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국수'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8.02.26 첩첩한 산골에 숨겨진 신비의 탄산약수를 찾아서, 춘천 사명산 추곡약수 (천전리 지석묘, 춘천의 먹거리들)
  2. 2017.07.18 백두대간 한복판에 뉘어진 신비의 탄산약수, 홍천 삼봉약수 (삼봉자연휴양림, 운두령)
  3. 2015.01.28 겨울 축제의 성지, 화천 산천어축제 나들이

첩첩한 산골에 숨겨진 신비의 탄산약수를 찾아서, 춘천 사명산 추곡약수 (천전리 지석묘, 춘천의 먹거리들)



' 한겨울 춘천 나들이 '


▲  춘천 추곡약수


 

겨울 제국(帝國)의 혹독한 통치 속에서 묵은 해가 저물고 새해의 막이 올랐다. 강제로 나
이 1살이 누적되니 기분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의 한복판이다. 하여 꿀꿀한 기분도 좀 달래
고 조촐하게 몸보신도 누릴 겸, 요즘 한참 관심을 두고 있는 탄산 약수를 찾기로 했다.
탄산 약수는 태반이 강원도와 경북 산골에 묻혀 있어 서울에서 찾아가기가 그리 녹녹치가
못하다. 예전에는 서울에도 '천호약수'란 꽤 유명했던 탄산 약수가 있었지만 천박한 개발
의 칼질로 이제는 흔적도 없다. 그나마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탄산 약수는 춘천 추곡약수
, 비록 춘천(春川)이라고는 하지만 화천군과 양구군과 맞닿은 춘천의 북쪽 끝으머리에 자
리해 있다. 허나 교통편은 다른 탄산 약수와 달리 조금은 봐줄만한 편이라 흔쾌히 추곡약
수를 찾기로 하고 친한 후배와 길을 떠났다.

햇님이 하늘 중천에 걸려있던 오전 11시, 7호선과 경의중앙선, 경춘선이 만나는 상봉역에
서 그를 만나 경춘선 전철(청량리~상봉~춘천)을 타고 80여 분을 내달려 남춘천역에 두 발
을 내렸다.
남춘천역 서쪽인 온의4거리에서 추곡약수까지 들어가는 춘천시내버스 18번을 타면 되지만
시간이 전혀 맞지 않아 부득이 춘천시외터미널로 이동하여 양구(楊口)행 직행버스를 타기
로 했다. 허나 무려 50분 뒤에나 차가 있어 그 사이 점심이나 먹고자 바로 이웃에 자리한
이마트에서 늦은 점심을 때웠다.

점심을 먹고도 아직 20분이나 남아있어 터미널에서 억지로 시간을 죽이고 있으니 양구 경
유 속초행 직행버스가 슬그머니 타는 곳에 귀여운 얼굴을 들이민다. 그 버스를 타고 소양
강을 건너 신북읍과 천전리를 지나 우리나라 최장의 도로 터널로 등극한 배후령터널을 지
난다. 이 터널(5.1km)은 2012년 3월에 개통되었는데 터널 이전에는 뱀처럼 구불구불한 배
후령 고갯길을 힘들게 넘어야 했다.
배후령터널을 지나 화천군의 산하(간척리)를 잠시 거치다가 다시 춘천 땅으로 진입, 추곡
3거리(북산지서)에서 내렸다. 이곳은 인적도 거의 없는 첩첩한 산골로 4발 차량들의 굉음
외에는 소리라는 것이 거의 없다. 남쪽에는 소양호가 살짝 모습을 보이고 있고, 동쪽에는
양구로 인도하는 수인터널이 있으며, 동서남북 사방이 모두 산으로 막힌 그야말로 하늘의
감옥 같은 지형이다.


 

♠  추곡약수 둘러보기

▲  추곡약수 가는 길 (추곡약수3거리~약수터 입구)

우리가 찾는 추곡약수는 추곡3거리에서 2km 정도 들어가야 된다. 추곡3거리 바로 동쪽에 추곡
약수3거리가 있는데, 여기서 46번 국도 직선화로 무척이나 한가해진 왼쪽 길(소양호로)로 들
어선다. (직진하면 수인터널) 국도 직선화 이전에는 춘천과 양구를 오가던 차량들이 구불구불
소양호로를 이용했으나 직선 도로가 뚫리면서 차량들이 죄다 편한 새 길로 바퀴를 돌려 이제
는 추곡약수와 사명산, 소양호 상류 접근용으로 간신히 도로의 기능을 유지하고 있다.

주말이면 그래도 추곡약수와 사명산을 찾는 차량들이 좀 있을 터인데 평일이라 차량의 왕래가
없어 2차선 도로가 무척이나 넓고 외로워 보인다. 그 길을 거의 독점하며 북쪽으로 가다보면
약수터 입구가 나오는데, 여기서 소양호로를 버리고 북쪽 추곡약수길로 진입하면 된다.


▲  추곡약수 입구로 마중나온 익살스런 장승들

▲  추곡리 물푸레나무 - 춘천시 보호수 33호

그저 산바람 소리가 전부인 고적한 추곡약수길을 걷다보면 길 왼쪽에 커다란 나무 1그루가 잠
시 나좀 보고 가라며 발목을 붙잡는다. 나무 앞에는 그의 간략한 소개가 담긴 회색 피부의 안
내문이 있어 살펴보니 춘천시 보호수로 지정된 나이 지긋한 물푸레나무이다.
겨울 제국에게 영혼까지 털려 앙상한 뼈대만 남은 채, 봄의 해방군을 기다리는 이 나무는 나
이가 약 360여 년<2009년 보호수 지정 당시 추정 나이가 약 350년>으로 높이 10m, 둘레 360cm
이다. 추곡약수를 안내하던 오랜 길잡이로 나무에 돌이나 동전을 던져 가지 사이에 딱 들어앉
으면 아들을 낳는다는 믿거나 말거나 전설이 있어 '아들나무'란 별명도 지니고 있다.


▲  추곡약수길 (남쪽 방향, 물푸레나무를 조금 지난 지점)

▲  추곡약수길 (북쪽 방향, 추곡약수 마을 직전)

▲  시내버스가 바퀴를 돌리는 추곡약수 정류장

물푸레나무를 지나 5분 정도 가면 추곡약수 마을이 나온다. 마을 앞에는 넓은 공터와 버스 정
류장이 있는데, 춘천시내버스 18번이 여기서 바퀴를 돌려 춘천시내와 오항리로 이동한다. 그
버스를 타면 시외직행버스의 1/3가격으로 약수터 밑까지 편하게 접근할 수 있지만 1일 5회 밖
에 안다닌다는 커다란 함정이 있어 시간표를 미리 확인해야 뒷탈이 없다.


▲  추곡약수 가는 길 (마을에서 약수 방면)

▲  아련한 전설이 되버린 천연기념물 장수하늘소 발생지 비석

마을 동쪽 옆구리를 지나면 추곡약수와 사명산을 안내하는 안내문이 마중을 한다. 그들을 지
나면 계곡을 옆구리에 낀 오르막길이 약수까지 이어지며 약수 밑까지 계곡과 길을 따라 집이
들어서 있다. 이들 집은 상당수 추곡약수로 끓인 닭백숙을 다루는 식당으로 평일이라 손님이
없어 거의 문이 닫혀 있다.

추곡사란 조그만 절이 길 남쪽 언덕에 자리해 있고, 한때 국가 지정 천연기념물 75호로 소양
호에 싹 털려 영원히 사라진 '춘천 장수하늘소 발생지'를 알리는 조그만 비석이 우두커니 자
리해 우수에 젖어있다.
사연을 모르는 이들은 그냥 지나가기 일쑤지만 이 비석은 한때 지정문화재 앞에 안내문과 함
께 세우던 것으로 소양댐이 앗아간 장수하늘소와 북산면의 산하를 잠시 생각하게 만든다. 속
세의 뇌리 속에 완전히 잊혀진 춘천의 장수하늘소 발생지는 여기서 가까운 북산면 추전리 지
역으로 비석이 이곳에 있는 것을 보면 여기도 발생지의 일원이었던 모양이다.

