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의 화천 나들이 (산천어축제, 토고미마을, 딴산)

' 한겨울의 강원도 화천 나들이 <1>'
(산천어축제 ~ 토고미마을 ~ 딴산)
화천 딴산폭포
▲ 얼어붙은 딴산폭포



강추위로 천하를 오들오들 떨게 한 겨울 제국의 위엄이 잠시 느슨해진 1월 하순 주말에 산천
어축제를 즐기러 강원도 화천(華川)을 찾았다.

원래는 금요일에 일행들과 함께 1박 2일로 가기로 했으나 나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함께 가지
못하고 토요일 아침에 따로 가기로 했다.동서울터미널에서 춘천행 첫차가 6시에 있으니 그들
1박 머무는 화천 토고미마을까지 빠르면 2시간 반이면 가능할 것 같았다. 물론 차 시간이 맞
아 떨어져야 가능하다.

드디어 토요일 4시, 새벽의 차디찬 기운을 가르며 대문을 나선다. 동서울까지는 바로 이어지
는 교통편이 없어 시내버스를 2번이나 갈아타며 동서울터미널에 5시 반에 도착,6시에 떠나는
춘천행 직행버스 첫차(6시)를 탔다.

2009년에 개통된 서울춘천고속도로(서울↔동홍천) 덕분에 춘천까지 1시간 13분이 걸렸다. 예
전에는 46번 경춘국도로 1시간 30~40분이 걸렸는데, 거의 20분 이상 단축이 된 셈이다. 보통
은 1시간 10분 내외로 걸린다고 한다.

춘천에서 화천행 직행버스가 7시 20분에 있어서 서둘렀는데, 정작 그 차는 고장 때문에 바퀴
를 접었고 7시 30분에 임시차가 들어와 나를 포함한 화천 승객을 싣고 북쪽으로 달린다.

춘천댐을 지나니 단단히 얼어붙은 북한강이 나그네를 맞이한다. 여전히 2차선을 고집중인 화
천행 5번 국도를 따라 눈에 덮힌 강원도의 산하(山河)를 즐기며 출발 50분 만인 8시 반에 화
천의 관문인 화천터미널에 이른다.

읍내에 들어서니 그야말로 산천어의 세상이다. 거리 곳곳에 알록달록 산천어 모형의 선등(仙
燈)이 가로수와 가로등에 의지하여 연등(蓮燈)처럼 달렸다. 낮에는 햇님의 위엄 앞에 모형처
럼 숨죽이고 있지만 밤에는 스스로 불을 밝혀 읍내를 대낮처럼 환하게 한다.특히 아시아빙등
광장의 야경(夜景)은 가히 장관이라고 한다.

화천터미널에서 산양리행 군내버스를 타야되는데, 간발의 차이로 놓치고 말았다. 하여 별 수
없이 50분이란 시간을 터미널에 내던지며 9시 20분 군내버스를 타고 10분 거리인 토고미마을
에 발을 내린다.

마을로 들어서는 다리는 화천읍내와 마찬가지로 산천어 모형이 가득하다.다리 북쪽에는 산천
어축제장이 터를 닦았는데, 마을 사람들이 산천어 손님을 맞고자 열심히 자리를 살피고 있었
다. 축제장의 남쪽과 북쪽은 얼음이 거의 없으나 축제장 일대는 인공(人工)으로 얼음을 두텁
게 얼려 서로 대조를 이룬다.

다리를 건너 일행에게 연락을 취해 그들이 머무는 펜션으로 갔다. 펜션은 축제장과 불과 100
m거리로 축제장이 훤히 보이는 하천<화천천(華川川)> 가에 있다. 펜션은 별장같은 아담한 주
택으로 거실이 넓고 딸린 방도 넉넉하여 능히 25명은 꾸역꾸역 집어넣을 수 있는 면적이다.
펜션에 들어가 일행과 인사를 하고 아침을 먹으며 이곳까지 정신없이 달려온 몸을 쉬게 했다.

