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북구 한복판에 누워있는 도심 속의 포근한 뒷동산 개운산<開運山, 안암산(安岩山)>
 ▲ 편안한 둘레길의 정석, 개운산둘레길 (명상의 길) |
도심 속에 자리한 개운산(134m)은 성북구 안암동과 종암동, 돈암동(敦岩洞)에 걸쳐있는 조촐 한 뫼이다. 개운산이란 이름은 산 남쪽에 자리한 개운사에서 비롯된 것으로 안암동에 있다고 해서 '안암산', 종암1동에 진씨(陳氏)의 채석장이 있어서 '진석산' 등의 별칭을 가지고 있다.
산 서쪽에는 그 유명한 미아리고개가 있으며, 그 고개를 통해 아리랑고개와 북악산(백악산), 북한산(삼각산) 산줄기와 이어진다. 산 남쪽과 동쪽은 평지이며, 북쪽은 야트막한 산지로 북 한산과 이어진다. 허나 개발의 무분별한 칼춤으로 인해 산 주위로 아파트와 주택들이 빼곡히 들어차 산의 목을 조르고 있으며, 그로 인해 도시에 완전히 고립된 외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다행히 1982 년 근린공원으로 지정되어 더 이상의 험한 꼴은 면했으나 겨우 높은 지대(거의 70~75m 이상) 만 자연의 공간으로 살아남았을 뿐이다.
개운산은 1936년 경성부(京城府, 서울의 왜정 시절 이름)에 편입되면서 그 주변이 신흥 주택 가로 주목을 받아 집들이 많이 들어서고 인구가 크게 늘어났다. 1940년 공원 지역으로 고시되 었으나 해방 이후 북쪽에서 많은 월남민들이 서울로 몰려들었고, 특히 도심과 가까운 안암산 자락에 마구 집을 닦아 머물면서 수목들이 상당히 희생되었다. 게다가 6.25전쟁으로 미아리고 개~개운산~종암동을 잇는 서울의 최후 방어 저지선을 지키고자 치열한 전쟁이 벌어져 산은 완 전 민둥산 신세가 되어버렸다. 1960년대 후반부터 꾸준히 나무를 심고 가꾸면서 다시 숱이 늘어났으나 산 주위로 주택가 확 대와 대학교들의 몸집 불리기로 계속 위협을 당하던 중, 1982년 근린공원으로 지정되면서 산 을 향한 개발의 칼질은 크게 줄었다. 2000년 이후 둘레길이 크게 유행을 타자 성북구가 3.4km의 개운산둘레길을 닦았고, 산책로와 산길 정비, 운동시설 확충, 울창한 숲속에 야외도서관과 유아숲체험장 등을 닦아놓아 조그만 산에 정말 없는 것이 거의 없을 정도로 알차게도 다듬었다. 게다가 숲이 짙어 조촐하게 산림 욕장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개운산은 덩치가 작으니 산행이 아닌 산책이란 말이 어울릴 것이다. 성북구의회에서 나들이를 시작하여 둘레길을 따라 산을 1바퀴 돌아도 되고, 성북구의회에서 북쪽으로 난 산책로를 따라 마로니에마당으로 이동해도 된다. 마로니에마당은 개운산 정상(134m)으로 산의 몸집에 비해 정상이 너무 북쪽으로 치우쳐져 있다. 산으로 인도하는 길은 성북구의회, 북악산길 개운산 구간(중간중간에 산길이 있음), 종암아이 파크2차아파트 남쪽 길(종암로9가길), 종암동 죽림정사, 동부센트레빌아파트, 돈암동 새소리 어린이공원, 돈암풍림아파트 등이 있으니 각자 취향에 따라 골라가기 바란다. 아직은 동네 사람들이 주로 찾는 동네 명소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지만 가볍게 오를만한 도 심 속의 아늑한 뒷동산이고, 둘레길도 일품급이니 점차 서울의 주요 명소로 크게 거듭나리라 믿는다. 그럼 지금부터 개운산을 1바퀴 둘러보도록 하자.
