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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신항만 앞에 떠 있는 그림같은 섬 ~ 가덕도

도봉산 고양이 2008. 4. 9.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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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가덕도(加德島) 늦겨울 나들이 '


▲ 가덕도 천성포구

▲ 가덕도 외양포 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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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굴지의 무역항을 꿈꾸며 열심히 몸단장 중인 부산신항만(2009년 완료 예정) 앞에는 가덕도
란 커다란 섬이 떠 있다.
섬의 남쪽 끝에는 1909년에 지어진 오래된 '가덕등대'가 자리해 있는데, 그 등대에 은근히 입맛
을 다시던 중, 친한 후배 하나가 부산에 놀러 가자고 했다.
나야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어, 적당한 날을 택해 2월 9일에 가기로 하였는데, 이번에는 그 등
대를 보러 바다를 건너 가덕도에 들어가보기로 하였다.

드디어 2월 9일의 여명은 밝아오고, 해가 슬슬 그만의 공간으로 사라져 가던 늦은 오후, 강남고
속터미널에서 경부구간 교통수단 중, 가장 저렴한 일반고속버스(17시 30분)를 탔다. 금요일이라
그런지 좌석은 만땅이다.

경부고속도로와 영동고속도로가 약간 막힌 것을 빼고는 교통 흐름은 대체로 원만했으며 충주를
지날 무렵, 승객 하나가 뒷간이 급하다고 소란을 피워 휴게소를 하나 더 정차하면서 부산까지는
무려 4시간 50분이나 걸려버렸다.

부산의 북쪽 관문인 부산종합터미널(노포동)에서 광안동으로 가는 부산시내버스 49-1번에 의지
하여 광안대교를 품에 안은 광안해수욕장을 찾았다.



광안해수욕장은 부산에 널린 여러 해수욕장의 하나로 '해운대해수욕장'에 버금가는 명소이다.
1998년 여름, 처음 이 곳을 찾았을 때는 백사장의 모래가 시멘트마냥 단단하고 수질도 별로라서
다소 부정적인 인상을 품었다. 하지만 그 후 해수욕장의 끊임없는 개량 사업으로 모래도 한결 부
드러워지고 수질도 비록 송정만은 못하겠지만 상당히 좋아졌다.
2002년에는 그 앞바다에 우리나라에서 제일 긴 다리이자, 한반도 최초의 2층 해상 교량이며, 세
계 제일의 무역항을 꿈꾸는 부산의 희망이 담긴 '광안대교'가 놓여졌다, 다리의 위용도 정말 대
단하거니와 그 야경은 가히 천하 일품으로 광안해수욕장을 더욱 빛내준다.
거기에 옆동네인 민락동에는 회타운과 수변공원이 들어서 광안리를 보조하고 있으니, 듬직한 좌
청룡과 우백호를 거느린 셈이 되었다.

어둠이 짙게 내린 백사장이지만 사람은 제법 많았다. 폭죽을 터뜨리는 사람, 파도를 바라보는사
람,백사장에 설치된 조그만 천막 안에서 곡차에 회를 먹거나, 점을 보는 사람들.. 정말로 평화
로운 분위기 그 자체이다.
바다 파도도 꽤 온순하여 백사장 모래를 살짝 어루만지며 조심스럽게 철썩 소리를 낸다.

해수욕장 주변을 20분 정도 거닐고, 미리 점찍어 두었던 광안역 부근 모 찜질방으로 들어갔다.
거기서 다음날 해뜰 때까지 머무르며 찜질도 하고 목욕도 하는 등, 달콤한 휴식을 즐겼으나정작
잠이 오질 않아, 겨우 1시간 정도 자는데 그쳐버렸다.


어느덧 10일의 찬란한 여명이 어둠에 잠긴 천하를 비추기 시작한다.
보통 찜질방을 찾으면 목욕으로 마무리를 하기 마련인데, 뽀글뽀글 끓어오르는 뜨끈한 탕에 들어
가 내 몸을 푹 끓인다.
따스한 물의 온기가 나를 거침없이 희롱하고, 나는 그 희롱을 기꺼이 즐기며, 30분 동안을 그렇
게 있었다.
그 곳에서 나를 크게 감동시킨 것은 1명 크기의 독탕(獨湯), 집의 욕조 만한 크기로 거기 들어가
있으면 정말로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독탕의 감동으로 그 해 후반에 다시 찾아감)

7시 반 정도에 이르러, 잠깐이나마 정들었던 찜질방을 나와 아침을 먹기 위해 해운대(海雲臺)로
이동했다.
63번 시내버스 종점 부근으로 해운대의 명물인 국밥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데, 그 중 한 집으
로 들어가 소고기국밥으로 든든하게 아침 배를 채운다.


▲해운대 소고기 국밥


소고기 국밥은 뚝배기 1그릇 분량에 온갖 채소와 소고기, 밥이 삼위일체를 이루며듬뿍 담겨져
있어 1끼 식사꺼리로는 전혀 손색이 없다. 국밥에 딸려 나오는 반찬들도 맛깔스럽기 그지 없고,
가격 또한 얌전하여 단돈 2500원에서 3000원 선이다.

