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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9.26 부산 도심 속에 숨겨진 상큼한 뒷산을 거닐다 ~~~ 배산 (배산성터, 진달래밭)

부산 도심 속에 숨겨진 상큼한 뒷산을 거닐다 ~~~ 배산 (배산성터, 진달래밭)



' 부산 도심 속에 숨겨진 상큼한 뒷동산, 배산 '

부산 배산


 

천하 제일의 항구 도시이자 우리나라 2번째 대도시로 콧대로 높은 부산(釜山) 도심 한복
판에 배산(盃山, 254m)이란 조그만 산이 솟아있다.
이 산은 연제구 연산동과 수영구 망미동(望美洞) 사이에 자리해 있는데 남쪽으로 금련산
(金蓮山)과 바짝 이어져 있다. 허나 그 사이로 연산로와 주택가가 비집고 들어오면서 그
들의 각별한 사이를 끊어버려 졸지에 시가지에 포위된 외로운 신세가 되었다. 하긴 배산
뿐이겠는가? 서울과 부산 등 대도시에는 개발의 칼질로 강제로 섬이 되어버린 가련한 작
은 산들이 적지 않다.

산의 모양이 마치 술잔을 엎어놓은 듯한 모양이라 하여 배산이라 불리며, 254m의 높이로
대도시 도심 속에 박힌 뫼치고는 제법 높아 보인다. 허나 부산은 백양산(白羊山)과 승학
산, 시약산, 황령산 등 400~600m급 산들이 도심 속에 무수히 포진해 있어 254m 정도로는
감히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

서울에 서식하고 있는 내가 부산 사람들도 잘 모르는 배산을 주목한 것은 이미 오래전에
일이다. 배산 서북쪽 자락에 연산동고분군(連山洞古墳群)을 2006년에 간 적이 있기 때문
이다. 그 후로 오랫동안 새까맣게 잊고 살다가 다시금 배산 생각이 간절해졌다. 하여 인
연을 엿보다가 봄이 한참 기지개를 켜던 4월, 광안동에 사는 선배와 해운대(海雲臺), 송
정(松亭) 20리 해안산책(☞ 관련글 보러가기)을 즐기고 남은 시간을 이용해 배산을 찾았
다.

송정에서 부산시내버스 141번(송정↔당감동)을 타고 배산역(3호선)에서 하차하여 무작정
배산이 보이는 북쪽으로 올라갔다. 워낙 인지도가 낮은 동네 뒷산이라 이정표가 거의 없
어 여러 골목을 들쑤신 끝에 드디어 연산병원 부근에서 산길을 찾아 배산의 품으로 들어
섰다.

배산에는 무척이나 오래된 배산성(盃山城, 부산 지방기념물 4호)의 흔적이 남아있다. 이
성은 삼국시대 초반에 동래(東萊) 지역에 둥지를 튼 거칠산국(居漆山國) 때 축성된 것으
로 여겨져 그 나라의 조촐한 중심지였던 것으로 보인다.
거칠산국은 1세기 후반까지 숨을 쉬다가 신라 탈해왕(脫解王) 때 신라에게 병합되었으며
얼마 뒤 가락국(駕洛國, 금관가야)이 접수하여 가야(伽倻)의 일부가 되었다. 그 이후 가
락국 제왕(帝王)이 보낸 관리나 지역 세력이 배산에 머물며 이곳을 다스리다가 법흥왕(
法興王) 시절 다시 신라 땅이 되었다.
배산 서북쪽 자락에는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고분인 연산동고분군(부산 지방기념물 2호)
이 있는데 이들은 배산성을 토대로 이 지역을 다스렸던 지배층의 무덤으로 짐작된다.

배산성은 산 정상을 둘러싸고 만든 테뫼식으로 산 허리 부분과 정상에 축성되었으며, 쌍
가락지 모양의
2중성으로 흙으로 다져진 토성(土城)이었다. 허나 신라 중기 이후 버려지
면서 억겁의 세월과 대자연의 집요한 괴롭힘으로 웅장했을 토성은 쏴르르 녹아내리고 토
성 기초 부분만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희미하게 남아 있다. 그리고 산 일대에서 가야~신
라시대 그릇 조각과 기와조각이 많이 발견되어 옛날 이곳의 상황을
희미하게 전해준다.

