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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7.11 자연이 빚은 아름다운 작품 ~ 예천 회룡포 (내성천, 회룡포마을, 비룡산, 장안사)

자연이 빚은 아름다운 작품 ~ 예천 회룡포 (내성천, 회룡포마을, 비룡산, 장안사)

 

' 자연이 빚은 대작품 ~ 예천 회룡포(回龍浦) '

▲  회룡포

 


가을이 저물고 겨울 제국이 서서히 용솟음치던 11월 끝 무렵에 경북 예천(醴泉)을 찾았다. 아
침 10시에 예천읍내 남쪽에 있는 개심사지(開心寺址) 5층석탑에서 머나먼 남쪽에서 온 일행들
과 만나 개심사지5층석탑과 초간정(草澗亭). 용문사(龍門寺)를 둘러보고 회룡포입구인 용궁으
로 이동하여 늦은 점심을 먹었다.

용궁(龍宮)은 예천읍과 점촌(문경) 사이에 자리한 고을로 예전에는 독자적인 고을이었으나 지
금은 예천군의 일원으로 조용히 살아간다. 이곳은 순대국과 한우고기로 매우 유명한데 우리는
한우구이와 전골을 먹었다. 한우구이는 불판에 야들야들 구워서 상추에 쌈을 싸서 먹거나, 참
기름에 찍어서 먹는데, 입과 목구멍이 간만에 좋은 거 먹는다고 아주 흥분들을 한다. 단 조금
질긴 것이 흠, 거기에 밥이 있으면 정말 밥도둑이 따로 없을텐데, 밥은 마실을 갔는지 나오지
를 않다가 전골(채소와 된장 등이 버무려진 전골)이 등장할 때 비로소 모습을 드러냈다. 일행
상당수는 한우구이로 이미 배가 다져진 상태라 그들의 밥을 지원받으며 전골과 밥그릇을 말끔
히 비웠다.

그렇게 점심을 마치고 그날의 마지막 답사지인 회룡포로 이동했다. 용궁에서 회룡포는 동남쪽
으로 약 7km로 향석리에서 내성천(乃城川)에 걸린 회룡교를 건너 그 길의 끝에 이르면 회룡포
주차장인데, 여기에 수레를 세우고 다시 내성천을 건너면 그 유명한 회룡포 심장부에 발을 들
이게 된다.


▲  회룡포와 속세를 가르는 내성천, 그 위에 걸쳐진 뿅뿅다리를 건너면
회룡포이다.


♠  대자연이 빚은 거룩한 작품, 예천 회룡포(回龍浦) - 명승 16호

▲  회룡대에서 바라본 회룡포

예천 굴지의 명소로 성장한 회룡포는 대자연이 장대한 세월을 두고 빚은 대작품이다. 어떻게 저
런 작품이 나왔을까? 보기만 해도 입이 쩍 벌어져 좀처럼 다물어지지가 않는다. 대자연의 거룩
한 작품 앞에 경외심이 크게 용솟음 치고, 속세에서 오염되고 상처받은 안구도 싹 정화가 되는
것 같다. 아무리 인간이 대단하다 설친들 저런 작품은 감히 만들지는 못하며, 대자연의 작품을
인간의 한낱 언어나 문자로 이러쿵 저러쿵 표현한다는 것이 어쩌면 큰 실례일지도 모른다.

육지 속의 섬이자 벽지로 불리는 회룡포는 낙동강의 지류(支流)인 내성천이 휘감아 흐르는 길목
으로 내성천과 낙동강(落東江) 상류에서 많이 나타나는 감입곡류(嵌入曲流) 지형의 백미(白眉)
와 같은 곳이다. 각박한 속세살이를 상징하듯 구불구불 흘러가던 내성천이 회룡포에 이르러 더
욱 굴곡의 진수를 보여주며, 무려 350도나 돌아간다. 직선으로 약 100m면 갈 거리를 무려 30배
인 3km나 돌아가는 것이다. 물론 내성천도 생각이 없어서 그렇게 돌아가는 것은 아니겠지. 보다
빨리 큰 세상으로 나가고 싶은 욕심에 육지와 회룡포를 가늘게 이어주는 부분을 열심히 쪼아대
고 있지만 그 지형이 보기와 달리 무척 단단하여 그 100m 밖에 안되는 부분을 아직까지 처리하
지 못하고 하염없이 멀리 돌아가는 것이다.
내가 학창시절에는 저런 지형은 물의 성미 때문에 결국 얇은 부분이 깎여져 물길이 되고 회룡포
같은 지형은 섬이 된다고 배웠다. 허나 회룡포 형님 앞에서는 그 진리도 통하지 않는 모양이니
자연 계열 교과서의 수정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싶다. 그렇다고 내성천의 지름길 만들기 계획은
완전히 무산된 것은 아니다. 지금도 계속해서 소리 없이 그 지형을 쪼아대고 있기 때문이다. 과
연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 꿈이 이루어지는 날에는 내성천도 지겨운 우회 운행을 안하게
될 것이고 그때가 되면 회룡포는 육지 속의 섬이 아닌 진정한 섬이 될 것이다.

