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전산(679m) 서쪽 자락에 아늑히 안긴 금둔사는 하나의 절이라기도 보다는 동화 속 별천지 같 은 곳이다. 자연에 크게 거스르지 않고 자연의 일부로 조화된 금둔사는 우리식으로 표현하면 신 선이나 선녀의 세계, 서양식으로 표현하면 요정(nymph)의 세계 같은 곳이다. 지금까지 180곳이 넘는 고찰(古刹)에 발도장을 찍었지만 금둔사만큼 눈이 아프도록 아름다운 절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조경에서 본다면 금둔사는 천하 제일의 절이 분명하다. 1984년 절을 중건한 지허화상(指 墟和尙)과 조경(造景)을 기획한 이들에게 그야말로 감탄이 쏟아진다.
신선만이 넘나드는 비밀의 정원 같은 금둔사는 583년<백제 위덕왕 29년(威德王, 554~598)>에 담 혜화상(曇惠和尙)이 창건했다고 전한다. 백제 승려인 담혜화상은 554년 왕의 명으로 8명의 승려 와 함께 백제의 속방(屬邦)인 왜국(倭國)에 파견되어 불교를 전하고, 왜인(倭人) 승려 10여 명 을 양성했으며, 나중에 귀국하여 금둔사를 세웠다는 것이다. 7세기 후반에는 의상대사(義湘大師 )가 절을 중창하고 부근에 금강암(金剛庵)을 지어 머물렀다고 하며, 9세기 초반에는 철감국사( 澈鑒國師)와 그의 제자인 징효대사(澄曉大師)가 절을 중창하고 동림선원(桐林禪院)을 세워 육조 의 선풍을 널리 알렸다고 한다. 허나 백제 위덕왕 시절의 창건설과 의상대사의 중창건은 어디까 지나 설화나 지어낸 이야기일 뿐이며, 경내 뒤쪽에 자리한 3층석탑과 석불비상을 토대로 막연히 신라 후기에 창건된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다가 1999년부터 2002년까지 순천대학교 박물관에서 금둔사 일대 지층(120~150cm)을 발굴조사하면서 창건 당시의 건물터 지층이 발견되었고, 총 4동 의 건물터와 주춧돌, 연꽃무늬 수막새, 주름무늬병 등이 발굴되어 9세기 경에 창건된 절로 드러 났다.
고려시대로 들어서 1385년 고봉화상(高峰和尙)이 절을 중창하고 부근에 수정암(水晶庵)을 지어 머물렀다고 한다. 허나 이후로 이렇다 할 내력도 남기지 못한 채, 땅속으로 사라지고 만다. 다 만 조선 초기에 편찬된 동국여지승람(東國與地勝覽)에 금전산과 절의 이름이 등장하는 것으로 봐서는 조선 중기까지 법등을 유지하다가 정유재란이나 불의의 화재, 자연재해 등으로 망한 것 으로 보인다. 그후로 오랫동안 3층석탑과 석불비상을 안테나처럼 외부로 드러낸 채, 땅 속에 묻 혀갔으며, 절터에는 상송리 사람들이 일군 경작지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그러다가 1979년 도굴 되어 파괴된 3층석탑과 석불비상을 복원하고, 1983년 선암사 칠전선원에 있던 지허화상이 복원 불사를 벌여 1984년 대웅전과 선원, 약사전, 산신각, 요사 등 10여 동을 지어 지금에 이른다.
