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제국이 저물고 가을이 한참 천하를 접수하던 10월 첫 주말에 강원도의 지붕인 정선을 찾 았다. 우선 정선의 새로운 명승지인 아라리촌을 둘러보고 정선 고을의 젖줄인 조양강(朝陽江)을 건너 읍내로 들어섰다. 정선읍내는 조양강이 굽이쳐 흐르는 비봉산(飛鳳山) 남쪽 자락에 둥지를 튼 읍으로 산이 있는 북쪽을 제외하고는 모두 조양강에 접해 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했던가? 그날은 마침 정선의 명물이자 5일장의 성지(聖地)인 정선5일장이 열리는 날이었다. 그래서 조그만 읍내는 장꾼들로 그야말로 활력이 넘쳐 흐른다. 정선5일장은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재래장터로 매달 2,7,12,17,22,27일에 열린다. 예전에는 고 을 사람들만 찾던 장터였으나 정선군의 꾸준한 홍보와 시장 개량 사업, 입소문 등으로 성남(城 南) 모란장에 버금가는 유명 5일 장터로 성장했다. 철도공사를 비롯한 여러 여행사에서 앞을 다 투어 정선5일장 관광상품을 선보이고 있으며, 찾는 이와 시장 매출이 해마다 늘고 있어 정선5일 장의 높은 인기를 보여준다.
정선의 푸짐한 인심과 정이 제대로 묻어난 정겨운 삶의 현장으로 구수한 강원도 사투리를 구사 하는 아줌마, 할머니 상인들의 인심과 친절에 녹아내려 서로들 물건 사기가 바쁘다. 또한 정선 의 토속 먹거리와 특산물이 푸짐하게 쏟아져 나와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하고 맛볼 수 있다. 장이 서는 날에는 평소보다 긴 800m의 장이 형성되며 5일장이 점점 인기를 더함에 따라 5일장과 별도로 봄과 여름, 가을 성수기에 주말장을 운영한다. 또한 정선아리랑극과 전통음식체험(떡메 치기,메밀부치기 체험 등) 등의 다양한 문화체험의 장을 선사한다. 단순히 시장만 보는 5일장이 아닌 문화체험까지 후식으로 겯드릴 수 있는 정선의 대표적인 관광상품으로 단단히 자리매김을 한 것이다. (정선아리랑극은 4~12월까지 장날에만 열리며, 16시 40분부터 50분 동안 함) 정선 장터에서 먹을 수 있는 토속 먹거리는 곤드레밥을 비롯하여 감자떡, 콧등치기, 올챙이묵, 메밀전, 전병, 황기백숙 등이 있으며, 특산물은 황기와 당귀, 더덕, 다양한 산나물, 찰옥수수, 옥수수술, 신배 등이 있다. 대부분 하늘과 가까운 정선 땅에서 나온 것들이다.
정선5일장의 중심지인 중앙시장으로 들어서니 그야말로 갖은 산해진미가 나그네의 발길을 붙잡 는다. 시장 손님들은 대부분 외지 사람들, 특히 수도권 사람들의 비중이 크다고 한다. 가끔 외 국인들도 눈에 띄어 정겹고 흥겨운 우리나라 5일 장터를 체험한다.
여행에서는 먹는 재미만큼 쏠쏠한 것이 없다. 향토음식을 파는 식당과 노점에는 사람들로 가득 하여 자리가 거의 없을 지경이다. 무척이나 시장한 배를 달래야 뒷탈이 없을텐데, 가는 곳마다 사람들로 산을 이루니 편히 앉아서 먹기는 틀린 것 같다. 그래서 메밀전 1장과 전병 1장을 사들 고 시장 밖으로 나왔다. 가격은 1장당 1,000~2,000원으로 정말 저렴하다. 정선터미널로 가면서 잠시 요기 할 곳을 찾다가 정선읍사무소 앞 소공원에 앉아 그것으로 늦은 점심을 떼었다. 전병은 내용물이 조금은 맵긴 했으나, 1장만 산 것이 억울할 정도로 맛이 부드 러웠다. 메밀전 역시 입안에서 살살 녹기가 바쁠 정도로 맛이 좋았다. 다시 시장으로 달려가 몇 장 더 살까도 했지만, 어느 정도 배도 찼고 다시 돌아가기도 귀찮고 해서 그만 두었다.
이렇게 점심을 먹고 다시 길을 떠나려고 하는데, 마침 읍사무소 우측에 오래된 푸른 나무 한 그 루가 나를 부른다. 바로 수령 500년의 봉양리 뽕나무였다. 정선읍내 한복판에 자리한 봉양리 뽕나무는 나이가 약 500년 이상 된 것으로 여겨진다. 우리나 라에서 가장 오래된 뽕나무의 하나로 가치가 높으며, 한참 푸르름의 절정을 누리며, 읍사무소 주변에 시원한 그늘을 드리워준다.