소양댐 건설로 추전리를 비롯한 북산면의 산하가 강제로 물에 잠기자 추전리 산중턱에 있었던
장수하늘소 발생지가 물에 묻혔고 장수하늘소는 지구의 암덩어리, 인간을 원망하며 그렇게 자
취를 감추고 말았다. (1973년 천연기념물에서 정리되었음)


▲  추곡약수 아랫약수

약수터 길 끝에는 나를 이곳으로 부른 추곡약수가 둥지를 틀고 있다. 사명산(四明山, 1198m)
서남쪽 자락에 자리한 이곳은 춘천에서도 가장 벽지이자 북쪽 끝으머리로 칼처럼 솟아 구름을
베게로 삼은 높은 뫼들과 소양호로 이루어진 북산면의 소중한 꿀단지이다.

추곡약수는 윗약수와 아랫약수로 이루어져 있는데 윗약수는 1812년에 김원보(金元甫, 또는 강
원보)가 사명산 산신(山神)의 계시를 받아 발견했다고 전하며, 아랫약수는 약 100년 이전에
맹인 김성련(金成練)이 이곳을 지나다가(아마도 윗약수를 마시러 온 듯) 돌부리에 채여 넘어
지니 바로 그 자리에서 샘이 솟았다고 전한다.


▲  눈에 뒤덮힌 아랫약수 주변 (가운데 4각 지붕이 아랫약수,
오른쪽 주황색 지붕집은 식당)

이 약수는 보통 약수가 아닌 신비롭기 그지없는 탄산 약수로 철분과 나트륨, 탄산염, 황산염,
염소, 불소, 망간, 구리, 칼슘 등이 들어있어 물이 붉은 색을 띈다. 물은 톡 쏘는 쓴 맛으로
여기에 설탕을 타면 거의 천연사이다가 된다. 물맛은 일반 약수보다 다소 쓰지만 위장병과 빈
혈, 부인병, 신경통, 무좀 등에 효과가 있다고 전하며, 이 물로 밥을 지으면 밥이 파랗게 물
이 오르면서 일반 밥과 달리 꼬들꼬들하고 맛이 좋다.

철없던 어린 시절에는 이런 한약 같은 약수가 무척 싫었다. 하여 입에도 대지 않았었지. 그런
데 그 물로 지은 밥은 맛이 있어 몇 그릇을 뚝딱 비우곤 했다. 그러다가 어린 시절 그렇게나
동경했던 어른이 되면서 그렇게나 싫어했던 탄산 약수는 없어서 못마실 정도로 달콤한 약수로
바뀌었다. 나이가 들면 맛도 자연히 바뀌기 마련이지만 그만큼 건강을 챙겨야되는 우울한 나
이대에 이른 것이다.


▲  김원보가 약수를 발견한 것을 기리고자 그의 후손 자매가(손녀라고
되어있음) 1992년에 만든 추곡약수 발견내력 표석

▲  추곡약수 윗약수

추곡약수는 몸보신을 위해 왔으므로 마치 달콤한 음료수를 마시듯 몇 바가지를 마셔댔다. 몸
에 좋다고 하니 두둑히 마셔야 후회가 없지. 게다가 멀리서 왔으니 그 본전은 뽑아야 된다.
그렇게 심한 편은 아니지만 속이 좀 덥수룩했는데 정말 약수의 효과인지 꼬르륵 말썽을 부리
던 뱃속이 잠잠해진 것 같다. 마치 속이 없는 것처럼 말이다. 기분 같아서는 약수터 물이 마
르도록 더 퍼마시고 싶지만 위 용량의 한계가 있어서 더 마시진 못했다. 약수터 안내문을 보
니 1일 권장량이 1리터 이하라고 한다. (그날 아마 1.5리터는 마셨을 듯)


▲  추곡약수 윗약수 - 샘 주변이 시뻘겋다.

▲  겨울에 잠긴 추곡약수 윗계곡 (계곡은 출입 금지)
겨울 제국의 시련을 견디며 조용히 봄을 잉태한 계곡, 소쩍새가 우는 그날
거추장스런 눈과 얼음을 박차며 봄의 해방군을 맞이할 것이다.

▲  추곡사(楸谷寺) 가는 길

추곡약수 마을에서 약수로 가는 길목 남쪽 산중턱에 추곡사란 조그만 산사(山寺)가 자리해 있
다. 약수를 마시고 내려오면서 그냥 지나칠까 했지만 약수 하나만 보기에도 좀 허전하여 한번
살펴보기로 했다. 어차피 길목에 있으니 잠깐의 발품이면 충분하다.
추곡사는 20세기 중반 이후에 지어진 현대 사찰로 정확한 창건 시기는 모르겠다. 원래 이름은
명도암(明道庵)이었으나 지역 이름을 따서 추곡사로 갈았다. 숲에 둘러싸인 조촐한 경내에는
대웅전과 산신각, 요사 등이 있으며, 대웅전은 법당임에도 규모가 꽤 단출하다. 산신각도 대
웅전과 닮은 꼴이며, 대웅전 내에는 문수/보현보살을 대동한 금동석가3존불과 여러 탱화가 봉
안되어 있어 있을 것은 거의 다 갖추고 있다.

▲  간단한 모습의 추곡사 대웅전(大雄殿)

▲  추곡사 요사(寮舍)

▲  산신이 봉안된 산신각(山神閣)

▲  금빛찬란한 대웅전 석가3존불과 후불탱


▲  밝은 색채의 산신탱 - 두광(頭光)을 갖춘 너그러운 표정의 산신과
밥을 며칠 못먹었는지 까칠한 표정을 지은 호랑이, 그리고
앳된 모습의 동자 등이 그려져 있다.

※ 춘천 추곡약수 찾아가기 (2018년 2월 기준)
① 춘천까지
* 청량리역, 상봉역, 망우역, 퇴계원역, 평내호평역에서 경춘선 전철을 타고 남춘천역이나 춘
  천역 하차
* 용산역, 청량리역, 상봉역, 평내호평역에서 경춘선 ITX-청춘 열차를 타고 남춘천역이나 춘
  천역 하차
* 동서울터미널, 강남 센트럴시티, 잠실역(5번 출구)에서 춘천행 직행/고속버스 이용
* 인천, 부천, 고양, 구리, 성남, 수원, 평택, 강릉, 원주, 청주, 천안, 대전(복합), 전주,
  대구(북부, 동대구), 울산, 부산에서 춘천행 고속/직행버스 이용
② 현지교통
* 경춘선 남춘천역 1번 출구를 나와서 도로(영서로)를 따라 서쪽으로 조금 가면 온의4거리이
  다. 여기서 서쪽으로 길을 건너면 강남동(시외버스터미널) 정류장인데, 여기서 춘천시내버
  스 18번을 타고 추곡약수에서 내린다. <춘천시외터미널을 나와서 왼쪽(북쪽)으로 가면 온의
  4거리, 여기서 북쪽으로 길을 건너면 강남동 정류장>
  버스는 1일 5회 운행하며, 후평동에서 7:30, 9:05, 11:35, 15:40(하절기 16:35), 19시에 출
  발한다. (강남동은 15분 정도 추가)   버스 시간이 맞지 않으면 춘천시외터미널에서 양구행
  직행버스를 타고 북산지서에서 내려 2km 걷는다. (직행버스는 40~60분 간격, 춘천역 경유)
③ 승용차
* 중앙고속도로 → 춘천나들목에서 양구 방면 5번 국도 → 배후령터널 → 간척3거리 → 추곡
  약수3거리에서 좌회전 → 추곡약수

* 소재지 - 강원도 춘천시 북산면 추곡리 (추곡약수길 89-1)


 

♠  소양강 하류에 남아있는 청동기 유적 천전리지석묘(泉田里支石墓)
- 강원도 지방기념물 4호

추곡약수에서 조촐하게 약수 몸보신을 하며 사명산의 청정한 기운까지 누리다가 약수에 대한
미련을 애써 지운 채, 다시 추곡3거리(북산지서)로 나왔다. 그냥 춘천시내로 나갈까 하다가
추곡약수 하나로는 무척이나 허전하여 시내로 가는 길목에 자리한 천전리지석묘를 후식으로
살펴보기로 했다. 마침 춘천~양구 직행버스가 천전리지석묘 근처인 춘천국유림관리소에 정차
한다.