처음 발을 들인 신대리 토고미마을은 화천천 동쪽에 포근하게 둥지를 튼 시골마을로 논과 밭
도 적지않게 꾸리고 있다. 토고미란 이름은 처음에는 한자어인줄 알았는데 순수 우리말인 모
양이다. 옛날 이곳에 부농(富農)들이 많았다고 하는데, 농사에 동원된 일꾼에게 품삯으로 꼭
쌀을 지급했다고 한다. 그래서 토고미라 불렸다는 것이다.

토고미마을은 농사 외에도 농촌체험과 자연학습 프로그램으로 도시인들을 손짓한다.또한 6월
에는 오리쌀 축제를, 1월에는 산천어축제가 열린다. 산천어축제는 화천읍내에서만 열리는 것
이 아니라 화천 곳곳에서 열려 축제 인파를 분산시킨다.
(2011년에는 구제역으로 산천어축제
가 취소됨)


♠ 토고미마을에서 즐긴 산천어축제

▲ 토고미마을로 들어가는 다리
버스에서 내리면 바로 마을로 들어가는 다리가 나그네를 맞는다.

▲ 다리 양쪽에 가득 매달린 다양한 색깔의 산천어 모형

▲ 다리 중간에 박힌 토고미마을 마크

▲ 슬슬 손님 맞을 준비를 하는 산천어축제장
축제장 너머 제일 왼쪽에 아련하게 보이는 집이 일행이 머문 펜션이다.
이곳 펜션과 민박은 마을에서 관리한다.

▲ 다리에서 바라본 산천어축제장


아침을 먹고 약간의 곡차(穀茶)도 마시며 느긋이 쉬다가 11시 넘어서 축제장으로 갔다. 마을에 들
어섰을 때만 해도 축제장이 한가하여 사람이 별로 없겠구나 싶어 방심을 했으나 10시가 넘으니 어
디서들 쏟아져 나왔는지 축제장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다들 놀란 눈으로 죄다 어디서 기어 나
왔나 어리둥절하며 이러다가 자리가 없는 것이 아닌가 걱정에 휩싸인다. 다들 몸은 펜션에 머물러
있지만 마음만은 벌써 축제장에 가 있는 것이다.
축제장을 가득 메운 인파의 95% 정도는 마을과 자매결연을 맺은 기업에서 놀러온 단체이다. 그들
을빼면 개인 손님은 거의 없다.

산천어낚시와 썰매를 생각하며 즐거운 마음에 축제장으로 넘어갔다. 낚시를 하기 전에 우선 몸풀
기로 얼음썰매를 탔다. 썰매는 공짜로 축제장 북쪽 한쪽에서 타면 된다. 썰매의 인기가 상당하여
간신히 구석에서 쉬고 있는 썰매를 끌고 와 두 손에 쥔 막대기(명칭을 모르겠음)로 얼음을 찍으며
열나게 얼음판을 가른다. 아주 어렸을 때 시골에서 몇번 타본 것이 고작인데, 어린이고 어른이고
다들 즐겁고 신나게 썰매에 임한다. 속세에 찌든 사람들은 썰매에 온몸을 의지하는 동안은 잊고
살던 어린 시절의 순수함과 그 시절의 향수에 젖어본다.


▲ 산천어축제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

▲ 썰매를 타는 사람들
얼음판을 가르며 속세의 찌든 떼를 날려본다.

▲ 썰매장 서쪽에 마련된 얼음축구장

간만에 얼음썰매를 신나게 타고 마을가게에서 구입한 낚싯대를 챙겨 낚시터로 이동했다. 산천어
낚시는 일종의 루어낚시(Lure Fishing)다. 금속이나 플라스틱 등으로 만든 가짜미끼(Lure)를 낚
시 끝에 매달아 낚시질을 하는 것이다. 낚싯대는 체험비를 포함하여 1만원이며(2010년 기준) 화
천사랑상품권 5천원짜리를 선물로 준다. 상품권은 축제장 인근에서 쓰면 된다. 낚싯대는 파리채
처럼 생긴 메탈지그에 줄이 감겨져 있는데, 그 줄의 끝에 물고기 모양의 루어가 달렸다. 그것을
물에 넣어서 낚시를 하면 된다.