지허화상은 복원불사로 만족하지 않고, 우리나라 전통차의 보급과 발전을 위해 경내에 2천여 평 의 차밭을 일구었으며, 일주문에서 선암사 방면으로 300m 떨어진 곳에 선암사와 용연사, 금둔사 의 차씨를 심어 조성한 9천여 평의 지현다원이 있다. 이들 차밭에서는 일체의 비료나 거름을 사 용하지 않고, 봄과 가을 2차례에 차나무 부근에 자라난 잡초를 손질하는 것이 전부라고 한다. 이곳에서 자란 차는 '지허스님의 차','아무도 말하지 않는 한국자생차 이야기'의 저자인 지허화 상이 50년 동안 공들여 일군 결과이며, 처음에는 지인들에게 보급하는 정도였으나 1979년부터는 '가마금잎차', '금화산잎차', '천강월잎차'란 상품으로 전화나 우편주문으로 판매하고 있다. 금 둔사 차(茶)는 신라 후기에 철감국사와 징효대사에 의해 시작되었다고 하나 확실한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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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둔사는 차와 더불어 홍매화와 납월매가 유명하다. 홍매화는 말그대로 붉은 매화이며, 납월매 (納月梅)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 매화로 음력 12월에 피어난다고 한다. 우리나 라의 토종 매화로 매우 희귀한 품종인데, 오로지 금둔사에 뿌리를 내린 6그루가 전부이다. 이 납월매는 원래 낙안마을의 어느 민가에서 자라던 것이라 하며, 집 주인이 죽자 시들어 죽었다고 한다. 그러던 것을 지허화상이 그 씨앗을 수습하여 심은 것이다. 이곳 홍매화는 보통 3월 중~하순에 피어나 붉은 색 아름다움을 선보이며, 겨울의 제국으로 황량 하던 산야에 봄빛을 비춘다. 금둔사에 가려면 매화가 방긋하는 3월에 가야 그 진수를 누릴 수 있으나, 우리는 늦가을에 와서 홍매화는 커녕 몸을 움츠리며 봄을 기다리는 매화나무 가지만이 우리를 반길 따름이다.
금둔사는 널리 알려진 곳이 아니라서 찾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심산유곡(深山幽谷)에 자리한 한 폭의 그림 같은, 신선이 머물며 바둑을 두는 전설 속의 오랜 별장 같은 곳으로 속세의 온갖 짐을 내던지고 홍매화와 차의 향기, 금전사의 그윽한 풍경에 감동하여 한없이 묻혀 머물고 싶은 그런 절집이다. 자연에 어울리며 자연의 일부가 되어 사는 것이 얼마나 아름답고 편안한 것인지 를 이곳은 잘 말해준다.
절은 조촐하지만 볼거리가 풍성하며, 특히 경내에 펼쳐진 길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소장문화유 산으로는 보물로 지정된 3층석탑과 석불비상이 경내에서 가장 높은 곳에서 중생을 기다린다.
※ 금둔사 찾아가기 (2009년 11월 기준) ① 순천을 거쳐 가는 경우 * 서울 강남고속터미널(센트럴시티)에서 순천행 고속버스가 30~40분 간격으로, 동서울터미널에 서 순천,여수행 직행버스가 1일 6회 떠난다. * 서울(용산역), 수원역, 서대전역, 익산역에서 순천행 열차가 1일 13~14회 있으며, 부산(부전) 과 마산, 광주(서광주, 효천)에서 순천행 열차가 드문드문 다닌다. * 인천, 부산(노포동, 사상), 광주, 대구(서부), 수원, 진주에서 순천행 고속/직행버스 이용 * 순천에서 금둔사까지 바로 가는 버스는 없다. 순천역이나 순천터미널에서 61, 63, 68번 시내 버스(3노선 합쳐서 1일 20회 정도 운행)를 타고 낙안에서 금산으로 들어가는 군내버스(1일 7 회)로 환승하여 금둔사에서 내린다. 시간이 맞지 않으면 택시로 가거나 2km 도보 ② 벌교를 거쳐 가는 경우 * 서울 강남고속터미널(센트럴시티)에서 벌교행 고속버스가 1일 1회<15시 10분, 휴일에는 1회 증회(8시 10분)> 떠난다. * 용산역에서 서광주 경유 벌교로 가는 열차가 9시 45분에 떠난다. (6시간 소요) * 부산(사상)에서 벌교행 직행버스가 1일 20여 회, 광주에서는 1일 40여 회 다닌다. * 벌교터미널에서 낙안 경유 금산 방면 군내버스(1일 7회) 이용
* 승용차로 가는 경우 (주차장 있음) ① 남해고속도로 → 승주나들목 → 낙안 방면 857번 지방도 → 금산 → 금둔사 ② 남해고속도로 → 송광사나들목 → 벌교 방면 18번 국도 → 송광사입구 → 이읍 → 낙안 → 선암사 방면 857번 지방도 → 금둔사
★ 금둔사 관람정보 * 입장료와 주차비는 없음 * 금둔사 홍매화는 보통 3월 하순에 피어난다. * 금둔사에서 재배하는 전통차는 금둔사 홈페이지를 통해 구입할 수 있다. * 소재지 - 전라남도 순천시 낙안면 상송리 산2-1 (☎ 061-755-3809) * 금둔사 홈페이지는 아래 사진을 클릭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