배산에는 이렇게 배산성터와 연산동고분군 외에 거칠산국 사람들이 썼다고 전하는 우물
터가 있다. 이 우물터는 근래에 정비되었으나 우리는 아쉽게도 그 존재를 알지 못해 가
지 못했다.
그 외에 겸호대
(謙戶臺)란 명소가 있었는데 김겸호란 선인(仙人)이 노닐었다 하여 붙여
진 이름이라 전하며, 고려 말에 정추(鄭樞, 1333~1382)가 동래현령(東萊縣令)을 지냈을
때 그곳에서 지은 시가 있는데, 그 위치가 막연히 배산 위라고만 할 뿐, 정확한 위치는
아직도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하지만 그가 지었다는 겸호대 시는 우리 곁에 잘 살아
남아있으니 내용은 이렇다.

謙孝濯濯似蓮花
胸呑八荒氣凌霞
回首肯羨萬戶邑
翩翩來徒神仙家

겸효의 밝은 빛은 연화를 닮고
가슴으로 품은 기품 속세를 떠났구나
고개를 돌리니 만호읍이 바로 거긴데
휘적휘적 신선가를 오간다

지금은 주거지가 되버린 배산 동북쪽 밑 부산광역시립 연산도서관 자리에는 거울바위가
있었다. 바위의 이름 그대로 아마도 거울처럼 생긴 모양이다. 옛날에 어느 문둥병 환자
가 거울바위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경악하여 그 바위를 내리쳤다고 하며, 어느 여인을
사모하던 남자가 그 바위에 비친 자신의 못생긴 얼굴에 발작하여 돌로 쳐서 깨뜨렸다고
한다. 그래서 바위는 흔적도 없이 한 토막 전설이 되어버렸다.


 

♠  배산 둘러보기

▲  배산으로 올라가는 길 (배산 정상 아래쪽)

배산의 경사는 정상 주변은 각박한 속세살이처럼 가파르지만 그 외에는 완만하다. 지금은 시민
들이 자유롭게 들락거리며 산책을 즐기는 평등한 공간이 되었지만 호랑이가 담배를 피다 수염
태워먹던 시절에는 거칠산국의 지배층이 머물던 중심지였고, 신라나 가야의 일원으로 있던 시
절에는 지방 세력이나 관리, 군인들이 철통같이 머물던 차별된 공간이었다.
허나 배산의 존재의 이유가 하락함에 따라 평범한 뒷동산으로 버려지게 되었고 그렇게 세월의
저편으로 묻혀지게 되었다. 게다가 부근의 황령산, 금정산, 장산 등 쟁쟁한 산에 가려져 지역
사람들이 주로 찾는 동네 명소로 부산 내에서도 인지도가 미약하다.
그나마 2006년, 3호선 배
산역의 등장으로 배산의 존재감이 조금씩 부각되었을 뿐이다.

산은 작지만 시가지 한가운데에 봉긋 솟아있어 이곳에 오르면 수영구와 연제구, 동래구, 해운
대구, 부산진구 일대가 시야에 거침없이 박혀 두 눈이 제대로 호강을 누린다. 그야말로 조망(
眺望) 하나는 일품이다.


▲  배산을 오르면서 바라본 천하 (1)
수영구(水營區) 지역과 광안리, 해운대 앞바다

▲  배산을 오르면서 바라본 천하 (2)
배산 남쪽 봉우리와 금련산 사이에 비집고 들어선 연산3,6동과 망미1동 지역

▲  배산을 오르면서 바라본 천하 (3) 연산2,4,6동과 부산진구 지역

▲  배산 동쪽 바위 봉우리
저 바위 봉우리 밑에 오래된 우물터가 있다.

▲  배산의 정상(254.9m)
이곳은 배산에서 가장 하늘과 맞닿은 현장이다. 거칠산국과 신라, 가야 시절에는
지역 지배층들이 제사나 주요 의식을 지냈던 곳으로 여겨지는데, 봉우리
주변으로 배산성터 흔적이 얇게 남아있으나 확인하기는 어렵다.
연산병원에서 여기까지는 넉넉잡아 30분 정도 걸렸다.