이렇게 아침을 해결하고, 서비스로 자판기 커피도 1잔씩 얻어 마시며, 가덕도를 향해 본격적인
일정을 시작했다.

해운대에서 가덕도까지는 정말 끝에서 끝으로. 우선중앙동까지 나와서 섬에서 먹을 김밥 4줄을
사들고, 부산좌석버스58-1번(진해 청안동◀녹산공단▶남포동)을 탔다. 버스는 낙동강을 건너 녹
산공단을 가로질러 부산신항만동쪽에있는 녹산선착장에 우리를 뱉어놓는다.

한반도와 가덕도를 이어주는 녹산나루터에는 여객터미널을 칭하는 작은 규모의 2층 가건물이전
부이다. 좁아터진 건물 내부에는매표소와 가게가 있으며 가덕도로 등산 및 나들이를 가려는 사
람들이 한가득 몰려 있어, 앉아있을 자리가 없을 지경이다.



▲ 녹산나루터에서 바라본 가덕대교 공사현장
서울의 한강다리보다 훨씬 커다란 교각들을 바다에 심으며 가덕도를 육지에 붙들어
맬 준비를 하고 있다.


나루터 앞바다에는 한반도와 가덕도를 이어주는 '가덕대교'가 한참 세워지고 있다.
가덕도의 새로운 희망과 변화를 안겨다 줄 저 다리가 2009년 개통되면 느릿느릿한 배를 타고 힘
겹게 섬을 오갈 필요는 없어지게 된다. 4발 수레로 언제든지 섬을 왕래할 수 있게 될 것이며, 부
산시내와 섬을 이어주는 시내버스도 신설되어 시내에서도 40분 정도면 접근이 가능할 것이다.

가덕대교를 시작으로 추후 가덕도와 거제도를 잇는 다리가 개통된다면 부산에서 거제도까지 3시
간 거리에서 1시간으로 크게 단축된다. 또한 가덕도 북부를 포함한 부산신항만이 완성되면 가덕
도는 더 이상 배로 건너야 되는 외딴 섬이 아닌 무역, 물류, 관광, 주거의 새로운 중심지로 그
가치가 매우 상승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다리가 놓임으로써 가덕도의 오랜 발 역할을 해오던 여객선은 존폐의 위기를 맞을 것이
며, 생업에 충실하며 평화롭게 살아오던 가덕도 사람들의 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우려도
있다. 지나치게 관광과 레저를 겨낭한 사업들이 섬 곳곳에 벌어지고, 도로 공사에 주거지 공사
등으로 자칫 아름다운 섬이 만신창이가 될 위험까지 도사리고 있다.
가덕도를 한반도의 부속도서(部屬島嶼)가 아닌 그 일부로 삼는 첫걸음인 가덕대교의 탄생, 위정
자들은 아무쪼록 단점을 최소화 하고 장점을 극대화하여 가덕도를 잘 다듬어 주길 바란다.

우리는 가덕도 등대로 가기 위해 대항, 외양포 방면 뱃시간을 알아봤다.
그러나 배는 1시간 30분 뒤인, 11시에나 뜬다. 대신 가덕도의 관문인 선창은 10분뒤인 9시 40
분에 뜬다.
멀뚱히 90분을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우선 가덕도로 건너갈 것인가를 두고 상념에 잠겨있다가
결국 후자를 택했다. 매표소 측에서는 사람이 많을 경우, 임시 증회 운행도 가능하다고 하지만,
도저히 그럴 정도의 사람은 오지 않을 것 같다. 대부분이 연대봉, 응봉산을 찾는 등산객들이라
그들은 선창까지만 가는 배를 타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나루터에서 뻔히 바라보이는 가덕도 선창까지는 무려 1200원을 받는다.
우리에게는 꿩 대신 닭을 선택할 권한이 없어 선창까지 표를 사고, 나루터에 대기중인 여객선에
올라탄다.

가덕도를 그리는 수많은 사람들로 시장통을 이룬 배 내부, 여객선 관계자와 경찰의 통제로 승객
들 모두 객실로 들어와 한 자리씩 차지해 앉아 있으려니 9시 40분, 드디어 뱃고동을 울리며 슬금
슬금 움직인다.
진행 방향 오른쪽으로 부산신항만 대역사(大役事) 현장이 거침없이 펼쳐져 있어, 나의 입을 무
진장 벌어지게 만든다. 새우깡의 제왕인 갈매기는 배를 커다란 새우깡 봉지로 봤는지 끼룩끼룩
거리며 통행세를 요구하나 객실 밖으로 나온 사람이 없어 이내 지쳐 돌아가 버린다.


바다 건너로 보이는 눌차동 외눌마을


녹산 출발 10분 만에 가덕도 동북단에 위치한 눌차동 나루터에 이른다. 사람들을 승하차시키고
눌차와 선창을 잇는 별로 길지 않은 다리를 따라 종점인 가덕도 선창 나루터에 닿았다.
선창에서 눌차는 뻔히 바라보이는 가까운 거리로 채 1리도 되지 않는다. 거기에 다리까지 연결
되어 있다. 하지만 눌차동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계속 경유하는 모양이다.