산천어 낚시터는 2부분으로 나눠져 있는데 북쪽 부분은 단체 손님들로 바글바글하여 남쪽 부분으
로 갔다. 다들 인공으로 뚫은 구멍 하나씩 차지하여 대어를 꿈꾸는 강태공(姜太公)이 되어 낚시
에 임한다. 처음에는 적어도 1마리는 잡히겠지 생각하며 여유롭게 낚시에 임하나 우리도 그렇고
주변도 그렇고 산천어를 잡은 사람이 거의 없다. 어쩌다 한번 들려오는 '와 잡았다!!' 소리에 시
선이 모아지면서 그가 잡은 산천어를 부러움 반 경쟁심 반으로 구경한다.

산천어축제장은 이곳에 사는 산천어(송어의 일종)가 아닌 인위적으로 풀어넣은 산천어를 잡는 것
이다. 몇백 마리를 풀었다고 하는데, 이미 다 잡혔는지 아니면 산천어가 머리가 좋은 것인지 잡
히지가 않는다. 오로지 루어에 의지하여 낚일 때를 기다리는 것 외에는 별 도리가 없다. 살아있
는 미끼가 있으면 낚시가 좀 수월할텐데 그마저도 화천군청에서 수질오염을 내세워 사용을 못하
게 한다. 그저 운이 좋으면 잡히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세월만 낚는 것이다.

산천어축제는 인간에게는 여가를 즐기는 축제와 체험의 현장이다. 허나 산천어에게는 자신을 죽
이는 학살의 현장이다. 루어에 걸리는 그날 그들의 인생은 무참히 끝나기 때문이다. 혹 잡히지
않고 버티더라도 축제장은 물을 가둬서 얼음을 얼린 터라 밖으로 탈출하기도 어렵다. 결론적으로
수명을 몇일 연장하는 것 밖에는 되지 않으며, 모두 횟감으로 전락하게 된다.


▲ 산천어를 낚기 위한 얼음구멍과 루어낚싯대

▲ 산천어를 낚기 위한 얼음구멍 ~ 저 구멍에 낚시줄을 풀어 산천어를 잡는다.

▲ 드디어 잡힌 산천어의 위엄

얼음 구멍에 미끼를 넣은지 1시간이 다 되도록 어느 누구도 낚지 못했다. 그것은 주위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다들 월척을 꿈꾸며 이 먼 곳까지 달려 왔는데, 잡히지도 않으니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자포자기로 변해간다. 1마리는 잡아야 이곳에 온 본전을 뽑고 어깨를 피며 당당히 집으로
돌아갈텐데 말이다.

1시간이 좀 지났을까? 일행 중 어느 여인네의 미끼에 산천어가 걸려들었다. 일행이 10명이나 되
지만 아무도 잡지 못해 노심초사했는데, 드디어 잡힌 것이다. 그것도 전혀 잡지 못할 것 같은 사
람에게 낚인 것이다.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산천어의 위용에 '잡히지도 않는거 뭐하러 왔나~'
덜거리던 우리는 신이 났다. 그렇게나 애태우게 하던 그가 얼음판 위에 놓여져 사진의 모델이 되
었다. 어쩌다 이렇게 낚이게 되었는지 그것도 여인네에게.. 그는 아마도 숫놈이 아닐까? 암놈이
면 남자에게 낚였겠지..

산천어는 어떻게든 살기 위해 얼음판 위에서도 필사적으로 펄쩍거린다. 손으로 잡으니 그의 피부
가 미끄러워 잘 잡히지 않는다. 게다라 워낙에 힘이 좋아서 두 손으로 간신히 붙잡을 정도다. 살
려달라 애원하는 표정에 측은함도 들었으나 그들을 잡으러 여기까지 온 이상 그냥 풀어줄 수는
없었다. 산천어 측에서 몸값을 두둑히 주지 않는 이상은 말이다. 우리는 가져온 검은 비닐봉지에
조심스레 넣어 물이 약간 고인 곳에 두었다.