내성천이 회룡포에서 크게 휘감아 돌면서 하천을 따라 내려가던 모래가 회룡포 강변에 차곡차곡
쌓여 곱고 너른 모래사장(백사장)을 형성하게 되었고, 굴곡을 피려는 내성천의 필사적인 노력으
로 강 건너 산자락은 자연히 가파른 벼랑을 이루어 되었다. 또한 상류에서 떠내려온 모래와 흙
이 강변에 퇴적되어 자연히 영양가 높은 농경지를 이루었고, 옥토의 냄새를 맡은 사람들이 이곳
에 들어와 터전을 닦으면서 지금의 회룡포마을을 형성하게 되었다.

회룡포는 분명 육지가 분명하나 속세(俗世)에서 들어가려면 무조건 내성천을 건너야 된다. 거의
4면, 350도가 강에 접해있고, 겨우 동쪽에 10도 정도로 아주 가늘게 산줄기로 연결되어 있기 때
문이다. 정말 삽 한번만 뜨면 섬이 될 것 같은 특이한 지형 때문에 육지 속의 섬(섬마을)이 되
어버렸다.

이곳은 산과 강이 휘감아 흐르면서 거의 태극 모양의 조화를 이루며, 내성천의 하성단구(河成段
丘)와 하성도, 범람원(氾濫原)을 확인할 수 있어 침식과 퇴적지형 연구의 좋은 단서를 제공해준
다. 게다가 회룡포 건너에 병풍처럼 늘어선 비룡산(飛龍山)에는 신라 후기 사찰인 장안사(長安
寺)와 백제(百濟)가 세웠다고 전하는 원산성(圓山城), 그리고 봉수대 등이 있어 회룡포의 명승
적 가치를 더욱 북돋아준다.


▲  목가적인 풍경의 회룡포마을 (서쪽 부분)

회룡포란 이름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으며, 예전에는 내성포(乃城浦)라 불렸다. 세상에 드러내기
를 꺼려하던 예천에 숨겨진 속살이자 평범한 시골 마을로 그렇게 살아왔는데, 마을 사람들은 조
그만 나룻배를 타고 속세를 오가거나 두 다리로 직접 건너기도 했다. 내성천 수심이 매우 얕기
때문이다. 또한 동쪽으로 가느다란 부분을 통해 개포면 쪽으로 나가기도 했으나 생활 권역이 용
궁이라 대부분 강을 건너 용궁이나 점촌으로 나갔다. 하지만 일일이 배로 건너기가 귀찮아 외나
무 다리를 놓았지만 여름만 되면 떠내려가기 급하여 다시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예천군청에 민
원을 때려 1997년에 예천군에서 강관(鋼管)과 철발판으로 된 다리를 만들어 주었다. 그 다리가
바로 회룡포의 명물인 뿅뿅다리이다. (퐁퐁다리라고 불렀는데, 그게 속세에서 뿅뿅으로 와전되
었음)
또한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 농사를 짓기 때문에 농산물이나 필수품을 실어 나를 통로가 필요했
다. 아무리 뿅뿅다리가 생겼다고 해도 다리가 매우 작기 때문에 통행용으로 밖에 쓸 수가 없다.
그래서 가느다란 동쪽에 길을 내어 수레의 접근과 운송 편의를 도모했으며, 이 길은 개포면 중
심지로 이어진다.