직행버스를 하염없이 기다리던 중, 그렇게나 보기 힘든 18번 시내버스가 시내에서 나와 추곡
약수로 들어갔다. 이 차는 추곡약수에서 바퀴를 돌려 다시 추곡3거리로 나왔다가 북산면사무
소가 있는 오항리로 들어가는데 그를 타면 참 저렴하게 천전리로 넘어갈 수 있지만 시내 방면
은 무려 1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된다. 시간은 이미 16시가 넘은 상태, 그때까지 햇님이 우리
를 기다리지 않기에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비싼 직행버스를 타야 되는데 이 직행버스도 좀
처럼 나타나질 않는다. 게다가 일몰 직전의 산골이라 칼바람이 춤을 추며 우리의 폭력성을 적
지 않게 테스트한다.
그렇게 기다린지 40분 만에 춘천행 직행버스가 짜잔 모습을 비추었다. 그의 등장에 잔뜩 일그
러진 표정은 긍정적인 표정으로 씨익 바뀌었지. 거의 비행기 이륙 수준으로 질주하는 그를 잡
아타고 간척3거리와 배후령터널을 지나 거의 20분 만에 천전리 춘천국유림관리소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려서 동쪽으로 조금 가면 천전나들목 입구 3거리인데 여기서 길 오른쪽에 천전리
지석묘를 알리는 갈색 피부의 이정표가 나온다. 그의 안내로 겨울잠에 잠긴 농산물 비닐하우
스 단지를 지나면 그 길의 끝에 천전리지석묘가 웅크리고 있다.


▲  고된 세월에 새까맣게 탄 서쪽 지석묘(고인돌)

소양강 북쪽, 천전리 경작지에 자리한 천전리지석묘(고인돌)는 2개의 기둥을 세우고 그 사이
에 시신과 유물을 담은 돌방을 낸 다음 커다란 뚜껑돌을 씌운 탁자식이다. 이들은 세력의 우
두머리나 부족장의 무덤으로 예전에는 10기가 있었으나 지금은 5기만 남은 상태이며, 다른 고
인돌에 비해 덩치가 작은 편이나 드물게 돌방이 잘 남아있다.

고인돌 뚜껑돌의 길이는 2.2~2.6m 정도이고, 기둥(받침돌)의 높이는 1~1.1m 정도이며, 돌방에
서 돌화살촉 3개와 대롱구슬, 민무늬토기 등이 출토되었다. 현재 돌방에는 잡석만 무성하며,
이들 고인돌을 통해 옛 조선(朝鮮)이 대륙을 호령했던 청동기시대에 춘천 지역에 조그만 세력
이 있었음을 귀뜀해준다. 이 세력은 점차 춘천 지역을 다스렸던 맥국(貊國)으로 발전하거나
혹은 그 세력에 강제통합된 것으로 여겨진다.


▲  장대한 세월의 무게를 극복하지 못하고 털썩 주저앉은 가련한 고인돌
천전리고인돌 형제 중 가장 덩치가 작다.

▲  검은 피부가 되버린 동쪽 고인돌들

▲  돌방을 꽁꽁 가리고 있는 동쪽 고인돌 (왼쪽에 꼬꾸라진 커다란 돌은
예전에 사라진 고인돌의 뚜껑돌)

▲  가장 동쪽 고인돌

※ 춘천 천전리지석묘 찾아가기 (2018년 2월 기준)
① 대중교통 (현지교통, 춘천국유림관리소 하차)
* 경춘선 남춘천역(1번 출구)에서 11, 150번 시내버스 이용 (150번은 다소 돌아감)
* 남춘천역(1번 출구)을 나와서 서쪽으로 조금 가면 온의4거리이다. 여기서 서쪽으로 길을 건
  너서 강남동(시외버스터미널)에서 11, 18, 18-1번 시내버스 이용
* 춘천역(1번 출구)에서 11, 12, 150번 시내버스 이용
* 춘천국유림관리소에서 하차하여 동쪽(소양댐)으로 200m 가면 천전리지석묘를 알리는 이정표
  가 나온다.
② 승용차
* 중앙고속도로 → 춘천나들목에서 양구 방면 5번 국도 → 천전나들목을 나와서 소양댐 방면
  좌회전 → 천전리지석묘 입구 (차는 이곳에 주차)
* 소재지 - 강원도 춘천시 신북읍 천전리 685-7


천전리고인돌을 보고나니 땅꺼미는 완전 짙어져 세상은 검은색 도화지가 되었다. 소양호와 칼
처럼 솟은 산들로 둘러싸인 춘천분지 특유의 칼바람과 맞서며 종일 돌아다녔더니 저녁 시장기
가 강하게 피어오른다. 저녁은 이미 정처를 정해둔 상태라 춘천의 명물인 닭갈비와 막국수,
빙어회를 내놓는 식당으로 즐비한 윗샘밭(천전리)을 버리고 춘천시내버스 13번을 타고 춘천시
내로 들어갔다.

신북읍과 소양2교, 강원도청을 차례로 지나 동부시장에서 내려 남쪽 골목길을 비집고 들어가
니 효자동(孝子洞)에 자리한 별당막국수가 모습을 드러낸다. (지금은 남부4거리 부근 약사동
으로 이전됨) 바로 이날 저녁을 처리할 집이다.
자리에 앉아 무엇을 먹을까 잠시 즐거운 고민을 벌이다가 춘천스타일에 맞게 막국수와 메밀전
병, 감자전을 주문했다. 잠시 뒤 따끈한 육수와 붉은 김치, 백김치 등 김치 2종류가 차려진다.
김치도 제법 숙성이 되서 맛이 좋았고, 백김치도 입에 잘 들어가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그리
고 바로 감자전과 메밀전병이 수줍은 듯 앞에 차려졌는데 감자전은 강원도에서 먹을 수 있는
일반적인 감자전 맛이고, 메밀전병은 정선5일장과 동해(東海) 북평5일장에서 먹던 그 맛과 비
슷하다. 전병은 거의 20덩이로 이루어져 있으며, 간장 양념장에 찍어 먹으면 고소하다.
이윽고 춘천스타일 음식의 제왕인 막국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막국수는 춘천을 비롯한 강원도
의 토속음식으로 국수와 계란 반토막, 돼지고기, 당근, 오이 등이 버무러져 막국수를 이루고
있다. 식당 종업원의 안내로 지정된 육수를 조금 부어서 막 비벼 먹으니 제법 맛이 살아난다.
그렇게 주문한 음식을 모두 처리하니 포만감의 행복과 식곤증이 살짝 밀려와 나를 희롱한다.


▲  감자전과 메밀전병, 김치 2종류

▲  막국수의 위엄

식당을 나오니 날씨는 더욱 심술을 부려 바람이 더욱 까칠해졌다. 이제는 쿨하게 집으로 돌아
가야 될 시간, 남춘천역까지 걸어가 경춘선 전철을 타고 미련없이 나의 제자리로 돌아왔다.
이렇게 하여 한겨울 춘천 나들이는 대단원의 막을 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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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한복판에 뉘어진 신비의 탄산약수, 홍천 삼봉약수 (삼봉자연휴양림, 운두령)



' 탄산약수의 성지를 찾아서 ~~~

홍천 삼봉약수터 (삼봉자연휴양림, 운두령) '

▲  삼봉약수터



 

봄이 겨울의 잔여 세력을 토벌하며 천하평정에 열을 올리던 3월의 한복판에 친한 후배와
강원도를 찾았다.
이번 나들이는 후배가 차를 렌트하여 1박2일 일정으로 강원도와 충북, 경북 지역을 유람
하기로 했는데 렌트카의 장점을 최대한 뽑고자 대중교통 접근성이 매우 고통스러운 곳을
중심으로 아주 아름답게 동선을 짰다. 그래서 요즘 한참 관심을 가지고 있는 탄산약수를
먼저 찾기로 하고 적당한 약수를 물색, 홍천 삼봉약수터에 격하게 반응을 보여 그곳을 1
번 답사지로 정했다.

아침 8시, 능동(陵洞) 어린이대공원 부근을 출발하여 우선 주유소에 들어가 2일 동안 수
고를 해줄 차량에게 밥을 두둑히 먹이고 긴 여정에 들어갔다. 사람이든 차량이든 동물이
든 무조건 배불리 먹고 봐야 된다.