이렇게 하여 부산신항만 앞에 그림처럼 떠 있는, 한반도와의 연륙을 애타게 꿈꾸는 섬, 가덕도
에 상륙했다.

♣ 그럼 여기서 잠깐 가덕도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도록 하자.
가덕도(加德島)는 부산에서 제일 큰 섬으로 면적은 20.78㎢, 해안선 길이는 36㎞이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경남 의창군(義昌郡)에 속해 있었으나 부산이 서쪽과 동북쪽으로 계속 몸
집을불려가면서 1989년 부산 강서구에 편입되었다.

약 1,200세대에 4천 명의 주민이 살고 있으며 대항마을과 외양포에서 조개더미가 발견되고 두문
마을에서는 고인돌이 발견되어 이미 선사시대부터 사람들이 정착해 살았음을 알 수 있다.
조선 중기까지 이렇다할 사적(事蹟)은 없으며 1544년 가덕진(加德鎭)과 천성만호진(天城萬戶鎭)
을 설치하여 첨사(僉使)를 파견했다.

1592년 4월 13일, 섬 동쪽에 있는 응봉(鷹峯, 252m) 봉수대(烽燧臺)의 봉수지기가 때거지로 몰
려오는 왜군의 함대를 어리석게도 상선(商船)으로 오인, 연기를 하나만 피우는 통에 결국 조선
반도를 6년 동안이나 전쟁터로 만든어이없는 현장이기도 하다.

임진왜란 시절에는 왜군이 머물렀으며 왜정(倭政) 때는 왜군들이 외양포에 군사시설을 만들고,
해안 곳곳에 동굴을 파서 진지(陣地) 및 관측소로 사용했다.
1936년에는 성북마을 주민들이 항일친목단체를 결성했으나 왜경에 체포되고 말았다.

섬은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는데, 해안은 동쪽과 남쪽은 단조로우나 서쪽은 만(灣)과곶이 연이
어 있으며, 북쪽 해안을 제외한 대부분은 가파른 해안 절벽이다.
섬 전체는 산지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중에서 연대봉(459m)이 제일 높다. 바닷가 평지 쪽으로
듬성듬성 마을이 형성되어 있으나, 서로 멀리 떨어져 있고, 그 사이마다 높다란 고개가 떡 버티
고있어 교류도 쉽지 않다.

섬 사람들은 주로 농업과 어업에 종사하고 있는데 농업쪽은 주로 보리, 양파, 마늘 등을 재배하
며, 어업은 섬 연안에서 굴 양식을 벌이고 있다.
섬 주변으로 숭어, 대구, 청어가 많이 잡히며, 미역과 홍합, 조개류도 아낌없이 쏟아져 나와 어
민 수익증대에 도움을 준다.

가덕도는 부산 시민들의 당일치기 나들이, 등산 코스로 인기가 높다. 명소와 문화유적으로는 백
년 묵은 '가덕도등대'와 연대봉(연대봉 봉수대), 천성마을에있는 천성진성(天城鎭城), 성북동
에 척화비(斥和碑), 천성고개에 있는 국군묘지, 외양포 마을 뒤쪽에 있는 동백자생군락지 등이
있다.
등산은 연대봉(煙臺峰)만 가능하며 나머지는 군사보호구역으로 출입이 통제되어 있다.

현재 한반도와 가덕도를 잇는 가덕대교와 가덕도와 거제도를 잇는 가칭 '거가대교'가 세워지고
있으며, 부산신항만이 용원을 포함하여 가덕도 북단까지 몸집을불리고 있다. 이들 다리와신항
만이 완성되는 2009년 이후에는 더 이상 섬으로써의 가덕도가 아닌 한반도의 일부로써 새롭게
태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 가덕도 찾아가기 (2008년 4월 기준)
* 가덕도 가는 배는 녹산과 신항만, 안골포에서 탄다.
① 녹산 선착장(선창, 눌차 방면 배타는 곳) :
- 지하철 1호선 하단역(5번 출구)에서 부산시내버스 58-1번(좌석), 58-2번, 520번 이용
- 지하철 1호선 중앙동역(1번 출구), 남포동역(1번 출구)에서 부산좌석버스 58-1번 이용
② 신항만 임시선착장(천성, 대항, 외양포 방면 배타는 곳)
- 지하철 1호선 하단역(5번 출구)에서 부산시내버스 58번(30~40분 간격) 이용

* 녹산/신항만에서 가덕도까지 (진영해운 ☎ 051-831-9664, 차량수송 불가)
① 녹산에서 눌차 경유 선창행 뱃편은 6시 40분부터 1시간 간격으로 해지는 시각 40분까지 운행
한다.(휴일에는 승객 수에 따라 증편운행. 마지막 뱃시간은 계절마다 다르므로 문의요망)
② 신항만에서 대항, 외양포 방면 뱃시간은 7시, 9시, 11시, 13시, 15시, 16시로 두문,천성,
대항을 경유하여 외양포까지 들어간다.
(장항은 신항만공사로 들어가지 않으며, 섬 내 구간 승차도 가능하다. 마지막 뱃시간은 계절마
다 차이가 있으므로 문의 요망, 휴일에는 승객 수에 따라 증편운행 가능)
③ 진해 안골포에서 장항행 뱃편이 하절기 1일 5회(7시,9시,11시,15시,17시), 동절기 1일 4회
(8시,10시,14시,16시) 운행되며, 차량 수송이 가능하다.
(승용차는 편도 15,000원, 승합차는20,000원 정도, 문의 ☎ 055-551-8009)

* 가덕도 섬내 교통
- 강서구마을버스 1번이 '성북동 ~ 선창 ~ 율리 ~ 장항 ~ 두문 ~천성'구간을 운행하며,선창에
서는 뱃시간에 맞쳐 매시 정각(막차 18시)에 출발한다. 천성에서는 매시 30분에 출발함
- 진해 안골포에서 뱃편으로 차량을 가지고 갈 수 있으나 섬내 도로망이 썩 좋지가 못하다.