이곳이 속세에 알려진 것은 그다지 얼마되지 않았다. 1997년부터 예천군에서 관광지로 개발하고
자 우선 회룡포 둑방에 왕벚나무를 심고, 공원과 산책로를 닦았다. 그리고 없어진 봉수대를 복
원하는 한편, 철쭉군락지를 조성해 마을을 수식했다. 그러다가 2000년에 드라마 '가을동화' 촬
영지가 되면서 급속도로 뜨기 시작했고, 회룡포의 묘한 지형에 단단히 매혹된 사람들의 입소문
과 언론매체의 끝임없는 찬양으로 이제는 예천 제일의 명소이자 이 땅의 굵직한 명승지로 순식
간에 자리매김을 하게 되었다. 정말 이곳 이름 그대로 가출한 용이 되돌아 올 정도로 잘나가는
명소가 되버린 것이다.

휴일과 휴가철만 되면 많은 관광/답사객들이 몰려와 회룡포 주변은 늘 활기를 누리고, 내성천의
깨끗한 물과 은빛 모래사장으로 피서의 성지로도 크게 각광을 받고 있다. 또한 팜스테이(Farm
Stay) 체험장소로도 인기를 다지고 있고, 강 건너의 비룡산과 하나가 되어 회룡포권 관광지를
형성하고 있다. 그리고 강에는 쏘가리와 은어가 뛰어놀고 있어 그들을 잡아 매운탕을 해먹으면
그 맛은 정말 두고두고 잊지 못할 것이다.

회룡포 관람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비룡산(240m)에 마련된 회룡대 등의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회룡포의 참모습이다. 그냥 회룡포마을을 둘러보고 강변을 거니는 것과 높은 곳에서 회룡포를
굽어보는 것은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로 어떤 일이 있어도 비룡산에 올라 이곳의 전경을 꼭
보기를 권한다.
비룡산에 오르려면 비룡산 북쪽 자락에 안긴 장안사에서 오르는 길과 회룡포마을에서 강을 건너
오르는 길이 있는데, 수레를 가져왔다면 장안사 밑에 마련된 주차장에 수레를 세우고 오르는 것
이 좀 편하며, 회룡대를 비롯한 산등성이에 마련된 전망대에서 굽어보는 회룡포의 모습은 그야
말로 탄성과 경외감을 자아내게 만든다.

회룡포마을은 뿅뿅다리부터 강변 산책까지 포함하여 짧으면 30분, 넉넉잡아 1시간 정도면 충분
하다. 마을과 경작지, 강변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마을을 둘러보고 강을 건너 비룡산에
올라 회룡포의 전경을 살펴보고 산에 깃든 장안사와 원산성까지 겯드리면 3~4시간 정도 걸린다.

▲  회룡포 백사장

▲  회룡포 둑방 산책로(올레길)

※ 회룡포 찾아가기 (2014년 7월 기준)
* 동서울터미널에서 용궁 경유 예천행 직행버스(1~2시간 간격) 이용
* 대전복합터미널에서 용궁. 예천행 직행버스(1일 5회) 이용
* 김천, 구미, 상주, 영주, 안동에서 용궁, 예천행 직행버스 이용
* 부산역과 구포역, 밀양역, 동대구역, 구미역, 김천역, 영주역에서 경북선 열차를 타고 용궁역
  하차 (1일 3회, 휴일은 4회)
* 용궁정류장(용궁역 부근)에서 회룡포를 경유하여 예천으로 가는 군내버스가 1일 3회 운행한다.
  예천터미널에서 회룡포 경유 용궁으로 가는 군내버스도 1일 3회 운행 (예천발 8:10, 12:10,
  16:40) 버스 시간이 맞지 않으면 지체말고 택시를 이용하기 바란다. <예천군내버스 시간 문
  의 예천여객 ☎ 054-654-4444>
* 승용차로 가는 경우
① 중부내륙고속도로 → 점촌함창나들목 → 점촌시내 → 용궁 → 향석리 → 회룡포주차장
② 중앙고속도로 → 예천나들목 → 예천역 → 용궁 → 향석리 → 회룡포주차장
- 회룡포 전망대(회룡대)와 장안사로 갈 경우에는 회룡교를 건너서 우회전한다. (좌회전하면 회
  룡포주차장과 회룡포마을) 단 길이 좁고 커브가 많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바퀴를 굴려야 된다.