언제나 번잡한 서울 시내를 벗어나 강변북로와 경강로(6번국도)를 신나게 달려 구성포에
서 56번 국도(구룡령로)로 진입했다. 칼처럼 솟은 산 사이를 구불구불 돌아 창촌에 이르
니 동쪽으로 보이는 산 정상부에 하얀 눈이 버젓히 쌓여있어 하늘에 그만큼 가까이 왔음
을 느끼게 한다.
12시 반 정도에 드디어 삼봉약수터를 품은 삼봉자연휴양림 입구에 도착했다. 같은 홍천(
洪川) 땅임에도 홍천읍에서 무려 80여km나 떨어진 곳이니 정말 허벌나게도 멀다. 참고로
홍천군은 우리의 실지(失地, 북한과 요동, 만주, 왜열도)를 제외한 이 땅에서 가장 넓은
행정구역으로 면적이 무려 1817.96㎢에 달한다. (서울의 약 3배임)
고을 대부분이 산지로 동쪽은 백두대간(白頭大幹)의 허리인 태백산맥이 흘러가 고산준령
을 이루며 칼처럼 솟은 뫼 사이로 적게나마 경작지가 누워있어 그곳에 주로 마을이 형성
되어 있다.

수해(樹海)에 잠긴 휴양림길을 들어서면 4동으로 이루어진 한옥지구와 제2야영장, 제1야
영장이 차례로 마중을 나오고, 주차장을 지나면 관리사무소(매표소)가 차단기로 길을 막
고 나그네의 호주머니를 쳐다본다. 삼봉약수터를 비롯한 매표소 북쪽은 유료(有料)의 땅
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꿩 대신 닭을 잡을 권리가 없기 때문에 순순히 입장료와 주차비를 치르니 그
제서야 차단기가 씨익 웃으며 올라간다.

햇빛지구 숙박동과 황토지구 숙박동을 지나니 조촐하게 닦인 약수터 주차장이 마중을 나
온다. 차량은 여기서 더 이상 바퀴를 굴릴 수 없으며 바로 계곡 너머로 삼봉약수터가 바
라보인다. (매표소 옆 주차장에 차량을 두고 삼봉약수터까지 걸어가도 됨, 1km 거리)


▲  삼봉자연휴양림 관리사무소와 매표소



♠  삼봉자연휴양림에 묻힌 신비의 약수, 삼봉약수터(三峯藥水)
- 천연기념물 530호

홍천에서 제일 벽지로 통하는 광원리 산골, 가칠봉 남쪽 자락 계곡에 삼봉약수터가 조용히 웅
크리고 있다.
삼봉약수는 일반 약수와는 차원이 틀린 탄산약수로 맛이 은근히 쓰다. 물 색깔이 붉어서 주변
이 온통 붉은 색을 이루고 있는데, 이 물에 설탕을 타면 천연사이다가 되고, 이 물로 밥을 지
으면 푸른색으로 꼬들꼬들 익어 맛이 좋다.

이 땅<만주와 북한 등 잃어버린 땅은 제외>의 탄산약수는 강원도와 충북, 경북 산골에 몰려있
는데, 그 수가 별로 많지 않다. 탄산약수의 대표적인 성지(聖地)로는 세계 3대 광천수(鑛泉水)
의 하나로 꼽히는 청주 초정약수가 있으며, 제법 이름이 알려진 약수로는 설악산 오색약수, 인
제 방동약수와 개인약수, 양구 후곡약수, 홍천 삼봉약수, 춘천 추곡약수, 평창 방아다리약수,
정선 화암약수, 봉화 오전약수, 청송 달기약수, 세종시 부강약수 등이 있다. 서울에도 천호약
수라고 수도권 제일의 탄산약수가 있었으나 천박한 개발의 칼질로 숨통이 끊어진지 이미 오래
이다. (아주 어린 시절에 가본 기억이 있음)

삼봉약수를 끼고 있는 계곡 이름이 실론계곡인데, 그 이름을 따서 실론약수(實論藥水)라 불리
기도 했으며 <'실룬약수'라 하기도 했음> 가칠봉(柯七峰, 1240m)과 사삼봉(私蔘峰, 1107m), 응
복산(應伏山, 1360m) 세 봉우리 중간에 자리해 있어 삼봉약수라 부르기도 한다. <물이 나오는
구멍이 3개라 하여 삼봉이란 이야기도 있음>

수질이 매우 우수하여 우리나라 명수(明水) 100선의 하나로 격하게 칭송을 받고 있으며, 철분
과 망간, 불소, 탄산이온 등 무려 15가지의 성분이 담겨져 있어 빈혈, 당뇨병, 신경통, 위장병
에 효과가 있다고 전한다. 나 역시 위장병을 자주 달고 사는 가련한 현대인이라 어린 시절 입
에도 대지 않았던 탄산약수에 격하게 흥분을 보이면서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씩 탄산약수를 찾
아가 약수가 마르고 닳도록 본전을 뽑고 있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건강을 챙길 나이가 된 것이
다.


▲  삼봉약수터

삼봉약수터는 3개의 혈(穴)로 이루어져 있다. 대자연 형님이 내린 신비의 물을 보호하고자 뚜
껑을 씌워 놓았는데 뚜껑을 열고 물을 마신 다음 다시 뚜껑으로 봉해야 된다. 어느 혈의 물을
마시든 색깔과 맛은 거의 같으며 탄산약수 특유의 약간 쓴 냄새가 조금 풍긴다. 그리고 혈 주
변은 약수의 영향으로 온통 시뻘겋다.

◀▲  신비의 물이 용솟음치는 삼봉약수터의
3개의 혈들 - 가뭄에도 거의 마를 날이
없다고 한다.

서울에서 이 먼 곳까지 힘들게 왔으니 약수는 원없이 마셔야 후회가 없을 것이다. 비록 물통을
준비하지 못해 서울까지 수송하지는 못했지만 대신 몸 속에 가득 넣어 위장을 거의 탄산화시켰
다. 3개의 구멍의 물을 모두 마셨는데, 총 1.5리터는 마신 것 같다. 철부지 어린 시절에는 정
말 입에도 대기 싫었던 탄산약수였는데, 이제는 입맛이 변했는지 달콤하기까지 한다. 이런 내
모습이 과연 제대로 된 모습일까? 아니면 나이를 먹었다는 쓰라린 신호일까?


▲  삼봉약수터 옆을 흐르는 계곡
때 묻지 않은 청정한 계곡으로 천연기념물의 지위를 누리고 있는 열목어(熱目魚)가
소리 없이 서식하고 있으며, 한여름에도 물이 차가워 5분 이상 발을 담그기가
어려울 정도로 여름 제국의 염통을 쫄깃하게 건드린다.

▲  삼봉약수터 옆 이팝나무 숲속에 조성된 약수지구 숙박동

삼봉약수터를 든든한 후광으로 삼은 삼봉자연휴양림은 1992년 산림청에서 조성한 국립휴양림이
다. 산골 벽지에 묻혀있어 접근성도 별로 안좋고 가는 길도 험하지만 그런 고생을 감수하고 안
긴 휴양림은 이곳이 속세인지 신선의 숨겨진 세계인지 햇갈릴 정도로 풍경이 청초하고 침엽수
와 활엽수가 절제된 조화를 이룬 숲은 매우 울창해 그동안의 고생을 싹 가시게 한다. (그래서
인간은 망각의 동물임)
하늘을 향해 늘씬하게 자라난 키다리 나무들이 하늘을 가리며 천연림을 이루고 있고, 열목어가
마음 놓고 꼬리를 흔들 정도로 계곡이 청정하며, 탄산약수의 성지로 추앙받는 삼봉약수터를 품
고 있다. 또한 이곳을 둘러싼 공기는 순수함을 자랑해 바깥 세상의 공기와는 맛과 질부터가 확
연히 틀리다. 이렇게 모든 것이 청정한 곳이니 휴양과 피서지로도 아주 휼륭하다.