* 소재지 : 서울특별시 성북구 안암동, 종암동, 돈암동 |
 ▲ 지그재그로 닦여진 개운산둘레길 계단길 (명상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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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구의회 입구에서 2분 정도 들어가면 좌우로 갈라지는 막다른 3거리가 나온다. 여기서 왼 쪽(북쪽)으로 가면 의회, 개운산 정상 방면이고, 오른쪽(남쪽)은 군부대 쪽인데, 오른쪽으로 길을 잡으면 이내 개운산둘레길이 동아줄 같은 길을 살짝 내려놓는다. 여기서 둘레길로 들어서니 시멘트길 대신 정겨운 흙길이 펼쳐져 개운산도 엄연한 산임을 짙게 내비춘다. 아무래도 산이 작아서 사람들이 뒷동산, 언덕이라고 낮춰서 대하니 산도 발끈하여 이런 길을 꺼내든 모양이다. (둘레길은 상당수 흙길이며, 북쪽은 지형상 나무로 닦은 데크길 이 많음)
개운산둘레길은 3.4km로 명상의 길, 연인의 길, 산마루길, 사색의 길, 건강의 길 등 5개 코스 로 이루어져 있다. 허나 이들은 어디까지나 표면적인 이름일 뿐이며, 산이라 약간의 오르락내 리락이 있을 뿐, 길도 느긋하고 잘 닦여져 있다. 개운산 남쪽 봉우리에는 군부대가 닦여져 있어서 둘레길은 이들의 눈치를 보며 다소 남쪽으로 피해가며, 크게 1굽이를 돌면 종암동 구역으로 들어서게 된다. |
 ▲ 푸른 숲터널, 개운산둘레길 (명상의 길)
 ▲ 개운산둘레길(명상의 길)에서 바라본 천하 숲 사이로 종암동과 청량리, 천장산(天藏山, 홍릉수목원 뒷산), 중랑구 지역, 아차산 산줄기가 바라보인다. 비록 하늘로 조금 솟은 뫼이나 조망은 낮은 높이치고는 썩 괜찮은 편이다.
 ▲ 소나무가 그늘을 드리우는 개운산둘레길 (명상의 길)
 ▲ 개운산둘레길 종암동 구간에서 만난 바위들 (명상의 길) 세상이 바위에게 달아준 이름은 아직 없다. 바위들이 병풍처럼 들어선 모습이 그리 예사롭지는 않아 보여 옛날에 산악신앙이나 치성 장소로 쓰이지 않았을까 싶다.
 ▲ 개운산둘레길 종암동 구간에서 만난 운치 깊은 소나무 (명상의 길) 소나무를 해치지 않고 그 양 옆으로 길을 내어 그를 조금이나마 배려해주었다.
 ▲ 녹음 속에 펼쳐진 개운산둘레길 (연인의 길)
 ▲ 개운산둘레길(연인의 길)에서 윗쪽으로 오르는 계단길 저 계단의 끝에는 개운산 산책을 시작했던 성북구의회 남쪽과 이어진다. 결국 원점으로 다시 돌아간 셈이다.
 ▲ 개운산스포츠센터 뒷쪽(동쪽) 숲길
 ▲ 솔내음이 두텁게 막을 이루고 있는 담소정 서쪽 소나무숲 이곳 평상에 누워 낮잠 한숨 청하면 정말 꿀잠이 따로 없을 것 같다. 사진에는 짤렸지만 책장이 있는 야외도서관도 있으니 솔내음의 가피 아래 독서의 즐거움도 누려보자~~! (책은 반드시 제자리에 꽂아둘 것)
 ▲ 푸른 기와를 지닌 6각형 모습의 담소정(談笑亭) 정자 이름이 참 인간적이다. 즐겁게 이야기 꽃을 피우라는 뜻에서 그렇게 이름을 붙인 모양인데, 좋은 사람들과 즐기는 이야기꽃만큼 아름다운 꽃도 없지~~!