★ 회룡포 관람정보 (2014년 7월 기준)
* 관람비와 주차비는 없음
* 회룡포마을에서 민박과 오토캠핑, 농촌체험이 가능하다. 자세한건 회룡포마을 홈페이지 참조
* 회룡포마을은 엄연히 사람들이 사는 곳이므로 실례가 되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
* 회룡포 소재지 - 경상북도 예천군 용궁면 대은리 395외 (회룡포길 362)
* 회룡포마을 홈페이지는 아래 사진들을 클릭한다.

▲  회룡포 뿅뿅다리 (마을쪽에서 바라본 모습)

▲  회룡포를 굽어보는 회룡대


♠  회룡포마을 둘러보기

▲  회룡포 뿅뿅다리 (마을쪽에서 바라본 모습)

룡포 주차장은 수레들로 거의 만원이다. 간신히 적당한 곳에 버스를 세우고, 그렇게나 만나고
싶던 유명 인사를 만나러 가듯, 두근거리는 마음을 다독거리며 회룡포로 향한다. 주차장 주변은
마을 아지매들이 그들이 재배한 갖은 채소와 과일을 비롯하여 참기름과 막걸리, 동동주 등을 진
열하여 판매하고 있었는데, 여기서 동동주 2잔 얻어마시고 회룡포로 가니 내성천에 걸린 뿅뿅다
리가 우리를 마중한다.

뿅뿅다리는 이름부터가 참 재밌지만 그 생김새도 옛날에 그 흔한 외나무 다리처럼 정겨운 모습
을 하고 있다. 속세와 회룡포를 이어주는 관문이기도 한데, 그렇다고 유일한 다리까진 아니다.
마을에서 외지로 잇는 다리는 이거 말고도 서쪽에 뿅뿅다리가 하나 더 있고, 동쪽 가느다란 부
분에 수레를 위한 길이 나 있기 때문이다.

회룡포의 상징인 이 다리는 앞서에 이른 데로 강관과 구멍이 뚫린 철발판을 이용해 만들었는데,
1997년 예천군청에서 주민들을 위해 만들어준 것이다. 그 이전에는 부실한 외나무 다리가 있었
다. 내성천의 수심이 얕고 주변 환경을 고려하여 그냥 나무와 철을 이용해 간단한 모습으로 만
들었는데, 다리가 조금 흔들리긴 하지만 이전 외나무 다리보다는 튼튼하여 마을 사람들이 편히 
건너고 다닌다. 그들은 다리 발판 구멍에서 물이 퐁퐁 솟는다하여 퐁퐁다리라고 불렀는데, 1998
년 회룡포를 다룬 어느 신문 기자가 난청증세가 있는지 퐁퐁다리를 그만 뿅뿅다리라 잘못 듣고
이를 기사에 내는 어이없는 일이 발생했다. 그리하여 본의 아니게 뿅뿅다리로 천하에 알려지게
되었고, 마을 사람들도 퐁퐁보다는 뿅뿅이 더 정감이 간다 하여 뿅뿅다리라 불리게 된 것이다.

뿅뿅다리는 두 사람이 교행할 정도의 작은 다리로 다리를 건널 때 흔들다리처럼 조금씩 꿈틀거
릴 뿐 그런데로 건너갈 만하며, 다리에 안전 난간이 없고, 바로 옆이 강이므로 건널 때 주의를
하기 바란다. 물론 강에 빠진다고 죽지는 않는다. 수심이 무척 얕기 때문이다.


▲  회룡포의 자랑, 백사장

뿅뿅다리를 건너면 회룡포의 자랑인 백사장에 발을 디디게 된다. 속세에서 온 사람들을 놀라게
만드는 진풍경으로 이는 굴곡 노선의 직선화를 꿈꾸던 내성천이 오랜 세월 가다듬은 작품이다.
마치 바닷가 백사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대자연의 위대함을 뼛속까지 느끼게 하며, 백사장의
폭은 거의 100m, 길이도 2km가 넘어 왠만한 바닷가 백사장 못지 않다. 게다가 내성천이 속세의
때를 거의 타지 않은 탓에 수질이 청정하여 은어와 여러 민물고기들이 많이 잡힌다.
지금은 겨울이라 모래사장을 거니는 사람도 거의 없지만 피서철에는 많은 도시인들이 몰려와 백
사장을 가득 메운다.