* 녹산/신항만 ~ 가덕도 운임 (어린이와 국가유공자, 장애인은 50% 할인)
- 눌차, 선창 1200원 (10 ~ 15분 소요) / 두문 1500원(25분 소요) / 천성 1600원(30분 소요) /
대항 2000원(45분 소요) / 외양포 2400원 (60분 소요)

♠ 꼭 미리 챙겨두자 ~ 가덕도 축제, 등대 관람 정보 (2008년 4월 기준)
① 숭어들이 축제 - 가덕도에는 그 곳 특유의 숭어잡이 방법이 전해오고 있다. 바로 160년의 역
사를 자랑하는 '육수장망 어로법'으로 쉬운 말로 '숭어들이'라고 한다.
가덕도의 숭어들이를 지역 축제로 발전시켜 2002년부터 매년 4월 말에 대항마을에서 숭어들이
축제를 연다. '육수장망 어로법'은 2대의 동력선이 6대의 무동력선을 적당한 곳으로 끌고 가서
동력선은 되돌아오고 무동력선만 그 곳에서 조용히 숭어를 기다렸다가 덮친다.
♠ 축제 관련 자세한 정보는 ☞ 가덕도 홈페이지, ☞ 부산 강서구청 문화관광 홈페이지 참조
♠ 문의 - 강서구청 주민복지과 문화관광담당 (051-970-4061, 63, 66) / 천가동주민센터(051-
970-4907)

② 가덕도 등대 이용안내 (문의 ☎ 051-609-6801, 6804)
* 등대 관람 - 군부대 안에 있으므로 반드시 부산지방해양항만청의 허락을 받아야 된다.
* 등대체험 숙소개방 - 하루 정도 외로운 등대지기가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 해양항만청에서는
일부 유인등대를 숙소로 개방하고 있는데, 가덕도등대 역시 그 중의 하나다. 1박 숙식을 원한
다면 ☞ 부산지방해양항만청 홈페이지에서 사용 전월 1일에서 8일 사이에 신청하면 된다.
(그 외에 기간에는 신청을 받지 않음)
* 개방되는 숙소는 15평 원룸으로 신청자 포함 6명까지만 받으며, 카메라를 가지고 갈 수 없다.
* 등대에서는 개인행동 및 군부대 출입을 금하며, 밤시간(겨울 18시 ~ 6시, 하계 20시 ~ 5시)에
는 숙소 건물을 이탈하지 말 것
* 매년 여름에 초등학생과 사회복지단체를 대상으로 등대해양학교를 운영한다. 이 기간에는 개
인적인 등대체험 신청은 받지 않는다. 자세한 건 위에 해양항만청 홈페이지 참조


▲ 가덕도 지도 (부산 강서구청 홈페이지 참조)



우리의 목적지인 가덕등대로 가려면 어떻게든 섬의 남쪽으로 내려가야 된다. 섬의 중간인 천성
까지는강서구 마을버스 1번이 다니고 있어, 천성까지 가서 등대까지 걸어가면 된다.
마침 버스 1대가 승객을 태우는 중이라. 좋아라 다가서니 행선판에 성북동(가덕도의 중심지)으
로 되어 있다.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성북을 거쳐서 천성으로 가냐고 물으니 안간다고 그런다.
천성으로 갈려면 성북동을 거쳐야 되는거 같은데, 이번 차량은 중간까지만 가는 모양이다.

그래서 천성까지 걸어갈까 궁리하면서 선창나루터에 길을 물으니 차가 곧 오니 기다리라고그
런다. 10분 정도 기다리니 마을버스 1대가 다가 온다. 천성으로 가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버스는 성북동 대신 해안 쪽으로 달린다. 해안으로 가도 과연 천성에 도달할 수 있단 말인가?
의아해 하며 조그만 버스에 의지해 해안길을 따라 쭈욱 이동한다.
수레로 넘쳐나는 대도시와 달리 이 곳은 수레 구경하기가 힘들다. 1차선에 가까운 길을 신나게
달리며, 바다 건너로는 부산의 새로운 희망, 부산신항만이 멀리서 나와 눈맞춤을 한다.