 ▲ 담소정에서 개운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산책로 (개운산둘레길 산마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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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잠시 떨어졌던 개운산둘레길은 담소정에서 다시 만나 정상(마로니에마당)까지 함께 한다 . 담소정~정상 구간을 산마루길이라 하는데, 이 구간이 개운산의 지붕 길이자 중심 길로 쿠션 이 느껴질 정도로 길이 잘 닦여져 있어 발도 아주 호강을 누린다. |
 ▲ 담소정에서 성북구의회 방면 산책로
 ▲ 개운산둘레길 산마루길 ① (개운산 정상 방면)
 ▲ 개운산둘레길 산마루길 ② (성북구의회 방면)
 ▲ 일품 그늘을 지닌 네모난 초가 정자 (산마루길 옆)
 ▲ 아직은 썰렁한 개운산 자연학습장 (산마루길 서쪽)
 ▲ 드디어 개운산 정상 직전 (저 길의 끝에 마로니에마당이 있음)
 ▲ 개운산 정상, 마로니에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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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운산에서 가장 하늘과 가까운 마로니에마당은 평평한 너른 공간이다. 이곳의 절반 정도는 푸른 잔디가 잔잔하게 입혀져 있으며 'H'마크가 새겨진 헬기장과 화목정이란 정자를 비롯해 쉼터와 운동시설이 넉넉히 깔려 있어 동네 사람들의 발길이 빈번하다. 정상이라고 하지만 주변에 나무가 빼곡하여 조망은 별로이며, 북쪽으로 둘레길을 따라 내려가 면 길음역과 동부센트레빌아파트 방면, 동쪽은 종암동 죽림정사로 이어진다. |
 |
 |
▲ 남쪽에서 바라본 마로니에마당 |
▲ 북쪽에서 바라본 마로니에마당과 헬기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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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푸른 기와를 지닌 화목정(和睦亭) |
▲ 개운산 정상 북쪽 밑에서 바라본 종암동과 개운산 남쪽 부분 |
 ▲ 개운산 정상에서 길음역 방면으로 내려가는 나무계단길 (개운산둘레길 사색의길 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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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운산 북쪽은 산세가 조금 패기가 있다. 그렇다고 아주 험한 것까지는 아닌데, 정상 바로 밑 이다 보니 경사가 다소 흥분을 한 것이다. 그래서 나무로 계단을 닦고 길을 내었는데, 둘레길 은 그 계단과 나무테크길을 따라 미아리고개 동쪽인 돈암삼성아파트 뒷쪽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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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운산 북쪽 자락을 흐르는 나무데크길 (개운산둘레길 사색의길) 산길을 편하게 닦아놓아 거닐기도 좋고, 숲도 삼삼하여 시원한 산바람을 맞으며 사색에 잠기기에 좋다. 하여 생각 좀 하고 살라는 뜻에서 길 이름을 사색의 길이라 지은 모양이다.
 ▲ 개운산 북쪽 자락 나무데크길(개운산둘레길 사색의길)에서 바라본 길음동 지역과 북한산(삼각산) 산줄기
 ▲ 동부센트레빌아파트 뒷쪽 산자락을 지나는 개운산둘레길 사색의길
 ▲ 개운산 나들이의 종점, 돈암1동 새소리어린이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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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운산둘레길을 완전히 1바퀴 돌고 싶었으나 시간도 그렇고, 더 이상 땡기지도 않아서 (여기 서 더 가면 다시 성북구의회임) 둘레길을 버리고 새소리어린이공원으로 내려왔다. 이 공원은 개운산의 북쪽 관문 중 하나로 길음역(4호선) 2,3번 출구에서 도보 5분 거리라 접근성도 아주 좋다.
시간은 어느덧 17시 30분. 그리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개운사와 보타사에 깃든 보물들, 그리고 개운산까지 많은 곳을 둘러보니 정말 배가 부르다. 특히 오랜 미답처였던 개운산은 거의 상당 부분을 둘러보았으니 그와의 첫 인연치고는 성과는 좋다. 욕심은 과하면 반드시 탈이 나는 법, 여기서 쿨하게 길을 접으며 개운산 봄나들이는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