이렇게 산천어가 잡히니 다들 사기가 급상승하여 다시 낚시삼매에 열중한다. 나도 1마리 잡히겠
구나 싶은 희망을 품고 말이다. 얼음 구멍을 이리저리 옮겨가며 다시 산천어를 기대했지만 그 이
후로는 1마리도 잡히지 않았다. 결국은 10명이서 1마리를 잡고 끝난 것이다.


▲ 산천어회

낚시를 슬슬 정리하면서 낚싯대를 사온 동네가게에서 즉석으로 회를 뜬 산천어회 2접시를 사 먹
었다. 회는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물고기를 잡는 얼음판 위에서 초장에 찍어먹는 산천
어의 맛은 그렇게 환상적일 수가 없다. 입에서 살살 녹아 오장육부가 쾌재를 부른다. 2그릇이나
샀지만 금세 동이 나버린다. 반면 우리가 잡은 산천어는 그 자리에서 처리하지 않고 서울까지 모
시고 왔다.

낚시를 마치고 방을 비울 시간이 되어 짐을 수레에 옮기고 취사도구를 가져와서 낚시를 했던 얼
음판에서 라면을 끓여먹었다. 라면은 한 6개는 집어넣은 것 같은데, 거기에 파와 여러 양념을 넣
었다. 바깥에서 먹는 거라 그런지 집에서 먹는 것보다 엄청 꿀맛이다. 거기에 김치 등의 밑반찬
도 꿀맛의 정도를 더욱 배가시킨다. 거기에 찜닭과 소주까지 겯드리면서 뱃속을 두둑하게 채운다.

점심을 먹고 약간이나마 정들었던 토고미마을에서의 일정을 정리하고 마을을 떠났다. 바로 서울
로 가기에는 마음이 허전하여 한곳을 들리기로 했는데, 평화의댐으로 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
곳은 은근히 가기 힘든 곳이라 여기까지 올라온 김에 가보기로 한 것이다. 화천읍에서 평화의댐
까지는 약 70리 거리이다.

※ 토고미마을 찾아가기 (2011년 1월 기준)
* 동서울터미널에서 화천행 직행버스가 거의 1시간 간격으로 떠난다.(무정차직통 8시 10분 출발)
* 상봉터미널에서 화천행 직행버스가 거의 1~2시간 간격으로 떠난다.
* 춘천터미널(경춘선 남춘천역 1번 출구)에서 화천행 직행버스가 6시 30분부터 20~30분 간격으로
다닌다.
* 화천터미널에서 산양리(마현리, 말바위) 방면 군내버스를 타고 신대리(토고미마을) 하차. 군내
버스는 1일 19회 운행하며(막차는 21시) 화천시외터미널을 경유한다.
<문의 화천군내버스터미널 ☎ 033-442-2092>
* 승용차로 가는 경우 (주차는 마을 공터나 도로변 이용)
① 서울춘천고속도로 → 춘천분기점에서 중앙고속도로 춘천방면 → 춘천나들목을 나와서 직진 →
춘천시내(남춘천역, 호반로) → 소양2교 → 화천방면 5번 국도 → 화천읍내 → 산양리방면 5
번 국도 → 신대리(토고미마을)
② 서울 → 춘천방면 46번 국도 → 의암교 못미쳐에서 403번 지방도로 진입 → 금산리 → 춘천댐
→ 화천방면 5번 국도 → 화천읍내 → 산양리방면 5번 국도 → 신대리(토고미마을)

★ 토고미마을 관광정보
* 매년 1월에는 산천어축제, 6월에는 오리쌀축제가 열린다. 그 외에 다채로운 농촌체험과 별자리
관찰 등의 자연학습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 토고미마을에는 토고미자연학교와 토고미펜션, 토고미황토방, 마을회관, 관사 등의 숙박시설이
있다. 숙박/민박 문의 및 예약은 ☎ 033-441-7254
* 토고미마을 관련 정보와 숙박예약은
이곳을 클릭한다 (펜션 예약과 농촌/자연학습 프로그램 예
약 가능)
* 소재지 - 강원도 화천군 상서면 신대리 387-1