장항을 지나서부터는 바닷길 대신 한계령(寒溪嶺)도 두손 들 정도의 험한 고갯길이 펼쳐진다.
길이 얼마나 꼬불꼬불한지 손잡이를 잡지 않으면 지탱하기가 어려울 지경이다. 게다가 고개 아
래로는 천길 낭떠러지, 그 아래에는 푸른 바다가 '이리 들어와~' 하며 무섭게 입을 벌린다.
잠깐이라도 실수했다가는 바다의 품으로 풍덩 ~~

하지만 운전사는 베테랑 수준이라 고개를 거뜬히 넘어버린다.
고개를 넘으니 '백옥포'란 곳이 나오고 평탄한 수준의 해안길이 우리를 인도하며 두문을 지나
선창 출발 20분 만에 종점인 천성에 이르렀다.
천성의 남쪽인 남중에서 더 이상 갈 생각을 안하고 딱 멈춰서니 바로 이 차의 종점이다.

버스에는 연대봉을 가려는 가족 나들이객이 있었는데, 운전사가 친절히 길을 설명해 준다. 우
리는대항으로 가야 되기에 저 해안길로 가면 되는가 물으니 걸어가면 20분 정도 걸린다고 그
런다.


▲ 천성마을 - 뒤에 보이는 산은 웅주봉


천성마을의 분위기는 마치 다들 떠나고 없는 빈 마을처럼 고요하기 그지없다.
마을 뒤쪽으로 부산지방문화재인 천성진성이 있으나 찾지는 못하고 오로지 등대만을 생각하며
마을을 등지고, 다시 길을 떠났다.

천성에서 대항 방면은 수레조차도 고개를 흔들 정도로 경사가 가파른 고개를 넘어야 된다. 이
고갯길은 가덕도의 주봉인 연대봉과 새끼봉인 성토봉(174m) 사이로 고개의 높이는 무려 150m정
도에 이른다. 아무리길이 잘 닦여 있다고 하지만, 역시나 힘든 건 마찬가지.듬성듬성 나타난
수레에게 태워주십사 애타게 손짓, 발짓 다했지만, 모두 지나쳐 버려 결국 포기했다.


▲ 고개에서 바라본 천성마을과 웅주봉


고개를 넘으면서 천성마을에 무슨 미련이라도 남아 있는지, 마을 쪽을 계속 뒤돌아 봤다.
마을의 집들이 손톱크기로 보일 정도로, 마을은 우리와 점점 멀어져만 간다.

고개의 서쪽 해안은 가덕도와 거제도를 잇는 공사 현장으로 주변을 온통 가려놓았다. 고개를
넘은 차량들 대부분은 그 공사현장으로 들어갔다.


▲ 연대봉으로 오르는 등산로


고개 정상 부분에 이르니 연대봉으로 통하는 잘 닦여진 등산로가 나온다.
가덕도를 찾은 나들이객의 상당수는 연대봉을 찾는 편으로, 가덕도 관광수입의 가히 1등 공신
이라 할 수 있다. 우리도 연대봉을 찾았으면 아쉬움이 그나마 덜했을텐데, 등대에 대한 미련
때문에 연대봉을 포기하는 어리석음을 범했다.

고개 정상을 지나서는 평탄한 내리막길이 거침없이 펼쳐진다. 길 서쪽으로는 시원한 남해바다
가 파도소리를 연주하며 시원스레 펼쳐져 있고, 바다내음도 슬슬 풍긴다. 고갯길 주변으로는
나무들이 울창하여 산내음을 아낌없이 베풀어준다.
정말로 오랜만에 인적도 없는 길을 이렇게 내 전용마냥 걸으니 기분도 상쾌하고 즐겁다.
중간에서 잠시 시내에서 사온 김밥을 사먹으며 송림(松林)이 건네준 솔내음을 반찬으로 삼으니
그것만으로도 포만감이 느껴진다.

천성을 출발한지, 근 30분 만에 고개 아래로 드디어 대항마을이 보이기 시작한다.



▲ 고개에서 바라본 대항마을과 방파제
바다를 향해 돌진한 방파제의 끝부분에 대항마을과 한반도를 이어주는 선착장이 있다.


과연 나올까 싶었던 대항마을이 저만치나 가까워 보이자 우리는 등대에 다 온 양 신이 났다.
대항마을은 가덕도 남단의 중심지로 천성마을보다는 작다.

동서의 폭이 볼록한 가덕도는 이 곳에서 그 폭이 현저히 좁아져 거의 700m이내로 홀쭉해진다.
그 덕에 가덕도의 동쪽 바다를 바라볼 수 있으며 가덕도 유일의 동,서 양쪽 해안을 지닌 마을
로 낚시꾼들의 단골 명소가 되었다.

선사시대 패총(貝塚)이 발견된 이력이 있고, 마을 뒷산에는 마을의 오랜 역사를 증명하는 성황
당(城隍堂)과 수 백년 묵은 나무들이 마을을 굽어보고 있어, 마을의 상당한 내력을 대변해준다
. 또한 왜정때 만든 군사시설이 남아 있어 아픔의 현장도 함께 간직하고 있다.

천성마을처럼 적막감이 감도는 마을 내로 들어서니 길이 현저히 좁다. 중형버스도 간신히 머리
를들이밀 정도로 좁은 길 때문에 아마도 마을버스가 이 곳까지 넘어올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
같다.