이 나무는 조선 초에 제주고씨(濟州高氏)가 벼슬을 그만두고 정선으로 낙향하여 옮겨심은 것이 라 전하며, 지금은 그 후손이 관리하고 있다. 나무의 높이는 25m에 이르러 읍내에 왠만한 건물 보다 높으며, 가슴높이의 둘레가 2.5m, 밑동둘레가 3.25m이다.옛날부터 정선에는 뽕나무가 많았 는지 상마십리(桑麻十里)로 불렸다고 한다. 허나 지금은 정선에 있는 뽕나무는 이것이 거의 유 일하다. |
※ 정선5일장, 봉양리뽕나무 찾아가기 (2012년 7월 기준) * 동서울터미널에서 정선행 직행버스가 1일 9회 떠난다. * 강릉에서 정선행 직행버스가 1~2시간 간격으로 있으며, 원주와 제천에서 1일 6회 다닌다. * 제천역에서 정선, 아우라지행 무궁화호 열차가 1일 2회(7:10, 10:09) 떠난다. * 정선5일장이 열리는 날(매달 2,7,12,17,22,27일)에는 청량리역에서 아우라지행 무궁화호 열차 가 운행한다. 이 열차는 8시에 청량리역을 출발하여 양평, 원주, 제천(10:09분 출발), 영월, 민둥산을 경유한다. (다른 날에는 운행안함) * 정선터미널에서 정선역이나 나전/여량, 동면, 증산, 고한 방면 군내버스를 타고 농협(정선5일 장)에서 하차 (봉양리 뽕나무는 읍사무소에서 하차, 읍사무소 옆에 나무가 있음) * 정선터미널에서 택시를 타면 기본요금 거리이며, 걸어갈 경우 읍사무소(뽕나무)까지 도보 16 분, 정선5일장터까지는 도보 20분 정도 걸린다. * 정선역에서 터미널로 가는 군내버스를 이용하면 되나 운행횟수가 매우 적으므로 가볍게 걷거 나 택시(기본요금)를 타기 바란다. 정선역에서 5일장터까지는 도보 20분 * 승용차로 갈 경우 (장터 주변에 주차장 있음) ① 영동고속도로 → 진부나들목을 나와서 우회전 → 정선방면 59번 국도 → 나전3거리에서 우회 전 → 정선제2교4거리 → 정선5일장, 정선읍사무소 ② 중앙고속도로 → 제천나들목을 나와서 영월방면 38번 국도 → 연당교차로에서 59번 국도로 진입 → 영월3거리에서 직진 → 문곡3거리에서 우회전 → 창리3거리에서 정선방면 42번 국도 로 우회전 → 정선읍내(정선5일장, 정선읍사무소) * 정선5일장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오른쪽 링크를 클릭한다 ☞ 정선관광 홈페이지 * 소재지 - 강원도 정선군 정선읍 봉양리 349-4 주변
봉양리 뽕나무와 인사를 나누고 정선터미널로 이동했다. 읍내에서 터미널은 다시 조양강을 건너 야 된다. 조양강은 읍내의 서쪽과 남쪽, 동쪽을 굽이쳐 흐르고 있어, 여량 방면인 북쪽을 제외 하고는 무조건 강을 건너야 읍내로 들어설 수 있다. 정선터미널에서 여량으로 가기 위해 1시간마다 떠나는 강릉행 직행버스를 탔다. 정선 땅은 구절 양장(九折羊腸)의 험준한 산악지대라 교통이 그리 좋지가 못하다. 강원도 안에서도 산이 많고 깊은 지대라 인근의 평창, 영월과 더불어 산다삼읍(山多三邑)이라 일컬어진다.
정선의 험준한 산을 넘으며, 조양강의 물줄기를 따라 25분 정도 달려 여량면(餘糧面)의 중심지 인 여량에 이르렀다. 여량은 말그대로 식량의 여분이 있다는 뜻으로 험한 산골짜기임에도 너른 들과 논이 있어 논농사가 가능했다. 그래서 식량이 남을 정도로 풍족했다고 전한다.
여량정류장에서 북쪽으로 가면 정선선의 실질적인 종점인 아우라지역이 나온다. 정선선의 종점 은 여기서 7.2km를 더 들어가야 되는 구절리(九切里)역이지만, 여객열차는 아우라지에서 바퀴를 접고 더 이상 들어가지 않는다. 대신 요즘 인기가 대단한 레일바이크(Rail bike)가 그 구간을 쑤시고 다닌다.
아우라지역은 원래 여량역이었으나 2000년에 아우라지로 이름을 갈았다. 이 역은 현재 역무원이 없는 무배치 간이역으로 역건물과 플랫폼, 철로가 전부이다. 역과 철로시설을 보호하는 담장도 없이 사방이 개방된 형태로 자유롭게 역 내부를 거닐 수 있으며, 하루에 2번 외부세계를 이어주 는 열차가 운행된다. 열차표는 열차에서 승무원이 알아서 끊어준다.
아우라지역을 지나면 잔디밭에 재현된 섶다리가 있고, 두 물줄기가 하나로 어우러지는 곳, 아우 라지가 바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