화천읍내로 나와서 토고미부터 따라온 화천천을 건너니 왼쪽으로 읍내 동쪽에 마련된 산천어축제
장이 보인다. 화천 산천어축제의 중심인 읍내 축제장은 화천천을 두텁게 얼린 넓은 공간으로 파
로호(破虜湖)에 수장된 중공군(中共軍)의 머릿수 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이 낚시를 즐기고 있었다.
어쩌면 산천어보다 사람이 더 많을 수도 있겠다. 다들 어떻게든 1마리 잡아 보겠다고 장비(張飛)
눈 마냥 부릅뜨며 열심히 낚시삼매의 바다 속에 빠져 있다.
화천천을 건너니 멋있게 얼어붙은 인공폭포가 눈길을 끈다. 폭포를 지나고 화천댐까지 북한강과
나란히 하여 달린다. 북한강은 겨울제국의 위엄 앞에 몸을 조아리며 봄의 해방군을 기다린다.

구만교(九萬橋)를 지나면 약간은 고색이 짙은 다리가 강 위에 걸려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올 것이
다. 바로 꺼먹다리이다. 많은 이들은 일개 다리로 여기고 그냥 지나치기 일쑤지만 철원(鐵原)에
있는 승일교(承日橋)처럼 남북이 합작(合作)으로 만든 나름대로 의미가 깊은 다리이다. 그렇다고
남북이 같이 협조하여 만든 것은 아니며 다음과 같은 사연이 전해온다.

6.25이전에 북한은 이곳에 다리를 놓으려고 교각(橋脚)을 세웠다. 하지만 그런 상태에서 6.25를
일으키면서 교각만 서 있는 채 오랫동안 방치되고 만다. 수많은 세월을 북한강에 무심히 흘러보
내고 1981년이 되서야 화천군민과 강원도청이 합심하여 그해 6월 다리를 완성했다. 그러니까 형
식적으로 남북합작의 다리인 셈이다. 예전에는 구만교라 불렀으나 다리 상판에 검은색 타르가 칠
해진 탓에 요즘은 주로 꺼먹다리라고 부른다. 다리 이름이 꽤나 정겹다. 현재 문화재청에서 지정
등록문화재 110호로 주마간산(走馬看山)으로 지나간 탓에 사진에 담지 못해 아쉽다. 파로호나
딴산, 평화의댐으로 가는 중에 한번 들려 그리 유쾌하지는 못하겠지만 남북분단의 처절한 비극을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꺼먹다리를 지나니 북한강이 동쪽으로 굽이치는 곳에 얼음으로 멋드러지게 치장한 산이 눈에 들
어온다. 바로 화천9경의 제2경이자 이름도 특이한 딴산이다. 원래는 평화의댐으로 바로 직행하려
고 했으나 생각치도 못한 딴산의 등장에 그곳에서 잠시 쉬었다 가기로 했다.


♠ 화천댐 밑에 둥지를 튼 명승지, 딴산
(딴산폭포, 딴산유원지)

▲ 얼어붙은 딴산폭포

화천9경의 제2경인 딴산은 풍산리에서 흘러오는 계곡과 북한강이 만나는 지점으로 수심이 얕고
강변은 캠핑을 하기에 적당하며, 경관 또한 아름답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유원지화되어 딴산유
원지가 둥지를 트게 되었다. 또한 화천군청에서 2009년부터 이곳을 테마관광지로 키우고 있어
화천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부각될 날도 멀지 않은 듯 하다.

이곳의 든든한 밥줄인 딴산에는 인공으로 만든 딴산폭포가 있는데 시샘쟁이 겨울제국이 얼음으
로 새하얗게 가려버렸다. 허나 얼음옷을 걸친 폭포의 자태도 제법 멋스러우며, 빙벽등반도 가능
하다. 또한 산천어/송어낚시터와 썰매장, 사륜구동 산악오토바이(ATV) 체험장, 오토캠핑장과 다
양한 숙박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이곳에서 물줄기를 따라 3km 올라가면 화천댐이 나온다.