▲  회룡포 표석

▲  회룡포 표석에서 바라본 너른 백사장과 내성천

백사장에 열심히 발자국을 남기며 걷다보면 회룡포를 알리는 표석이 비스듬히 누워 하늘을 바라
다. 그 표석을 지나 경작지를 5분 정도 지나면 회룡포 서남쪽에 자리한 회룡포마을에 이르게
된다.
이 마을은 이 땅에 흔한 농촌마을로 대략 10여 가구가 살고 있는데, 옛날 이곳에 시집을 온 여
인들은 울면서 왔다고 한다. 교통도 안좋고 배를 타고 들어가야 되는 벽지였기 때문이다. 하지
만 지금은 교통도 조금 좋아지고 예천 제일의 꿀단지로 부상하면서 적어도 먹고 살 걱정은 안해
도 될 정도이다.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 노공(老公)들로 농사를 짓고 있다. 마을은 작지만 그를 둘러싼 농경지가
넓고 비옥하여 해마다 풍년을 이룬다. 또한 회룡포의 인기가 하늘을 치솟으면서 민박이나 팜스
테이를 하는 집도 많이 늘었다.


▲  정겨운 풍물시 ~ 곶감을 꿈꾸며 열심히 일광욕을 즐기는 감들의 행렬

▲  회룡포마을 돌담길

회룡포 마을길은 뿅뿅다리 남쪽에서 마을을 가로질러 서쪽 강변으로 이어진다. 마을에는 근래에
손질한 돌담길이 길게 이어져 마을의 운치를 진하게 우려내고 있으며, 마을을 둘러싼 너른 경작
지는 삶에 지친 도시인들의 안구와 마음에 한 줄기 빛을 선사한다.
그런 경작지를 구경하며 목가적인 풍경에 취하다보면 금세 서쪽 강변에 이르게 된다. 여기서 길
은 3갈래로 갈리는데, 용처럼 꿈틀거리는 비룡산이 보이는 북쪽은 마을 올레길로 불리는 둑방길
이며, 남쪽은 마을의 얕으막한 뒷동산으로 이어진다. 서쪽은 백사장과 제2뿅뿅다리로 이어지는
데, 그 다리를 건너면 용포마을과 비룡산으로 넘어갈 수 있다.

보통 회룡포마을 나들이는 뿅뿅다리를 건너 마을을 가로질러 서쪽 강변 갈림길에서 북쪽 둑방길
을 거쳐 다시 뿅뿅다리로 이어지는 반원 모양의 코스가 일반적이다. 그 외에 추가 옵션으로 마
을 뒷동산으로 이어지는 남쪽 둑방길과 제2뿅뿅다리를 건너 비룡산으로 가는 코스가 있으며, 회
룡포에서 비룡산은 필수로 꼭 가봐야 한이 안생기는 곳으로 이곳에 올라야 진정한 회룡포의 위
엄을 누릴 수 있다.


▲  회룡포 경작지 너머로 둑방길(올레길)과 비룡산이 보인다.

▲  서쪽 강변 갈림길 - 우리네 인생에서 갈림길은 무척이나 많다.
어느 길이 더 안전하고 이익인지 알 수만 있다면 좋으련만 그게 쉽지가 않다.
시뮬레이션 게임이나 장거리 게임처럼 저장하면서 인생을 살 수는 없을까?

▲  갈대가 출렁이는 서쪽 강변 백사장 너머로 제2뿅뿅다리가 있다.
저 다리를 건너면 용포마을과 비룡산으로 이어진다.
 

▲  마을 올레길로 쓰이는 둑방길
그냥 흙길이었으면 좋으련만 바닥에 꼭 저런걸 깔아야 했을까..?

▲  가을 추수를 마치고 겨울잠에 들어간 회룡포 경작지 ▼
황금들녘의 흔적이 아직은 부분적으로 남아있다.



