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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과 바다, 초원을 만나다.. - 대관령 / 동해바다 기행 (2006년 5월 20일)'
'상편 ― 대관령 양떼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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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은 상, 하 2편으로 나누어 작성했습니다.



늙으신 어머니를 강릉에 두고
이 몸은 홀로 서울로 가네
돌아보니 고향은 아득히 멀고
저무는 산에는 흰구름이 난다.

*
신사임당(申師任堂)이 대관령 정상에서 모친을 그리며 지었다는 사친시(思親詩)


무더위를 앞세운 여름의 제국주의(帝國主義)가 서서히 그 고개를 들기 시작하던 5월 20일 토요일, 지인
(知人) 9명과 함께 대관령, 동해로 여행을 떠났다.
출발장소인 신도림역에서 아침 8시까지 모이기로 한 터라, 새벽부터 부랴부랴 서둘러 8시에 딱 맞쳐
도착을 했으나, 늦게 오는 이들이 속출하고, 수레 준비가 늦어진 탓에 8시 50분에야 겨우 출발을 할 수
있었다.

사람과 수레로 언제나 복잡한 서울 시내를 가까스로 빠져나갔으나 고속도로 역시 우리의 그런 마음을
애써 외면하면서 여주까지 근 2시간이나 걸렸다.
그렇지만 다행히 여주를 지나서부터는 도로가 시원스레 뚫리면서 11시 50분 대관령의 서쪽 입구, 횡계
에 이르렀고. 여기서 잠시 고속도로를 버리고, 지방도 수준으로 전락된 옛 영동고속도로 길로 들어서
정오에 양떼목장 입구인 옛 대관령휴게소에 도착했다.

1975년 영동고속도로 개통 이래, 2004년까지 대관령을 넘나들던 수레들을 상대로 끝없는 호황을 누렸
던 대관령휴게소, 그러나 2004년 대관령 우회도로가 개통되면서, 힘겹게 고개를 넘나들던 차량들은 모
두 그 길로 운전대를 돌려버렸다.
우회도로의 탄생으로 기존 대관령 길은 일반 지방도로 격하되고, 찾는 차량도 뚝 끊기면서 호경기를
누리던 '대관령 휴게소'는 결국 터널과 우회도로에 밀려 고사(枯死)해 버린 다른 고갯길의 휴게소처럼
결국 문을 닫고 역사의 뒤안길로 그렇게 사라져 버렸다.

현재 휴게소 건물은 거의 방치 수준이며, 옛 휴게소 주차장은 양떼목장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다.
주차장 부근으로 목장을 찾은 수레들을 상대로 주차요금을 받는 가건물과 먹을 것과 기념품을 파는 가
게들이 옛 휴게소의 빈자리를 약간이나마 채워주고 있는 정도이며, 휴게소 동남쪽으로는 웅장한 풍채
의 풍력(風力) 발전기 3대가 바람개비를 정신 없이 휘날리며 마치 우리를 날려버릴 듯한 기세로 그렇
게 서 있어 왠지 모를 긴장감이 엄습한다.

정말 오랜만에 맡아보는 800m 고지대의 신선한 공기, 그리고 무더위도 벌벌 떠는 대관령의 높새바람..
서울에선 결코 접해 볼 수 없는 언제 느껴도 그저 좋기만 한 그 공기의 청정한 향기의 코가 즐겁고,
신선한 바람의 소리에 귀가 즐겁고, 시원한 바람에 무더위가 쏙 사라지면서 몸 전체가 즐겁다.

말로만 지겹게 들어왔던 양떼목장에 대해 각자 나름대로의 환상을 가득 품으며, 주변에 자리한 나무와
꽃들의 한결같은 환영을 받으며 비포장길을 따라 목장으로 올라갔다.


♠ 대관령 양떼목장으로 들어서다.. ~

▲ 양떼목장을 알리는 이정표
드넓은 초원의 목동을 꿈꾸며 찾아온 이들을 위해 친절한 길눈의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
이정표를 따라 5분 정도 올라가면 본격적인 목장 초원이 펼쳐진다.