이름도 재밌는 딴산에는 다음과 같은 부질없는 전설이 하나 전해온다.
아주 먼 옛날 조물주(造物主)가 금강산(金剛山)을 만들기 위해 멋있는 바위 12,000개를 모집한
다는 공고를 천하에 냈다. 공고의 내용은 아마도 선착순 모집인듯 싶었다. 그 공고를 접한 천하
의 수많은 바위들은 밤을 낮 삼아 금강산으로 달려갔는데, 딴산 역시 그 공고를 접했다. 그는
강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딱 내가 제격이다. 내가 빠지면 섭하지 우하하~' 자신하며 육
중한 몸집을 이끌고 금강산으로 길을 재촉했다. 허나 도착해보니 이미 모집은 끝났더란다.

크게 상심한 딴산은 고향으로 힘없이 돌아가다가 면목이 없어서 금강산과 가까운 지금의 자리에
눌러앉아 홀로 딴산이 되었다고. 그래서 딴산이라 불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딴산과 마찬가지로
울산(蔚山)에 살던 울산바위도 모집공고를 접하고 바로 금강산으로 달려갔으나 모집이 끝났다는
말에 지금의 설악산(雪嶽山) 울산바위 자리에 눌러앉았다고 한다. 그래도 울산바위는 몸집이 좋
아 조물주가 수문장(守門將) 자리를 제안했는데 자존심 강한 그는 거절했다고 한다. 출세를 위
해 달려온 바위, 한발 늦어 출세도 못하고 고향으로 돌아가다가 구겨진 자존심에 중간에서 눌러
앉은 바위의 비애는 돈과 출세를 위해 발버둥치는 인간의 삶을 상징한다. 바위의 전설은 옛 사
람이 지어낸 것이지만 그 이야기의 배경은 결국 인간인 것이다.

딴산을 감싸고 돈 주변 산은 모두 흙산이지만 유독 딴산만은 바위산을 띄고 있어 전설처럼 정말
로 다른 곳에서 넘어온 산인양 착각이 든다. 허나 아무리 모습이 달라도 그는 엄연한 이곳 토박
이 산이다. 여름에 강물의 수량이 많으면 마치 물가에 홀로 떠 있는 듯한 바위섬의 분위기를 자
아내며, 물안개가 살며시 피어난 아침 풍경은 가히 장관이라고 한다.


▲ 멋있게 얼어붙은 딴산폭포의 위엄
마치 오랜 동굴의 수억년 묵은 종유석을 보는 듯, 신비롭기 그지없다.

▲ 북한강 얼음판 위에 펼쳐진 딴산유원지

▲ 얼음판 위를 가르는 사륜구동 산악오토바이 체험장 ▼

딴산에 마련된 산천어낚시터에는 사람들로 바글댄다. 이곳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다른 곳보다는
산천어를 많이 풀어(그날 2천 마리를 풀었다고 함) 잡힐 확률이 크다고 한다. 그런 정보를 알았
다면 이곳에서 낚시를 하는 것인데 한편으로는 아쉬운 마음이 진하게 일어난다.

산천어낚시터 옆에는 썰매장과 4륜구동 산악오토바이(ATV) 타는 곳이 있다. 모두 꽁꽁 언 얼음
판이라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이 필요하다. 썰매야 토고미에서 실컷 타서 별로 땡기지는 않고
일행을 진하게 유혹한 산악오토바이에 눈이 가 2대를 빌려 타고 30분 가까이 얼음판 위를 신나
게 달렸다. 대여료는 30분 당 2만원에서 2만5천원 선, 얼음판을 따라 화천댐이 지키고 선 상류
로 올라가도 되지만 댐과 가까워질 수록 얼음의 안전을 장담 못한다.
빙판길이라 조심은 해야되지만 아주 험하게 몰지 않는 이상은 그다지 위험하지는 않다. 예전에
안면도(安眠島) 꽃지해변에서 산악오토바이를 즐긴 적이 있는데, 얼음판을 가르며 달리니 이것
도 정말 색다르다. 차량의 힘이 좋아 눈이 쌓인 곳도 거침없이 통과한다.

딴산에서 평화의댐을 잠시 뇌리 속에서 지우며 1시간 가까이 머물다가 다시 잊었던 길을 재촉했
다. 딴산에서 풍산리로 가려면 구슬픈 전설이 서린 처녀고개를 넘어야 된다. 전설의 내용이 나
그네의 심금을 진하게 울리는지라 본글에서는 생략한다.