휴양림에는 한옥 숙박동과 햇빛, 황토, 약수지구 등에 숙박동(객실 25개)이 있으며, 야영장 55
개, 주차장 4곳, 물놀이장 1곳이 있다. 광원리 계곡(실론계곡)이 휴양림의 한복판을 가로질러
속세로 흐르며, 삼봉약수터 북쪽에는 숲체험코스와 숲속교실, 그리고 가칠봉 정상으로 인도하
는 산길이 닦여져 있다. 또한 첩첩한 산골에 맞게 산촌 겨울나기 놀이체험과 숲해설 프로그램,
산림문화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 삼봉약수터, 삼봉자연휴양림 찾아가기 (2017년 6월 기준)
* 동서울터미널과 서울강남고속터미널(센트럴시티)에서 홍천행 직행버스 이용
* 수원, 성남, 고양(일산), 의정부, 속초, 춘천, 원주, 청주, 대전(복합), 전주, 대구(북부),
  포항, 울산, 부산(동부)에서 홍천행 직행버스 이용
* 홍천터미널에서 내면(창촌)행 직행버스가 1일 11회, 군내버스는 1일 3회 운행
* 내면(창촌)에서 목맥동, 명개리행 군내버스(1일 5회)를 타고 삼봉자연휴양림 하차
  (내면 출발시간 - 6:40, 9:00, 12:00, 16:40, 18:25)
* 승용차
① 영동고속도로 → 속사나들목을 나와서 속사, 진부 방면 → 속사3거리에서 좌회전 → 운두령
   → 자운교차로 직진 → 창촌3거리 우회전 → 창촌(내면) → 원당3거리 직진 → 삼봉자연휴
  양림입구 → 삼봉자연휴양림(삼봉약수터)
② 서울춘천고속도로 → 동홍천나들목을 나와서 홍천 방면 → 구성포교차로에서 서석 방면 56
   번 국도 → 솔치재터널 → 서석 → 율전3거리 우회전 → 창촌3거리 좌회전 → 창촌(내면)
   → 원당3거리 직진 → 삼봉자연휴양림입구 → 삼봉자연휴양림(삼봉약수터)

★ 삼봉약수터, 삼봉자연휴양림 관람정보 (2017년 6월 기준)
* 입장료 : 어른 1,000원(단체 800원), 청소년 600원(단체 500원), 어린이 300원(단체 200원)
  <단체는 20명 이상>
* 관람시간 : 9~18시 / 숙박시설 이용시간 : 15시~다음날 12시까지
* 주차비 : 1,500~5,000원 (1일 기준)
* 삼봉자연휴양림 예약과 이용정보는 아래 사진을 클릭한다.
* 소재지 : 강원도 홍천군 내면 광원리 산197-1 (삼봉휴양길 276, ☎ 033-435-8536)


▲  삼봉약수터 동쪽에 자리를 닦은 황토지구 숙박동


 

♠  막국수와 운두령(雲頭嶺)

▲  홍천에서 먹은 막국수와 여러 김치들

바가지에 불이 나도록 약수를 마시고 약수터 주변을 둘러보니 어느덧 14시가 넘었다. 휴양림을
품은 가칠봉까지 올라간다면 더욱 금상첨화겠지만 애당초 휴양림보다는 몸보신을 위한 약수터
에 더 큰 무게를 두었기 때문에 그들은 그렇게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다. 오로지 약수터에만 초
롱초롱 눈빛이 갔지. 하여 약수터 주변을 살펴보는 선에서 삼봉과의 인연을 흔쾌히 마무리지었
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다음에 혹 인연이 닿는다면 그때는 휴양림에서 호젓한 하룻밤을 보
내고 싶다.

졸고 있는 차량을 깨워 휴양림을 벗어나 점심 장소를 물색했다. 점심 시간도 많이 지났고, 지
금까지 딱히 먹은 것도 없어 뱃속에서는 배고프다며 계속 꼬르륵 소리로 불만을 표출한다.
창촌으로 나오던 중, 어느 적당한 식당이 눈에 들어왔다. 그곳은 막국수와 백숙 등을 팔고 있
었는데, 강원도 산골에 왔다면 그곳의 토속 음식인 막국수나 전병, 메밀전, 메밀전병 등은 먹
어줘야 후회가 없다. 그래서 그곳에 차를 대고 식당에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서니 단체 손님들로 시끌벅적했는데 안쪽 방에 자리를 잡고 막국수를 주문했다. 더
많은 것을 먹으면 좋겠지만 그날 충북 단양(丹陽)까지 먼 길을 가야되기에 위장을 너무 흥분시
키는 것도 그리 좋지는 않다. 그래서 일단은 막국수로 입가심을 하고 저녁에 황제처럼 먹기로
했다.


▲  두둑하게 나온 막국수의 위엄

막국수 주문을 하자 김치 3종류와 막국수 육수가 앞에 펼쳐진다. 그리고 약간의 시간을 흘려보
내니 드디어 주인공인 막국수가 큰 그릇에 담겨 나타난다. 김가루와 계란, 오이, 깨 등이 버무
려진 막국수는 전형적인 강원도 막국수 스타일로 거기에 육수를 넣어 먹으면 되는데 육수와 국
수도 얼큰하고 김치도 맛이 괜찮았다.
국수나 냉면이 1끼 식사로는 좀 허전하긴 하지만 이곳은 양이 많아서 그릇을 싹 비우니 뱃속이
완전 만땅이 되버렸다. 그 틈을 노려 식곤증이 스르륵 밀려와 배깔고 자라며 희롱을 하니 정말
벌러덩 눕고 싶다. 허나 갈 길이 멀기에 서비스로 제공되는 자판기 커피로 식곤증에 맞서며 오
후 단잠에 빠진 차량을 깨워 다시 부르릉 시동을 건다.

바로 단양으로 넘어가기에는 해가 아직 있어서 그 길목에 자리한 영월(寧越)에 잠시 들려 적당
한 정처(定處)를 찾기로 했는데, 그곳으로 가려면 반드시 운두령이란 무지막지한 고개를 넘어
야 된다. 그는 강원도에 널린 험준한 고개의 하나로 홍천군 내면과 평창군 용평면 경계에 자리
해 있으며, 그 고개를 넘으면 바로 장평과 진부, 영동고속도로로 이어진다.

운두령의 높이는 1,089m로 고개 시작부터 꼬부랑 고갯길의 절제된 모습을 보여주며 차와 사람
의 염통을 쫄깃하게 만든다. 한쪽은 가파른 오르막. 반대편은 밑이 보이지 않는 아찔한 내리막
으로 특히 차량이 넘나드는 고개 가운데 정선 만항재(1,330m) 다음으로 높아 운두령의 위엄을
실감케 한다.
운두령이란 이름은 늘 구름과 안개가 넘나든다는 시적인 뜻으로 그만큼 안개가 자주 낀다. 우
리가 지나갈 때는 다행히 쾌청했으나 미칠 정도로 고갯길 굴곡이 심해 자존심을 곱게 접고 바
퀴를 순진하게 굴려야 뒷탈이 없다. 그렇게 고개에 임하면 전혀 나올 것 같지 않던 운두령 정
상에 이르게 된다.


▲  운두령 정상 (평창 방향)

▲  운두령 정상 (홍천 내면 방향)

하늘과 맞닿은 운두령 정상에는 토산품을 파는 운두령쉼터와 주차장이 있다. 하지만 차량의 통
행이 많지 않아서인지 요란한 수준은 아니며 그냥 조그만 가게 수준이다. 고개 주변에는 겨울
의 부흥을 꿈꾸는 눈들이 여전히 남아 천하를 노리고 있고, 바깥에 마련된 화장실은 그들로 인
해 초토화(?)를 당해 잠시 기능이 상실되었다. 도로 휴게소의 기본 요소인 화장실이 그 지경이
되었으니 볼일은 쉼터 주변에서 알아서 봐야 된다.

운두령은 하늘의 소리가 들릴 정도로 높은 것은 분명하지만 그 장대한 높이에 비해 조망 범위
는 그리 넓지 않다. 고개 주변에는 그보다 높은 산들이 칼처럼 솟아 병풍을 이루고 있기 때문
이다. 북쪽으로는 홍천군 내면 지역, 남쪽은 평창군 용평면 지역이 바라보이며, 양 옆으로 계
방산(桂芳山, 1577.3m)의 산줄기가 흘러간다. 특히 계방산으로 인도하는 산길이 나있는데, 그
길로 2시간 30분 정도 얌전하게 오르면 계방산 정상에 이른다.


▲  운두령에서 계방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산길

운두령에서 잠시 바퀴를 접으며 하늘과 가까운 곳의 공기를 만끽하다가 다시 길을 재촉하였다.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구불구불 고갯길을 내려와 노동리에 이르니 미친 기운을 보인 운두령
길은 이내 흥분을 가라앉는다. 그런 상태로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의 현장 이승복(李承福)
기념관을 지나 속사(束沙)에서 우회전하여 평창(平昌) 방면으로 방향을 틀었다.