마을 앞바다에는 바다를 향해 돌진한 방파제가 있고, 그 끝에 마을과 한반도를 이어주는 섬 사
람들의 오랜 발, 나룻배가 잠시 머무는 나루터가 있다.
평소에는 조용하던 마을이 나룻배가 들어올 시간이 되면 잠시나마 활력을 되찾는다.
배가 들어와 사람을 태우고, 내리고 또 그렇게 떠나가면 마을은 파도소리가 미안해 할정도로
다시 고요함에 빠져든다.


▲ 대항 앞바다 (1)
조각배 같은 조그만 어선 한 척이 월척을 꿈꾸며 힘차게 고동소리를 울린다.
바다 건너로 우뚝 솟은 산은 성토봉(174m)이며 그 서쪽으로 해금강(海金剛)을
닮은 해안 절애(絶崖)는 '천수대'이다.


▲ 대항 앞바다 (2)
가덕등대의 후예가 방파제 끝에 솟아나 대항을 찾은 배들의 안전을 지켜주며,
바다 위로 갈매기 한 마리가 날개를 힘껏 펼치며 공중비행을 하고 있다.
방파제 안쪽 바다는 푸른색 물감의 바깥 바다와 달리 온갖 쓰레기들로
물의 색깔이 민망할 정도로 뿌옇다.


▲ 대항 앞바다 (3)
수면 위로 온갖 쓰레기들이 외람되게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하얀 등대와 방파제, 선착장 너머로 성토봉과 천수대 해안이 보인다.


▲ 대항 포구
어선 2척이 해변 자갈밭에 살짝 기대며 잠시 꿈같은 휴식을 즐긴다.


대항마을은 가덕등대로 가기 위해 지나는 한 곳일 뿐이다. 이 곳에서 외양포 방면으로 또다시
잔인한 수준의 고개 하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말로 우공이산(寓公移山)에 나오는 우공(寓公)처럼 삽 하나 들고 산을 파서 옮겨버리고 싶을
정도로 난이도가 높은 고갯길을 또 넘어야 된다니 바닷물의 색깔을 비롯한 모든 것이 잠시 깜
깜해 보인다.
하지만 고생 끝에 찾은 등대에서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사진을 찍을 그 순간을 위해 다시
발걸음을 재촉한다.


▲ 외양포 방면 고개에서 바라본 대항 포구
저 멀리 보이는 높다란 산이 가덕도에서 제일 높은 산, 연대봉이다.



고개의 난이도는 다행히 아까 전 대항으로 넘어오던 고개보다는 양호한 편으로 거리는 그 절반
수준이며 높이는 70m정도이다.
고개를 훌쩍 넘으니 아담한 외양포 마을이 그 모습을 서서히 드러내 보인다.


▲ 외양포 마을 못미쳐에서 만난 돌탑(성황당)


외양포는 가덕도 제일 남쪽에 들어앉은 마을로, 채 10가구가 될똥말똥 할 정도로 조그만어촌
이다.
동쪽으로 국수봉(269m)이란 산이 마을의 든든한 뒷배경이 되어주고 있고, 마을 앞으로 천연물
감의 푸른빛 남해바다가 펼쳐져 있다.
바다를 제외하면 거의 첩첩산중으로 육로로 다른 마을로 이동하기가 상당히 버겹다.그래서 바
닷길을 주로 이용하여 다른 마을과 한반도로 나가는 편이며, 마을 뒷산에는 왜정 시절, 왜군이
만든 군사시설이 부끄러운 듯, 꼭꼭 숨어 있어 우리의 아픈 역사를 대변해 준다.
외양포까지 온 나룻배는 여기서 40분 정도를 쉬고 다시 육지로 되돌아 나간다.


▲ 자갈이 가득 널린 외양포 포구


외양포와 외부 세계를 이어주는 포구는 어항(漁港)이 조성된 대항과 천성, 선창과 달리 거의
자갈밭으로 이루어진 천연의 항구로 포구 동남쪽에 세워진 조그만 방파제가 나루터의 역할을
하고 있다.

잔잔히 밀려오는 바다파도와 해변에 누워있는 자갈돌과의 끊임없는 속삭임만이 들릴 뿐, 지금
까지 거쳐온 가덕도의 여러 마을 중에서 제일 조용하다.


▲ 외양포 앞바다


해변에는 자갈과 몽돌 외에도 인간들이 무책임하게 내버린 온갖 쓰레기들이 옥의 티처럼 수북
하여 우리의 눈길을 찌푸리게 한다.
쓰레기만 없다면 정말로 아름다운 해변일텐데, 만물의 영장을 자칭하며 자연에게 온갖 몹쓸짓
만 골라서 하는 인간의 하나로 고개를 못들 정도로 미안함이 가득하다.

푸른빛 바다 위로 갈매기 1마리가 곧 다가올 나룻배를 기다리며 높이 비상하고 있는것 외에는
움직이는 어느 물체도 없다.


▲ 외양포 동백나무


마을의 뒷동산인 국수봉의 동쪽 자락에는 부산 지방기념물 36호로 지정된 동백나무자생지가 있
다. 그래서 그런지 마을에는 동백나무가 심심찮게 눈에 띄는데 겨울의 제국에게 모든 걸 공출
당해 벌거숭이가 된 다른 나무들과 달리 푸른 잎과 동백꽃이 무성히 달려 있다.