▲  정상 부근에 솟아난 돌탑
산악신앙(山岳信仰)의 애듯한 현장으로 중생들이 소망을 담아 쌓은
다양한 돌들이 차곡차곡 모여 어엿한 돌탑으로 성장했다.

▲  배산 정상에서 바라본 천하 (1) 연제구와 동래구 일대
자라의 목처럼 삐죽 나온 북쪽 산자락 끝에 연산동고분군이 안겨져 있다.
저곳까지 배산의 영역이며, 연제구와 동래구 시가지 너머로 부산의
영원한 진산(鎭山), 금정산(金井山)이 희미하게 바라보인다.

▲  배산 정상에서 바라본 천하 (2) 동래구와 해운대구 서부

▲  배산 정상에서 바라본 천하 (3) 연산동 동부와 해운대구 서부
반여동과 재송동 너머로 부산 동부의 으뜸 산, 장산(萇山, 634m)이 바라보인다.


▲  순백의 미학(美學)을 지닌 벚꽃으로 하얗게 타오르고 있는 배산 봉우리
(봉우리 꼭대기가 배산 정상)

▲  진달래로 가득한 연산4동으로 내려가는 길

배산 서쪽 자락에는 분홍 피부를 지닌 진달래꽃이 가득 피어있다. 이곳은 부산 진달래꽃의 성
지(聖地)로 아무렇게나 생긴 바위들도 많이 포진해 있어 고운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도심 한
복판에서 이런 풍경을 만나기도 힘든 터라 갑자기 먼 지방으로 순간이동을 당한 기분이다.
매년 4월만 되면 배산 일대에 진달래가 연분홍 향연을 펼쳐보이지만 아직까지 그들을 주인공으
로 하는 지역 축제나 행사는 없는 모양이다. 연제구청에서 한번 추진해보면 좋을 듯 싶은데 말
이다.


▲  배산 서쪽 자락 소나무숲과 하얀 바위들

우리는 배산 정상에서 서쪽 능선을 거쳐 연산동고분군으로 내려가려고 했다. 허나 통제되는 길
이 여럿 있었고 길을 잘못 들어선 탓에 엉뚱하게도 연산4동 혜원정사 쪽으로 내려가고 말았다.
혜원정사는 배산 서쪽 골짜기에 자리한 절로 법등(法燈)의 역사는 짧다. 그 주변으로 천지암과
감천사 등의 조그만 절들이 들어서 있는데, 분위기가 산골에 들어온 듯 꽤 시골스럽다.
혜원정사를 지나면 연산4동 주택가가 펼쳐지며, 10분을 내려가니 연일시장이 나온다. 연산동고
분군은 이미 옛날에 인연을 지은 터라 딱히 미련은 없어 바로 광안동으로 복귀하여 그날의 나
들이를 마무리 하였다.

배산이 더 이상 개발의 칼질에 다치지 않고 지금 모습 그대로 부산 사람들 곁에 있어주길 고대
하며 보잘것 없는 본글을 마친다. ~~


※ 배산 찾아가기 (2016년 9월 기준)
* 배산으로 들어가는 길은 여럿 있으나 여기서는 연산4동 혜원정사와 연산6동 연산병원 코스만
  소개한다.
* 지하철 3호선 배산역 6번 출구를 나와서 1분 정도 가면 부산은행 연미지점이 나온다. 여기서
  오른쪽 골목길(연수로213길)로 들어서 3~4분 쭉 들어가면 남양아파트로 아파트 입구에서 왼
  쪽으로 빠지면 바로 4거리가 나오는데, 여기서 오른쪽 길(배산북로)로 3분 오르면 연산병원
  입구로 여기서 오른쪽으로 가면 연미주택 뒷쪽으로 산길이 있다.
* 지하철 1,3호선 연산동역 8번 출구를 나와서 9분 정도 가면 연산터널 바로 직전에 혜원정사
  와 연산동고분군을 알리는 이정표가 있다. 그 지시에 따라 오른쪽 골목길(고분로68번길)로
  들어서면 고분군으로 오르는 산길과 혜원정사로 이어진다. (연산동고분군은 연산터널 윗쪽
  에 있음)
* 배산성 소재지 - 부산광역시 연제구 연산동 산 38-6번지 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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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개일 - 2016년 9월 20일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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