본글은 여기서 끝~~!! 이후 내용은 별도의 글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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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개일 - 2017년 6월 27일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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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축제의 성지, 화천 산천어축제 나들이

 


' 화천 산천어축제 나들이 '

▲  화천 산천어축제 맨손잡기 현장


 

묵은 해가 저물고 새해가 떠오르면 천하 곳곳에서 다채로운 겨울 축제가 열린다. 겨울 제국(
帝國)의 철권통치에 기가 죽어 집밖을 나서기가 쉽지는 않지만 축제는 사람들로 하여금 겨울
제국에 맞설 수 잇는 명분을 준다. 축제를 보러~ 즐기러~~ 강원도 내륙과 경기도 동북부, 경
북 내륙, 전북 내륙, 왜열도 북해도 등 겨울 축제의 성지(聖地)를 찾아 사람들은 먼 길도 마
다하지 않고 성지 순례를 떠난다.

우리나라 겨울 축제의 오랜 성지는 뭐니뭐니해도 태백산(太白山) 눈꽃축제일 것이다. 그런데
21세기에 들어 태백산의 염통을 쫄깃하게 만드는 강력한 라이벌이 여럿 등장했으니, 그중 하
나가 바로 화천 산천어축제이다. 올해 같은 경우는 토/일요일에만 10만 명 이상이 찾을 정도
로 나날이 대성황을 이루고 있는데, 이제는 이 땅을 넘어 해외에도 널리 알려지면서 외국 관
광객들도 적지 않게 찾아온다. 예전 미국(米國) 양키의 모 방송에서는 세계의 겨울 7대 불가
사의의 하나라며 이 축제를 격하게 띄워주기도 했다.

화천 산천어축제는 이미 2010년 겨울에 참여한 적이 있으나 화천읍 본행사장이 아닌, 토고미
마을에서 낚시를 했다. 그때 일행 10여 명이 얼음 구멍에 달라붙어 3시간 동안 고작 1마리를
잡는게 그쳤지.. (☞ 관련글 보러가기) 그때 산천어를 잡지 못한 아쉬움이 너무 커서 다음에
간다면 반드시 산천어의 씨를 말리리라 부질없는 다짐을 했다. 그러다가 이번 1월에 다시 기
회를 잡아 후배 여인네와 화천을 찾았다.

화천 산천어축제와 평창 송어축제, 가평/인제 빙어축제 등에 가려면 견지대라는 조그만 낚시
대를 가져가야 된다. 물론 현지에서 구입해도 상관은 없지만 인터넷에서 견지대, 미끼, 훌치
기 도구를 합쳐서 거의 5천원 이내에 파는 것을 축제장 현지에서는 견지대 하나만 사도 무려
5천원 이상을 요구한다. 게다가 축제 기간이라 수요가 많으니 현지 상인들이 배가 불러 불친
절하게 구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니 인터넷과 낚시전용가게에서 미리 사가지고 가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을 것이다. 나는 며칠 전 인터넷에서 3천원대 견지대와 미끼를 구입했다.

드디어 낚시를 떠나는 날 아침, 월척을 꿈꾸며 집을 나섰다. 겨울의 차디찬 태클을 물리치며
전철을 타고 상봉역으로 이동, 거기서 여인네를 만나 춘천(春川)행 전철을 타고 80분을 달려
남춘천역에 발을 내렸다. (상봉~춘천 경춘선 전철은 20~30분 간격으로 운행)

남춘천역에서 인근에 자리한 춘천터미널로 이동하여 화천행 직행버스를 타는데, 군부대 면회
수요와 산천어축제 수요로 인해 거의 50~60m 정도의 대기줄이 형성되어 있었다. 기겁을 할만
한 그 대기줄 앞에 언제 버스를 타고 가나? 걱정을 했지만 다행히 임시차가 적절히 투입되어
줄을 선지 30분 만에 춘천을 뜰 수 있었다. (춘천~화천 직행버스는 30~40분 간격)

만석의 기쁨을 누리며 춘천터미널을 출발한 우리의 버스는 춘천역에서 승객 20여 명을 더 태
워 완전 짐짝수송이 되었다. 그런 상태로 춘천시내를 벗어났고 춘천댐을 지나니 단단히 얼어
붙은 북한강이 나그네를 맞이한다. 여전히 2차선을 고집중인 화천행 5번 국도를 구불구불 따
라 하얀 수채화가 된 강원도의 산하(山河)를 즐기며 출발 50분 만에 화천터미널에 도착했다.


♠  화천 산천어축제 들어가기

▲  천일막국수에서 먹은 막국수의 위엄

화천에 도착하니 점심 직전이다. 금강산도 식후경(食後景)이란 아주 의미심장한 말이 있듯이 점
심을 먼저 들고 낚시에 임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축제장에도 먹을 곳이 많지만 강원도 산골의
향토 음식인 막국수가 진하게 땡긴다. 그래서 미리 적당한 막국수집을 조사하여 화천3거리 부근
에 자리한 천일막국수를 찾았다.

시골 식당의 향기가 묻어난 이 집은 막국수와 편육, 닭갈비 등을 내놓고 있는데, 막국수의 맛을
1마디로 표현하면 달콤하다. 남북분단을 상징이나 하듯 반토막난 삶은 계란과 오이, 깨, 육수가
어우러져 춘천/화천 스타일의 막국수를 자아내고 있었는데, 반찬은 김치와 나박김치가 전부이다.
정식이나 백반도 아니고 국수이니 반찬은 저 정도면 충분하지. 그렇게 기분 좋게 점심을 마치고
무료로 제공되는 후식 커피를 1잔씩 마시며 밖으로 나오니 밥 먹기 전에는 제법 칼처럼 날카롭
던 화천의 바람이 조금은 시원하게 다가온다.


▲  화천3거리 스케이트장과 산천어등
▲  중앙로에 조성된 선등거리 (화천3거리에서 화천대교 방향)

화천읍내는 산천어축제로 읍내 전체가 거의 잔치 분위기였다. 화천3거리에는 스케이트장이 조성
되어 있고, 화천3거리에서 화천대교로 이어지는 중앙로에는 온갖 산천어등을 허공에 잔뜩 메달
아 거대한 선등거리를 이루고 있다. 햇님의 위엄이 천하 구석구석 미치고 있는 시간이라 등들이
단순한 모형으로 잠자코 있지만 해가 커텐을 치고 나면 서로 몸을 밝히며 장대한 등축제 거리로
변신한다.
산천어축제에 왔다면 낮에는 산천어 낚시와 여러 체험거리를 즐기고, 저녁에는 선등거리의 둥축
제를 구경하면 산천어축제의 낮과 밤을 고루고루 둘러보게 된다.


▲  화천천 위에 조성된 산천어축제장의 레포츠 공간

산천어축제의 중심은 화천읍내 북쪽과 동쪽을 흐르는 화천천(華川川)이다. 이 하천은 북한강 지
류의 하나로 겨울 제국이 입힌 얼음을 30cm 이상 두께로 불려 그 위에 축제장을 깔았는데, 축제
장 길이가 약 1.8km 정도 된다. 축제가 끝나면 축제의 장이던 화천천 얼음판을 녹여 그 흔적을
지운다. 그래서 다른 때에 오면 이곳이 정말 흥성하던 그 축제의 현장인지 고개가 갸우뚱할 정
도이다.


▲  산천어축제의 백미, 산천어 맨손잡기 현장 (배머리교 서쪽)

▲  산천어 용사들이 비장의 각오로 맨손잡기 현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  차가운 물에 발을 담구며 몸을 푼다. (맨손잡기 현장)

▲  드디어 시작된 산천어 맨손잡기 (산천어 학대 현장)

배머리교 서쪽에는 산천어 맨손잡기 현장이 있다. 호랭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에 들어가야 되듯
이 산천어를 맨손으로 잡으려면 물에 흔쾌히 들어가야 된다. 한여름이면 들어갈 만하지만 동황
제(冬皇帝)의 위엄에 천하가 오들오들 떠는 1월의 한복판에 차디찬 물에 들어가는 것은 그리 쉽
지가 않다. 그렇다고 행사를 위해 특별히 따스한 물을 내주느냐. 그것도 아니다. 온수가 나오면
산천어가 힘을 못쓰기 때문에 공정한(?) 게임 법칙에 따라 차가운 물을 링에 풀었다.