▲ 멀리 바라보이는 양떼
말로만 듣던 양(羊)을 직접 본다는 생각에 얼마나 마음이 설레던지. 특히 양띠(79년생)들
의 설레임은 정말 대단했던 것 같다.

그러나 아무리 올라가도 양은 좀처럼 보일 기미를 안보인다. 그저초원과 나무들만 가득히
보일 뿐. 여기가 과연 양떼목장이 맞는 것일까?
매표소에 이르니그제서야 멀리서나마 풀을 뜯는 양들의 모습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매표소에서 목장 직원들이 길목에 떡하니 버티고 앉아, 목장을 찾은 이들의 호주머니를
애타게 바라보고 있다. 그들의 얼굴에는 한결같이 '어느 누구도 그냥 들여보내서는안된다
~!'
비장한 각오들..

목장 입장료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입장료가 무려 3000원씩이나 한다는 사실에
다들 경악..~~!!
여기서는 입장료라 칭하지 않고, 목장에 어울리는 표현답게 '건초비'라 칭하고 하는데,
이는 양들먹이주기 체험 및 먹이로 쓰는 건초(乾草) 때문이다.
하지만 건초라고 해봤자. 겨우 마른풀 몇 덩어리 주는 것이 전부이며, 그 원가는 몇백원이
채 되질 않는다.
게다가 양들 먹이주기 체험은 결국 관광객들을 통해 자신들의 일손과 수고로움을 덜고자
하는 의도도 담겨져 있다.

돈 욕심이 지나치게 보이는 목장 입장료에 일행들은 수근수근.. 그러나 여기까지 왔는데
되돌아가기도 그렇고, 할 수 없이 거액의 돈을 지불하고, 목장으로 들어선다.
목장에 대한 기대와 환상은 지나친 건초비 앞에 잠시 무너져 버리고..


♠ 사람과 양들과의 만남.. ~~

▲ 애처로운 눈빛의 양 '먹을 것 좀 주면 안되겠니..~!'
입장료를 내고 2분 정도 들어가면 건초를 주는 곳이 나온다. 여기서 입장권을 제시하고
나무로 만든 소쿠리를 하나씩 쥐어들면 건초 관리자가 건초를 한 움쿰씩 담아 준다.
그 건초를 가지고 바로 옆에 있는 양들의 보금자리로 가서 그들에게 가까이 들이밀면소위
양들 먹이주기 체험은 끝...
물론 건초는 리필이 가능하나, 눈치를 엄청나게 주므로 적당히 하길 바란다.

▲ 소쿠리를 들이밀기가 무섭게 게걸스럽게 먹어대는 양들..
저들의 뱃 속에는 얼마나 많은 거지들이 들어 있을까? 순한 모습과는 달리 무섭게 먹어대는
저들의 놀라운 식욕에 잠시 어안이 벙벙해 진다.

▲ 바닥에 떨어진 마른풀까지 말끔히 먹어치우는 양
별로 넓지 않은 나무 칸막이 사이로 목을 비집고 바닥에 떨어진 풀까지 말끔히 먹어대는
양들의 모습이 몇일씩 굶주린 사람을 보듯, 너무 애처롭다.

▲ 풀 줘. 인간들아..!! ~
만지고 싶은 충동이 간절한 덥수룩한 털의 양이 나무 칸막이에 목을 대며, 먹을 것을 요구
하고 있다.
옆에 양은 소쿠리에 담긴 풀을 하나도 남김없이 먹어대고 있고..
저들의 눈에 사람들은 그저 먹을 것이나 주는 그런 존재들로만 보이는 것 같다.

▲ 사람과 양들의 어울림..
먹이를 주며, 양들을 만지고, 사진을 찍느라 분주한 사람들..
그리고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재롱을 떨고, 먹을 것을 챙기는 양들..
이렇게 보면 누가 과연 구경꾼이고 누가 동물원 원숭이인지 분간이 가질 않는다.