▲  소나무가 가로수를 자처하는 회룡포 둑방길 (올레길)

▲  여름에 꼭 안겨보고 싶은 회룡포 백사장

관광객은 많지만 그래도 조용한 풍경을 지닌 회룡포마을과 둑방길(올레길)을 거닐고 뿅뿅다리를
건너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지금까지 회룡포의 속살을 둘러봤으니 이제는 회룡포의 진수를
봐야 한이 없겠지. 그래서 비룡산으로 올라가기로 했다.


♠  비룡산 회룡대(回龍臺)에 올라 천하를 굽어보다

▲  회룡대에서 장안사로 내려가는 길
길 너머로 보이는 기와집의 물결이 바로 장안사이다.


회룡포 주차장에서 수레를 타고 회룡교에서 다리 대신 서쪽으로 난 길로 접어든다. 길이 너무나
가늘고, 굴곡도 심하고, 한쪽에는 벼랑까지 있어 덩치가 큰 버스가 안심하고 바퀴를 굴리기에는
매우 버겨운 길이었다. 다행히 그 길을 벗어나 장안사 밑에 마련된 주차장에 바퀴를 접었다. 장
안사까지 바퀴를 굴려도 되지만 버스가 마음을 놓고 바퀴를 접을 자리가 없기 때문에 여기서부
터 부득이 걸어가야 된다. 길이 제법 각박하여 은근히 숨이 차긴 하지만 하늘과 가까운 곳에서
회룡포를 굽어볼 생각에 그 힘든 길도 거침없이 올라갔다.

작은 수레들이 모여있는 장안사 주차장을 지나면 장안사(長安寺)가 조촐한 모습을 드러낸다. 이
절은 신라 후기인 759년에 운명조사가 창건했다고 전하는데, 그 당시 나라의 안녕을 기원하고자
전국 3곳의 명산(名山)에 장안사를 세우니, 그것이 금강산(金剛山) 장안사와 기장(機張) 장안사,
그리고 이곳 장안사라고 한다. 허나 신빙성이 많이 떨어져 믿을 바는 되지 못하며, 금강산이나
기장(부산)의 장안사와 달리 고색의 내음이 거의 없다. 다만 고려 중기 문인(文人)으로 동명왕
편(東明王篇)을 지은 이규보(李奎報)가 이곳에 머물며 지은 시가 잔잔히 전하고 있어 적어도 고
려 초기에 문을 연 듯 싶다.
이후 고려 명종(明宗) 때와 1627년, 1755년에 중창을 했으며, 1984년 두타화상(頭陀和尙)이 전
국을 돌아다니며 수행을 하다가 장안사의 사세가 말이 아님을 보고 지역 신도들과 힘을 합쳐 지
금의 가람을 일구었다. 고색의 때는 진작에 날라간 상태이고, 소장 문화유산도 없지만 이규보의
시를 통해 이곳의 오랜 역사를 대충 가늠어 볼 수는 있겠다.
2000년 이후 회룡포가 대중적인 명소로 뜨면서 회룡포의 전경을 볼 수 있는 비룡산에 등산로를
정비하고 회룡대를 세웠는데, 수레로 회룡대까지 올라갈 경우에는 무조건 장안사를 거쳐야 된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이곳까지 이익을 보게 되면서 회룡포 관광권의 일원이 되었다. 그 이전에는
거의 동네 사람들만 찾아오던 고적한 절이었다.

장안사는 예천 사람들이 공부를 하거나 소망을 기원하던 도량(道場)으로 예전에는 극락전(極樂
殿)이 법당(法堂)이었으나 지금은 대웅전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참고로 이규보가 이곳에서 지
은 시는 다음과 같다.

산에 이르니 번뇌가 쉬어지는구나
더구나 고명하신 지도림 스님을 친견했음이랴
긴 칼 차고 멀리 떠날 때는
외로운 나그네 마음이더니
1잔 차로 서로 웃으니
오래된 친구의 마음이라

맑은 날 북쪽 개울에 구름이 흩어지고
달이 지는 서쪽 성에는 안개가 깊구려
병으로 오랜 세월을 보내니
부질없이 졸음만 오고
옛동산 술과 국화는 꿈속에서 찾아드네