동백나무는 친(親) 겨울 파(派)의 성향을 지닌나무라 겨울에 그 전성기를 누리는데, 나뭇잎
사이로 붉은 동백꽃이 고개를 살짝 내밀며 바다내음을 맡는다.

올해에 처음으로 만나는 자연꽃으로 여인네의 앵두입술 같은 동백꽃을 보니 나도 모르게가슴
이 콩닥콩닥 뛴다. 겨울의 제국이라고는하지만 부산 지역은 날씨가 따스해서거의봄이나다
름없다.
뱃표를 파는 가게 옆으로 동백나무자생지를 알리는 문화재 안내문이 있는데 자생지는 일반인
출입금지 지역으로 묶여 있어 가까운 이 곳에 안내문을 세운 것이다.

마을에서 가덕등대까지는 아직도 고개 하나가더 남았다. 여기까지 잘 왔는데 그까짓 고개하
나가 대수랴~~ 이제 조금만 가면 등대를 볼수 있다는 희망에 다시금 길을 재촉하는데 왠걸,
고개로 들어서는 길목에 군부대시설이라 일반인의 접근을 금한다는 안내문이 우리의 발길을잠
시주춤거리게 만든 것이다.


이게 도대체 무슨 개소리인가. 이 곳에 군부대가 있었나..? 의아해 하면서 마을로 내려가 사실
확인에 들어갔다. 마을 사람들은 외지인에 대해 별로 호감이 없는 듯, 귀찮다는 말투로 응답을
해주는데, 등대는 군부대 안에 있어 접근이 어려우며, 미리 해양수산청에 허락을 맡아야된다
는 것이다.

이런 청천벽력같은 일이~~ 나중에 집에서 확인해보니 등대는 군부대 안에 들어앉아 있으며, 최
소 하루 전에 등대로 전화를 하면 군부대 상황에 따라 답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허나우리는
그런 당연한 것도 확인을 안하고 온 것이다. 그런 것을 미리 조사하고 왔어야 후회가없는데,
도대체 무얼 믿고 배짱 하나로 여기까지 왔던 말인가?
마을에서 등대로 통하는 길은 군부대 앞까지는 접근이 가능하다. 하지만 우리의 목적지는 가덕
등대이다. 거까지 가서 등대보여달라고 행패를 부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국가시설인 만큼 소
정의 절차를 거쳐야 되는데, 그런 것을 모두 간과해버린 어리석음을 범해버렸다.~~

상황이 이러니 등대는 분하지만 포기해야 된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천성에서 여기까지 고개를
2개나 넘으며 근 10리를 걸어왔는데, 결국 아무런 보람도 성과도 얻질 못했다.
대신 마을에 피어난 동백꽃으로 그 아쉬움을 약간이나마 달래보고자, 계속 동백을 바라보았다.

등대는 저 멀리 가버렸으니 이젠 어떻게 해야되나..? 성북동으로 가서 연대봉이나 오를까 했지
만 후배놈이 힘들어서 더 이상 못가겠다고 투덜거린다. 거기에 연대봉으로 가기에는 너무 멀리
내려와 버렸다.

마침 외양포로 나룻배가 들어온다. 그 배는 12시 45분 출발하는데, 그걸 타고 한반도로 나갈까
했으나, 아직 시간도있고 해서 다시 고개를 타고 대항으로 넘어갔다.
대항 동쪽 새바지에 몽돌해안이 있다고 해서 등대 대신 그걸로 대리만족을 하기위해서이다.

대항마을에서 동쪽으로 걸어가니 산자락으로 성황당이 보이고, 마을을 지켜온 오래된 당산나무
가 우리를 지켜본다.
한 1리 정도 걸어가니 가덕도의 동쪽 바다가 수평선 가득히 보이고, 새바지라 불리는 바닷가에
거제도의 그것을닮은 몽돌해변이 우리를 반긴다.


▲ 언덕 너머로 그 모습을 드러낸 가덕도 동쪽(부산 방향) 해안
바라보기만 혀도 세상사 모든 걱정이 확 잊혀지는 것 같다.
나도 저 바다처럼 아무 거침없이 시원스럽게 살고 싶다.~~


▲ 거대한 몽돌의 제국 ~ 가덕도 몽돌해변
바다의 파도가 살포시 몽돌을 어루만지며 서로의 오랜 정을 확인하고 있다.


▲ 바다에 심어진 바위섬

조물주(造物主)가 가덕도의 동쪽 해안을 가다듬으면서 실수로 떨어트린 돌은 아닐까?
해안까지 내려가고 싶었지만 뱃시간 때문에 차마 그러진 못하고 언덕 위에서 해풍(海風)과 바
다가 들려주는 음악를 감상하며 조물주가 만든 그림같은 풍경을 열심히 눈과 카메라에 담는것
으로 만족해야 했다.
솔직히 다음 배(15시)를 타도 되는데, 그 때는 빨리 육지로 나가서 다른 데를 가고자 하는 마
음이 나의 몸과 마음을 통제했다.