산천어 맨손잡기는 산천어낚시 입장료와 별개로 가격이 다소 야박하다. 거의 1~2시간 간격으로
맨손잡기(평일은 1일 4회, 주말은 6회 이상)를 진행하는데, 입장료를 내고 참가를 신청한 다음
탈의실로 들어가 행사장에서 준비한 붉은 반팔 티와 검은 반바지로 갈아입고 순서대로 맨손잡기
링 바깥에 대기한다.
진행자의 지시에 따라 링으로 들어가 앉으면서 반드시 발을 물에 담가야 되며, 여기서 잠시 몇
가지 게임을 하다가 서로에게 물공격을 가하면서 차가운 물에 적응한 다음 온몸을 내던져 산천
어를 잡는다. 산천어가 잘 잡히지 않다보니 온몸이 물에 풍덩하기 일쑤고 적어도 하반신은 물에
젖기 마련이다. 산천어는 1인당 3마리 이하로 제한하고 있으며, 용감하게 나선 사람은 사회자가
특별히 1~2마리를 얹혀주기도 한다. 게임 시간(링에서 물고기 잡는 시간)은 3분 정도로 물이 매
우 차가워 감기 걸리기 쉽겠구나 싶지만 오히려 냉기로 겨울 제국에 대항하는 것이니 감기도 스
스로 도망친다. 그렇게 산천어를 무자비하게 탄압한 다음, 밖으로 나와 따뜻한 물이 나오는 족
욕장 천막에 들어가 씻으면 된다. 링에 나선 사람 중에 양이(洋夷)들도 적지 않은데, 산천어 하
나 잡겠다고 아주 목숨을 건다.

맨손잡기 현장을 구경하려면 링 주변보다는 바로 옆에 있는 배다리교 위에서 보는 것이 괜찮다.
옆에서 보는 거와 위에서 보는 거는 정말 천지 차이다. 그렇게 그 현장을 둘러보고 산천어 얼음
낚시터로 갔다.
얼음낚시터는 현장접수 장소와 예약접수 장소로 구분되어 있는데, 여인네가 미리 인터넷에서 예
약을 해서 예약접수 장소로 가면 된다. 그 장소는 맨손잡기 바로 서쪽에 자리한다. 반면 현장접
수는 배머리교 남쪽에 있는데, 주말에 가는 경우에는 일찍 가야 좋은 자리를 잡을 수 있다.

예약 접수 장소로 가서 예약을 확인하면 표를 2장 준다. 하나는 그냥 표이고, 다른 하나는 출입
증으로 잘보이는 곳에 달아야 된다. 단순 1회 입장이 아닌 1일 내내 입장으로 바깥으로 잠시 나
갔다 들어올 때 그걸 보여주면 된다. 그러니 꼭 잘 간수해야 된다.


♠  화천 산천어축제 즐기기

▲  산천어를 낚기 위한 얼음구멍
얼음구멍을 파려면 현장에 준비된 얼음끌대를 쓰면 된다.


표를 받고 예약접수 얼음낚시터로 들어갔는데, 사람들이 허벌나게 많다. 거의 화천군 인구를 초
과한 머릿수(화천군 인구가 27,000명)인 것이다. 이렇게 사람들이 많으니 축제로 벌어들인 돈이
어마어마하겠지. 포크레인 수십 대를 동원하여 돈을 쓸어담아도 어려울 정도로 말이다. 그리고
이 축제를 통해 음식점과 숙박업소, 온갖 가게들, 화천을 운행하는 시외버스 회사, 화천에 온갖
관광지들도 그 덕을 적지 않게 받았을 것이다.

그 많은 사람들이 인공으로 뚫은 얼음 구멍 하나씩 차지해 월척을 꿈꾸는 강태공(姜太公)이 되
어 낚시에 임한다. 우리도 간신히 적당한 자리를 찾아 낚시를 시작했는데, 과연 잡히기나 할련
지 모르겠다. 그 인파 가운데 고기를 낚은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편, 한동안 낚시에 정적이 감
돌다가 '와 잡았다!' 소리에 일제히 그곳을 향해 부러움 반 경쟁심 반으로 시선이 모아진다.

산천어축제장에서 풀어놓는 산천어는 이곳 토종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구입하거나 수입한 산천
어(송어의 일종)를 푼 것이다. 일정 시간이 되면 산천어를 담은 차가 와서 랜덤으로 아무 구멍
이나 산천어를 풀어넣는데, 그때가 되면 가라앉은 낚시터의 분위기와 강태공들의 사기가 다시
상승된다. 이때 산천어를 가져온 인부들에게 이곳에 제발 넣어달라고 부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낚시를 하려면 싱싱한 미끼와 온갖 도구가 필요한데, 이곳은 수질 오염을 이유로 생미끼와 훌치
기를 금하고 있다. 그러니 오로지 견지대 등의 낚시대와 물고기 모양의 미끼에 의존해야 된다.
물론 훌치기 등의 도구를 몰래 들이거나 경험치가 풍부하면 많이 잡을 수는 있지만 상당수는 오
로지 축제장의 요구에 따라 견지대에 의존한다. 그러니 장소와 운빨이 매우 중요하다. 운이 좋
으면 1마리 잡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세월만 낚는 것이다.
축제장으로 들일 수 있는 것은 낚시 의자와 깔고 앉을 것, 그리고 간식거리 정도이다. 얼음박스
는 반입이 안되며, 대신 물고기를 담을 수 있는 봉투를 1인당 1개씩 준다. 또한 1인당 3마리로
제한을 하고 있으나 그건 따로 검사를 하지 않는다.

산천어축제는 인간에게는 여가를 즐기는 축제와 체험의 현장이다. 허나 산천어에게는 자신을 죽
이는 학살의 현장이다. 미끼에 걸려 허우적거리는 그날 그들의 인생은 무참히 끝나기 때문이다.
혹 잡히지 않더라도 물을 가둬서 얼음을 얼린 터라 밖으로 탈출하는 건 불가능하다. 결론적으로
수명을 며칠 연장하는 꼴 밖에는 되지 않으며, 결국에는 모두 횟감이나 구이로 전락하게 된다.


▲  드디어 잡힌 산천어의 위엄
낚시에 임한지 1시간 여 만에 드디어 산천어 1마리가 걸려들었다.
우리가 그들의 인생을 이렇게 쫑나게 만드는구나..

▲  산천어 2마리 포획

▲  산천어보다 사람이 더 많은 산천어 얼음낚시 현장

▲  산천어 얼음낚시터에서 바라본 화천의 산과 하늘
유난히 맑고 푸른 하늘이 산천어바보들을 바라본다. 그날 하늘나라로
강제로 소환된 산천어가 과연 얼마나 될까? 하늘나라 수용능력이
초과되어 어쩔 수 없이 환생한 산천어도 혹 있지는 않을까?


3시간 동안 낚시를 하면서 4마리를 잡았다. 4마리를 강제로 세상 및 황천 구경을 시켜준 셈이다.
시간도 벌써 16시에 이르렀고, 슬슬 인원도 빠지는 분위기라 산천어 탄압을 그만두고 자리를 정
리했다.

잡은 산천어를 들고 어떻게 요리해 먹을까 궁리하다가 절반은 회, 나머지는 구이로 먹기로 했다.
그런데 회와 구이를 해주는 행사 천막은 기다리는 사람들로 꼬리에 꼬리를 물며 길게 늘어서 있
었다. 힘들게 잡은 산천어를 잡아먹는 것도 참 쉬운 것이 아니구나, 그렇다고 집까지 가져갈 수
도 없는 노릇이니 무작정 그 대열에 합류했다.

회(회센터)와 구이 장소(구이터)는 서로 떨어져 있는데, 구이터가 대기 인원이 좀 적어 먼저 되
었고 회센터는 40분 정도 기다려 회뜨는 곳까지 왔다. 여기서 산천어를 넘기면 칼로 잘 다져 회
로 만들어주는데, 회와 구이 모두 1마리당 2,000원이다.
잡은 산천어가 많은 경우에는 옆 사람에게 1~2마리 넘기라 권하기도 하며, 그렇게 산천어의 한
맺힌 하직 현장을 거쳐 회를 받는 곳으로 가서 계산을 하면 되는데, 이때 소주와 상추, 초장도
구입할 수 있다. 허나 그냥 회만 먹기는 뭐하니 태반이 소주나 상추, 초장을 구입한다. 이들을
모두 구입하면 2마리 기준으로 9,000~10,000원 정도 든다. 초장은 다 먹지도 못할 정도이나 상
추는 좀 부족하며, 소주는 3천원 정도이다. 그리고 다른 먹거리를 원한다면 인근에 있는 먹거리
천막에서 오뎅이나 메밀전병 등을 사들고 와도 된다. 또한 산천어를 잡지 못했을 경우 산천어회
도 사먹을 수 있는데, 이건 가격이 대개 비싸다. (2~3만원선)

그렇게 회와 구이를 들고 빈 자리에 가서 자신을 희생해 (물론 강제로 희생된 것이지) 신(神)과
동물들 사이에서 어정쩡하게 자리나 축내는 인간들에게 일용의 양식을 주신 산천어에게 고마움
과 위로를 올리며 조촐하게 낚시 뒷풀이를 한다. 우리가 잡은 산천어로 이렇게 한상 차려 먹게
되니 소원은 성취한 셈이다. 산천어에게는 미안하지만 인간 입장에서는 이 아비규환 같은 세상
을 살아가려면 먹고 살고 즐겨야 되지 않겠는가?
부디 산천어와 송어/빙어축제 때 학살된 물고기들은 다음 세상에 꼭 인간이나 그 이상의 존재로
태어나 한을 풀기를 바랄 뿐이요. 반대로 그들을 많이 잡은 사람들에 한해 내세에는 송어나 산
천어로 태어나 축제장에서 그들의 입장을 실감나게 체험해야 서로가 공평할 것이다.