장안사는 회룡포에 단단히 정신이 팔린 탓에 경내를 살피지 않고 그냥 지나쳤다. 솔직히 역사만
좀 오래되었을 뿐, 볼거리도 부실한 절로 여겨 지나쳤다고 보는 것이 옳을지도 모르겠다. 당연
히 사진도 제대로 담지 않았다.
* 장안사 소재지 - 경상북도 예천군 용궁면 향석리 산54 (☎ 054-655-1401)


▲  회룡대에서 장안사로 내려가는 계단길

장안사를 지나 3분 정도 오르면 드디어 비룡산의 산능선이다. 여기까지 숨가쁘게 이어진 등산로
는 약간 진정을 되찾는 듯 보이나, 하늘로 이어질 것만 같은 계단길이 나타나면서 잠깐의 안도
감도 금세 사그러든다. 소나무 숲을 가르며 올라가는 계단길은 소나무가 베푼 솔내음이 그윽하
며 그런 계단길을 오르면 길은 서서히 완만해지면서 잠시 내리막 길이 이어진다. 그리고 그 길
을 잠시 내려가면 회룡대 전망대인 회룡대가 모습을 진하게 드러낸다.


▲  조촐한 모습의 팔각정인 회룡대

회룡대는 회룡포의 전경을 보여주고자 비룡산 능선에 닦은 정자이다. 회룡포 답사의 백미(白眉)
라고 할 수 있는 곳인데, 이곳에 오르면 대자연이 만들고도 스스로 놀랬다는 작품, 회룡포가 기
가 막히게 연출되어 속인들의 정신줄을 제대로 놓게 만든다. 밑에서 거닐면서 보는 회룡포와 이
렇게 위에서 보는 회룡포의 모습은 정말 천지 차이이다.


▲  명필이 분명한 회룡대 현판의 위엄

▲  회룡대에서 바라본 회룡포
마을 사람들 말대로 삽 한번만 뜨면 정말 섬이 될 것 같은 아슬아슬한
회룡포의 모습 앞에 우리가 할 일은 그저 감탄사 연발 뿐이다.

▲  회룡대 동쪽 부분
내성천이 무려 350도나 구비구비 돌아가야 했던 것은 바로 사진 가운데 부분을
뚫지 못해서이다. 그것도 정말 삽 한번 뜨면 그만일 듯한 두께임에도 말이다.
내성천의 집요한 굴곡 노선 직선화 프로젝트를 막아선
동쪽 부분이 정말 패기가 돋는다.

▲  회룡대 서쪽 부분
회룡포가 넓긴 하지만 대부분은 경작지로 쓰이며, 마을은 서남쪽 구석에 자리해 있다.

▲  숨은 그림 찾기
사진을 잘 살펴보면 하트(♥)처럼 생긴 부분이 있을 것이다. 난이도는 하


회룡대에 올라 회룡포를 중심으로 한 천하를 실컷 굽어보고 아쉽지만 발길을 돌렸다. 시간은 어
느덧 17시, 이제 각자의 위치로 돌아가야 될 시간이 온 것이다. 태양계에서 가장 크다는 햇님도
겨울 제국의 눈치 탓에 슬슬 꽁무니를 뺄 채비를 한다. 
회룡대로 올라갈 때는 길이 각박하여 제법 멀게 느껴졌는데 내려갈 때는 몇 발자국 떼지도 않았
는데 금세 장안사가 나타난다. 여기서 미끄럼을 타듯 쑥 내려가면 버스가 바퀴를 접고 쉬는 주
차장에 이른다.

졸고 있는 버스를 깨워서 회룡포와 작별을 고하고 다시 속세로 나왔다. 회룡교까지 난이도가 강
한 길을 비집고 내려와 회룡교를 건너 향석리(옛 용궁 고을 중심지)를 지나 용궁면 중심지에 이
르러 일행들과 작별을 고하며 버스에서 내렸다.
나는 직행버스를 타고 영주(榮州)로 넘어가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갔고, 남쪽 일행
들은 인근 삼강주막(三江酒幕)에 들려 막걸리 한 사발씩 들고 내려갔다고 한다. 나도 그들을 쫓
아갈 껄 그랬나? 괜히 용궁에서 작별을 고한 것이 후회가 된다. 허나 이미 지나간 거 따져서 무
엇하리, 거기는 다음에 가도 늦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하여 겨울 맞이 예천 답사는 대단원의 막을 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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