▲ 바다와 멋드러진 소나무

바다 내음을 맡고 자란 어느 키 작은 소나무, 저 나무 밑에 앉아 바다의 향연을 온몸으로
감상하고 싶다.


가덕등대를 만나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고자 찾았던 대항의 동쪽 새바지해변, 가덕도에 숨겨진
또 다른 바다의 위로를 어느 정도 받으니 아쉬움이 약간이나마 사라지는 것 같다.

오후 1시에 육지로 나가는 배를 타기 위해 몽돌해변을 뒤로 한 채, 서둘러 대항마을로 돌아왔
다. 그 곳에 더 머물고 싶었지만 솔직히 할만한 게 없다. 사진으로 담을 만한 것도 한정되어
있고, 더군다나 겨울이니 말이다.

대항마을 나룻터는 방파제 끝으머리에 자리해 있는데, 나루터 매표소는 굳게 닫혀져 있었다.
외양포에서 출발한 배가 서서히 보이기 시작하고, 12시 55분 나룻터에살짝 머리를댄다.그제
서야 매표소 아줌마가 슬금슬금 나타나 뱃표를 파니, 육지까지는 무려2000원이나 받는다.
아줌마는 배를 탈 때 제출해야 되는 신원증명서 같은 것은 쓰지 말고 그냥 타라고 그런다.

13시가 되자 드디어 대항포구를 출발 약 3시간 동안 머물던 가덕도와 아쉬운 작별을 고한다.
다음에 또 올 기회가 생길련지는 모르겠지만. 그때는 꼭 연대봉과 가덕등대를 가보고 말리라..

성토봉이 바닷가에 베풀어 놓은 천수대 해안을 빙 지나 13시 15분, 천성에 닿는다.여기서 사
람들을 태우고, 다시 부산을 향해 출발 ~~ 20분에 두문에 닿았고, 35분에 부산신항만을 마주
한 장항 포구(현재는 경유하지 않음)에 이른다. 우리는 무척이나 피곤하여 쿨쿨 잠이 들고 ~~
대항 출발 55분만인 13시 55분, 녹산나루터에 도달했다.

여기서 잠시 진해로 샐까 했으나, 부산좌석버스 58-1번을 타고 다시 부산 도심으로들어와 국
제시장 뒤쪽에서 내렸다.
점심은 김밥 몇 줄이 고작이라 무척 시장기가 감돈다. 늦은 점심으로 무엇을 먹을까 머리를굴
리다가 마침 뜨끈한 설렁탕 생각이 간절하여, 국제시장 부근으로 부산에서 이름난 설렁탕집이
생각났다. 거기서 예전에 먹어 본 기억이 있는데 정확히 기억이 나질 않아서 지례짐작으로 가
보니 시장 남쪽으로 그 집(서울깍두기)이 우리를 반긴다.


▲ 서울깍두기에서 먹은 설렁탕


설렁탕은 서울 지역의 대표적인 음식으로 조선시대에 서울 제기동 선농단(先農壇)에서 선농제
(先農祭)를지내면서 소고기를 넣고 끊인 탕에서 유래되었다. 처음 이름은 선농탕이나 언제부
터인가 '선'이'설'로 변했다.

서울깍두기집은 20년 전통을 지닌 부산에 이름난 설렁탕집으로 점심과 저녁 중간 시간(오후 3
시)임에도 다양한연령대에 사람들로 항시 넘쳐난다.이 곳에는 설렁탕과 곰탕 등을 취급하는
데설렁탕은 6500원(2007년 기준)이다.

김이 모락모락 쏟아져 나오는 숙성된 뜨끈한 설렁탕 1그릇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며 찬바람에
잠시 얼어붙은 몸을 따뜻하게 녹인다. 설렁탕의 영원한 동반자 송송(깍두기)의맛은 가히 예술
이나, 반찬은 달랑 그것 하나 뿐이다.
그릇을 깨끗히 비우며, 불만에 쌓인 뱃속을 진정시키니, 배도 부르고, 은근슬쩍 식곤증의 하나
인 졸음이 '배깔고 한숨 주무셔~'하며 거침없이 희롱해 댄다.

시간은 어느덧 오후 4시, 그날 날씨예보에는 부산에 비가 온다는 말이 없었는데, 갑자기 비구
름이 형성되면서 부산시내에 빗방울을 뿌리기 시작한다. 소나기마냥 시내를 적시는 비로 인해
다른 데로 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지하철을 타고 바로 노포동으로 올라왔다. 이제 슬슬 부산을
뜨기 위해서...

17시 30분 서울로 가는 일반고속을 타고 원래 자리로 되돌아오니~~ 이리 하여 이틀의 부산 나
들이는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

사전준비 부족으로 가덕등대를 보려는 소정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해 아쉬움이 많지만,가덕도
에 발을 들일 날은 앞으로도 많다. 그 때가 되면 이때의 아쉬움을 반드시 풀고말 것이다. ~~


* 답사, 촬영 일시 - 2007년 2월 9일 ~ 10일

* 작성 시작일 - 2007년 2월 19일
* 작성 완료일 - 2007년 3월 3일
* 숙성기간 - 2007년 3월 3일 ~ 2008년 4월 3일
* 공개일 - 2008년 4월 3일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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