※ 딴산 찾아가기 (2011년 1월 기준)
* 화천까지의 교통편은 토고미마을 참조
* 화천군내버스터미널에서 풍산리(1일 16회), 동촌리행(1일 3회) 군내버스를 타고 딴산 하차
(군내버스터미널은 화천시외터미널에서 도보 5분 거리)
* 승용차로 가는 경우 (주차장 있음, 주차비는 공짜)
① 서울춘천고속도로 → 춘천분기점에서 중앙고속도로 춘천방면 → 춘천나들목을 나와서 직진 →
춘천시내(남춘천역, 호반로) → 소양2교 → 화천방면 5번 국도 → 화천읍내로 들어서지 말고
강변도로로 직진 → 화천교를 건너 직진 → 딴산
② 서울 → 춘천방면 46번 국도 → 의암교 못미쳐에서 403번 지방도로 진입 → 금산리 → 춘천
댐 → 화천방면 5번 국도 → 화천읍내로 들어서지 말고 강변도로로 직진 → 화천교를 건너
직진 → 딴산
* 소재지 - 강원도 화천군 화천읍 대이리 산 1-1 (딴산유원지 ☎ 033-440-2547)


처녀고개를 넘어 4km 정도 가면 풍산리이다. 여기서 길은 2갈래로 갈리는데, 평화의댐은 오른쪽
460번 지방도(해산령 경유)로 가야 된다. 물론 직진을 해도 댐으로 갈 수는 있다. 길도 해산령
보다 완만하다. 하지만 민통선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일반 차량은 풍산리검문소에서 무조건 강제
회차를 당한다.

댐으로 가는 해산령은 강원도 산길의 진수를 보여주듯 그야말로 굽이굽이 고갯길이다. 뱀의 허
리에 올라탄 듯 정신없이 10분을 돌면 해발 700m 고지에 자리한 해산터널이 나타난다. 터널 길
이는 2km로 이제 험한 길은 다 올랐구나 싶었으나 그게 아니었다. 터널을 지나면 바로 99굽이길
이라 불리는 20리에 달하는 험령(險嶺)이 나타난다. 터널 이전에 지났던 길은 정말 명함도 내밀
수 없는, 한계령(寒溪嶺)과 진부령(陳富嶺) 조차도 고개를 숙일 정도로 어지러움의 위엄이 강하
게 서렸다.

평화의댐 방향을 기준으로 왼쪽은 산 오른쪽은 가파른 낭떠러지이다. 자칫 핸들을 잘못 놀릴 경
우 까마득한 저 아래쪽으로 정신 없이 굴러 떨어진다. 여기서 떨어지면 정말 찾기도 힘들 정도
다. 게다가 수레만 가끔 지날 뿐, 인적이 없으며, 민가는 풍산리부터 댐을 지나 양구 오미리에
이르기까지 단 하나도 없다. 아무래도 휴전선과 가까운 북쪽 변방이다 보니 그런 것이다. 여기
서 도로 북쪽 산을 넘으면 바로 민통선이다.
하늘에 떠있는 구름과 비슷한 위치를 정신없이 지나면 중간에 해산전망대가 있다. 전망대(展望
臺)라 하여 딱히 무슨 건물이 있는 것은 아니다. 조망이 일품인 곳에 나무로 대(臺)를 쌓고 그
걸 전망대로 삼은 것이다.

7리 정도를 가니 북한강의 물굽이가 어렴풋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화천 제일의 벽지인 비수
구미 입구를 지나 터널 2개를 헤쳐가면 좌우가 허전한 직선길을 지나게 된다. 바로 평화의댐이
다. 댐을 지나 왼쪽으로 가면 비목공원과 평화의댐 물문화관이 모습을 비춘다.

본글은 여기서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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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사, 촬영 일시 - 2010년 1월 30일
*작성 시작일 - 2010년 2월 5일
*작성 완료일 - 2010년 2월 9일
*숙성기간 ~ 2010년 2월 9일 ~ 2011년 1월 30일
*공개일 - 2011년 1월 30일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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