만 아쉬운 것이
있다면 가격의 압박.. 한잔에 6000원..
저녁 9시 30분이 되자, 찻집에서의 회담(?)을 마치면서, 1월 22일 경복궁 답사는 다시는 돌아
오지않을 세월의 저편으로 그렇게 사라져 버렸다. 모든 것이 다 허무하게 일장춘몽(一場春夢)이
되어버린 것이다..
7. 그날 모임에서 만났던 사람들.. 비록 이름은 다 기억이 안나지만 이렇게 만난 인연이
나에게는 매우 소중하고 감사할 뿐이다. 다음에도 웃는 모습으로 또 만나기를 기원하면서..
8. 아래는 2005년 8월 4일, 강화도 선원사(禪源寺) 논두렁 연꽃축제에서 담은 어느 어여쁜
홍련(紅蓮)으로. 선원사 연꽃기행을 보고자 한다면 아래 사진을 클릭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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