솔직히 양들 입장에서는 먹이를 주며, 사진을 찍고 하는 인간들의 행동이 자신들에게 재롱
을 떠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 밥 먹기도 귀찮은지. 저쪽 구석에들 쪼그려 앉아
졸음의 희롱을 즐기고 있다. ~


♠ 목동을 꿈꾸다 ~ 목장 초원 산책 (동쪽 부분)

▲ 초원의 주인 - 양떼
사람이 주는 거나 냉큼 받아먹는 아까 전 양들과 달리 초원을 자유로이 거닐며
스스로 먹을 것을 해결하고 있다.

▲ 유목민 마냥 무리 지으며 산을 오르는 양떼

▲ 한 폭의 풍경화, 평화로운 풍경 ~
고산지대에 펼쳐진 푸르른 초원의 모습, 푸르름은 언제나 마음을 편하게 해주고 눈을 즐겁게
해준다. 더군다나 양떼들이 노니는 초원이니 그 포근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 사람과 양의 만남
62,000평에 달하는 거대한 양떼목장에는 모두 12개의 방목장이 있는데, 280마리의 면양(綿羊)
들을 12개의 그룹으로 나누어 4일씩 주기적으로 방목장을 옮긴다.

양들이 정말로 순하긴 순한지 사람들이 오라고 손짓을 하면 아무거리낌 없이 다가와 자신을
부른 사람들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바쁜데 왜 불렀냐?'
사람들은 나름대로 준비한 풀 등의 후식거리를 양에게 건네니, 후식을 주섬주섬 챙겨 먹고는
다시그들의 무리로 돌아간다.

▲ 나에게 사뿐사뿐 다가오는 양
하얀 털의 양을 기대했지만, 한결같이 꼬질꼬질한 털의 양들뿐.. 바닥을 미는 대걸레처럼
수북히자라난 털을 만지기에는 좀 껄끄럽다.
게다가 그에게서 특유의 향기(?)가 사람들의 후각을 마비시켜 인상을 찌푸리게 만드니 아무
래도 털을 밀고 목욕을 할 때가 온 것 같다.

▲ 초원 속에 오아시스
그늘이 부족한 초원이라 더위에 지친 양들이 가끔 더위를 피하러 오는 그들의 조그마한
오아시스,
여름이 다가옴에도 겨울 외투 마냥 두꺼운 털 옷을 걸치고 있으니, 얼마나 더울꼬...?

▲ 잠시 뒤를 돌아보는 여유 ~
그저 앞만 보며 달리려고 하는 사람들의 부질없는 인생, 잠시나마 뒤를 돌아보며
자신이 걸어왔던 길을 다시 살펴보는 여유도 필요하지 않을까..?


♠ 목동을 꿈꾸다 ~ 목장 초원 산책 (서쪽 부분)

▲ 목장 정상부에 서 있는 오두막
허름하게 생긴 오두막 내(內)에는 아무것도 없다.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의 흔적들만 어지럽게 남아있을 뿐 (담배꽁초, 여러 쓰레기들..)

▲ 시원스레 뻗은 목장 산책로, 그리고 평창(平昌)의 산하..

▲ 목장 서쪽 산책로에서 바라본 동쪽 언덕
대관령은 한반도의 허리라 할 수 있는 백두대간(白頭大幹)이 지나가는 곳으로 원래는 수림
(樹林)으로 가득했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대규모의 목장을 조성하면서 그 울창했던
산림은 졸지에 풀만 가득한 초원으로 둔갑되었다.

얼마전 신문을 보니 대관령에 우후죽순 들어선 목장들 때문에 대관령의 생태계가 많이 손상
되었다는 내용을 접한 적이 있었다. 돈을 밝히는 소위 상업주의에 잔뜩 찌들어 목장의 영역
은 계속해서 넓어지고 목장 식구수도 점점불어나니, 이러다가는 정말 대관령 일대가 남아
나질 못할 것이다.

더 이상 목장의 영역을 넓히지 말고, 그 동안 파손된 대관령의 자연환경을 어느 정도는 다시
손봐야되지 않을까? 이러다 자칫 대관령 전체가 거대한 초원으로 화(化)할 수 있기 때문이
다.
돈을 위해서라면 멀쩡한 산 하나 반불구로 만들어버리는 것을 거의 예삿일로 여기는 우리
나라가 아니던가..?