▲  산천어회와 산천어구이
회와 구이 모두 맛이 좋다. 2마리를 회로 떴는데 양은 몇 젖가락 되지도 않는다.
저중에 남은 것은 쌈장 뿐..

▲  산천어축제 스케이트장

▲  산천어축제 얼음썰매장

산천어회와 구이로 배를 든든히 채우고 나머지 축제 현장을 둘러보았다. 한참 즐거움에 빠져있
는 얼음썰매장과 스케이트장을 비롯해 현장접수 얼음낚시터, 사륜구동(ATV) 체험장 등을 지나
화천 농산물과 먹거리를 파는 천막으로 갔다.
여기서 산천어축제 입장권과 같이 받은 농특산물교환권 5천원권 2장으로 다시금 먹거리를 사먹
으려고 했는데, 오로지 농특산물 구입에만 쓸 수 있다고 그런다. 그 교환권 외에 화천사랑상품
권도 있는데 이것만 먹거리에 사용이 가능하다. 허나 그건 얼음썰매나 기타 레포츠를 이용해야
받을 수 있다. 햇님이 꼴까닥 넘어가기 전이고 몸도 지쳐있어 썰매나 사륜구동 등을 타기도 뭐
해 살짝 자비를 청하니 메밀전병만 해주겠다고 그런다. 마침 내가 먹고 싶은 것이 그거였는데..
그래서 메밀전병과 화천동동주 1병을 더해서 다시금 배를 채운다.

메밀전병은 좀 맵기는 했지만 맛은 고소했고, 거기에 동동주까지 걸치니 몸이 싹 대펴지면서 졸
음이 나를 희롱하려 든다. 아까 먹은 산천어회/구이도 완전 소화가 되지 않은 상태에 그들까지
뱃속에 넣으니 배가 터지려고 그런다. 그래서 그날은 따로 저녁은 먹지 않았다.


▲  산천어축제 레포츠 장소

▲  화천천과 북한강이 하나가 되는 곳 (화천교)

산천어축제장 남쪽에는 현장접수 낚시터와 얼음을 얼리지 않은 루어낚시터가 있다. 그곳을 지나
면 화천교가 나오며, 여기서 화천천과 북한강이 만난다.
북한강은 얇게 얼음이 얼었는데, 주변은 온통 눈의 세상이다. 화천대교를 지나니 강 남쪽 위라
리로 이어지는 부교(浮橋)가 놓여져 있는데, 강 남쪽에 산천어축제 관광객을 위한 주차장이 있
어 접근 편의를 위해 가설한 것이다. 다리의 길이는 350m 정도로 깊은 강을 건너야 되는 터라
체감 거리는 한 1km 정도 되는 것 같다. 쫄깃해지는 염통을 진정시키며 그 부교를 건너면 화천
체육관과 화천민속박물관이다.


▲  얼어붙은 북한강 - 소쩍새가 우는 날이면 강도 얼음을 박차고 일어나겠지

▲  북한강 부교 - 다리가 조금씩 흔들려 간을 은근히 쫄깃하게 만든다.
강 북쪽은 화천읍내, 다리 건너로 보이는 강 남쪽은 화천민속박물관,
화천체육관 등이 있는 하남면 위라리이다.

▲  영롱하게 피어난 선등거리 (화천읍내 중앙로)

북한강 부교를 왕복하고 화천대교로터리로 나오니 여기서 화천3거리까지 길게 선등거리가 형성
되어있다. 마침 햇님이 퇴근하고 달님이 세상을 비추는 시간이라 햇님의 위엄에 움츠려있던 산
천어 선등이 서로 오색영롱한 불빛을 다투며 어두운 읍내 거리를 비춘다.
선등거리는 중앙로를 중심으로 읍내에 약 5km 정도 형성이 되어있는데, 총 24,000여 개의 산천
어등이 읍내를 장엄한다. 산천어의 수많은 피로 화천의 겨울과 백성들을 책임지며, 산천어축제
도 이렇게 발전한 것이니 선등도 모두 그들로 채운 것이다.
이 거리는 보통 12월 말부터 2월 말까지 운영하며, 17시 30분에서 22시까지 불을 밝힌다.


▲  어둠 속 터널 같은 선등거리 (화천읍내 중앙로)

선등거리를 지나 화천터미널로 나오니 산천어축제나 군면회를 마치고 바깥으로 나가려는 사람들
이 몇십m 길게 줄을 이루고 있었다. 다행히 임시차가 배차되어 앉아 갈 수 있었는데, 서서 가는
사람들은 춘천역까지 다리를 혹사시켜야 했다.
춘천터미널에서 두 발을 내려 터미널 옆에 자리한 이마트에 잠시 들렸다가 남춘천역으로 이동하
여 상봉행 전철을 타고 서울로 돌아왔다. 전철은 자리가 널널해 넓게 자리를 누리며, 잠시 꿈나
라 투어를 청했다. 꿈나라에서도 산천어를 잡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러다 산천어에게 쫓기
는 꿈을 꾸는 것은 아닌지 염려된다.

이렇게 하여 화천 산천어 축제 나들이는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

★ 화천 산천어축제 찾아가기 (2015년 1월 기준)
* 동서울터미널에서 화천행 직행버스가 30~40분 간격으로 떠난다.
* 춘천에서 화천행 직행버스가 30분 간격으로 떠난다. (춘천역 경유)
* 서울에서 경춘선 전철이나 경춘선 Itx-청춘 열차를 타고 남춘천역(춘천터미널 도보 7분 거리)
  이나 춘천역 하차
* 화천터미널에서 산천어축제장인 화천천까지는 도보 15분 이내 거리, 맨손잡이 장소와 예약접
  수 얼음낚시터는 배다리교 서쪽, 현장접수낚시터는 화천군청 옆 화천초등학교 방면으로 가면
  된다. (무조건 화천천만 찾으면 됨)
* 승용차로 가는 경우 (주차는 화천군청이나 화천초교, 화천대교 남단, 화천정보산업고, 홍천국
  토관리사무소 화천출장소 등을 이용하면 됨)
① 서울 → 경춘국도 → 춘천시내<또는 403번 지방도(서면) 경유> → 춘천댐 → 화천읍내(산천
   어축제장)
② 중앙고속도로 → 춘천나들목을 나와서 양구 방면 46번 국도 → 신북교차로 → 용산교차로 (
   또는 오음리, 파로호 경유) → 화천읍내

★ 얼음나라 화천 산천어축제 관람정보 (2015년 1월 기준)
* 축제 기간 : 2015년 1월 10일부터 2월 1일까지 (8:30~18:00)
* 입장료 - 중학생 이상과 어른 12,000원 / 초등학생과 경로, 국가유공자 8,000원
* 영유아 얼음낚시는 입장료 없음 (금,토 1일 3회 / 일요일 1일 2회 운영)
* 낚시 시간은 8:30~18:00, 1일 최대 인원은 1만4천명 (예약 6천명, 현장 8천명)
* 산천어축제 관련 정보나 온갖 체험 정보, 온라인 예약은 ☞ 이곳을 클릭한다.
* 소재지 - 강원도 화천군 화천읍 화천천 일원 (☎ 1688-3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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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개일 - 2015년 1월 20일부터
 * 글을 보셨으면 그냥 가지들 마시구 공감이나 추천을 흔쾌히 눌러주시거나 댓글 몇 자라도
   달아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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