▲ 동쪽 언덕을 내려가며..

▲ 동쪽 언덕 정상부에 있는 오두막
마치 다른 나라에 온 듯한, 이국적인 분위기의 양떼목장
언덕 정상부에는 널판지로 만든 오두막이 마치 양떼를 지키는 초소처럼 자리해 있다.
밤에 보면 좀 으시시해 보이는 우울한 모습의 오두막은 자칫 밋밋하기 쉬운 목장의 능선
위에 적절히 배치되어 있는 것 같다.
초원과 잘 어우러진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

▲ 초원 한가운데에 떨어진(?) 오르간
하늘나라의 선녀(仙女)가 연주했던 오르간은 아닐까?
그들의 취급 부주의로 오르간이 이 곳으로 뚝 떨어진 것 같다.
하늘에서 혹은 머나먼 별나라에서 떨어진 듯한 오르간, 그러나 소리는 나지 않는다.
아무래도 오르간의 원래 주인인 선녀 혹은 별나라 사람들만이 소리를 낼 수 있나 보다.

초원 한가운데에 떡 자리한 오르간의 모습, 그래서 그런지 꽤 쓸쓸해 보인다.


이렇게 하여 약 90분에 걸친 목장 나들이는 끝났다.
큰 기대를 하고 왔건만, 비싼 입장료와 약간 썰렁한 초원 분위기에 실망도 적지 않았다.
양털 등의 판매로도 어느 정도 수입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무엇 때문에 건초비 명목으로 3000원
씩이나 받는단 말인가? 그렇지만 목장을 한바퀴 둘러보면서 그런 아쉬움은 약간이나마 사라졌다.
어차피 거제도에 있는 외도(外道)처럼 1~2번 오고 말 것이니까..

꼬질꼬질한 털을 가졌지만 양들의 순함과 한가로운 목장의 풍경이 나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고, 양들의
덥수룩한 털만큼이나 포근한 느낌이 들었던 곳, 입장료만 1천원 이내로 낮춘다면 정말 100점 만점의 90점
감인데..

~~ 양떼 목장 찾아가기 ~~
* 승용차 - 영동고속도로
횡계나들목 456번 지방도로 진입 → 옛 대관령휴게소 → 대관령 양떼목장
* 대중교통 -
동서울터미널 / 원주에서 횡계 경유, 강릉 방면 직행버스 이용, 횡계에서 목장까지는 버스편은 없으므로
택시를 이용하기 바란다.
* 대관령 양떼목장으로 떠나는 여행상품이 많이 있다. 이들 상품은 보통 부근에 월정사, 봉평(메밀꽃밭,
가산 이효석 테마공원), 허브랜드, 정동진 등을 경유하며 가격은 3만원 선이다.
* 양떼목장 입장료 - 어른 3000원(20명 이상은 2000원)
* 관람 시간 - 9시 ~ 18시

목장을 내려오다가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목장으로 밀려오고, 그들을 안내하는 여자의 목걸이를 보니 낯익은
여행사의 가이드, 비록 그 사람은 모르지만, 그 여행사에 2004년부터 알고 지낸, 그 시절 나에게 거제도 /
외도 여행과 보성녹차밭 / 내소사(來蘇寺) 여행을 공짜로 시켜주던 한때 친분이 상당했던 가이드가 생각이
나서, 그에게 '그는 아직도 있습니까?' 물으니, 그렇다고 그런다. 그래서 그에게 안부 좀 전해달라고 부탁을
건네고 일행들과 함께 양떼목장을 떠났다.

횡계에서 잠시 헤어졌던 영동고속도로로 진입하여 운무(雲霧)로 가득한 대관령 길을 사뿐히 넘어 강릉시내로
진입, 경포대 해수욕장을 찾았다.

~~ 아쉽지만 상편은 여기서 끝. ~~

* 답사, 촬영 일시 - 2006년 5월 20일
* 상편 작성 시작일 - 2006년 6월 22일
* 상편 작성 완료일 - 2006년 6월 29일
* 상편 숙성기간 - 2006년 6월 30일 ~ 8월 10일
* 공개일 - 2006년 8월 10일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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